임춘웅 칼럼

지역내일 2010-07-28
약자를 학대하는 이상한 나라

임춘웅 칼럼( 본지 논설고문)

회절강(回節江)을 아십니까. 환향녀(還鄕女)는 알아도 회절강을 아는 분은 그리 많지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잘 아시는것 처럼 고려때 몽골의 침략을 받은후, 조선때 병자호란을 겪은후 이나라의 젊은 여인들이 수없이 몽골이나 청나라로 끌려 갔었습니다. 몽골이나 청나라는 끌려온 여인들이 늙거나 병들면 고향으로 돌려 보냈습니다. 말하자면 용도폐기처분한 것이지요. 이들이 바로 환향녀들입니다.
나라를 대신해서 먼 이국땅에 끌려가 온갖 고생을 하다 고향으로 돌아오면 고향은 그들을 따뜻하게 보살피고 위로해줘야 마땅한 일이겠지난 이땅은 그렇지를 못했습니다. 고향은 그들을 ‘화냥년’이라해서 박대하고 천시했습니다. 집안 망신이란 것이지요.
수모를 견디다 못한 숫한 환향녀들이 목을 매거나 강물에 투신해 목숨을 끊었습니다. 환향녀문제가 심각해지자 조선의 16대왕 인조는 회절강제도를 만들었습니다. 환향녀가 회절강에 들어가 몸과 마음을 깨끗이 씯고 나오면 깨끗해지는 것임으로 회절강을 다녀온 환향녀들을 박대를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나라에서는 경기일원에 한강을, 경상도는 낙동강, 충청도는 금강, 전라도는 영산강, 평안도는 대동강을 회절강으로 지정해주었습니다.

탈북자를 왜 차별해야 하나
국법이 제아무리 지엄하다고 해도 그것이 지켜질리 만무했습니다. 그래서 회절강제가 실시된 이후에도 수많은 환향녀들이 스스로 자진하거나 고향을 떠나 걸인생활을 하게 됐었습니다. 나라와 고향을 대신해서 몸과 마음을 다 바친 이들이 돌아와 천시를 당하는 이런 일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이런 일은 일제에 동원된 종군위안부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들이 데모도 하고 세상에 얼굴을 내밀기 시작한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입니다. 해방직후는 물론 70년대 까지도 위안부로 갔다온 사실을 숨기기에 급급했었습니다. 그들도 환향녀 였으니까요.
참으로 이상한 나라가 아닐수 없습니다. 목숨을 걸고 탈북을 해서 어렵사리 남한땅에 들어온 탈북자들이 제일먼저 하는 일이 북한말씨를 고치는 일이라고 합니다. 북한말을 쓰면 차별을 받는, 시쳇말로 ‘왕따’를 당하기 때문이라는 군요. 그래서 북한말 교정 ‘스피치 아케데미’까지 생겼습니다. 북녘땅에서 인간이하의 생활을 하다 탈출해 이들이 북한과는 전혀 다른 세상에 적응하자면 얼마다 힘들고 외롭겠습니까. 그들을 보듬어 주고, 위로해주고, 도와주어야 하는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 아닌가요.
그런데 현실을 어떻습니까. 한국사회의 차별이 싫어 차라리 중국에라도 가 살겠다는 탈북자들이 늘고 있답니다. 탈북자들만이 아닙니다. 한국남자와 결혼해 서울에 살던 한 일본여인은 애가 학교에 들어가자 애와 엄마가 모두 왕따를 당해 부득히 일본으로 돌아간 얘기가 불과 두달여전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실렸었습니다. 요즘 다문화가정 얘기가 자주 나옵니다. 다문화 가정 2세들이 학교에서 어떻게 지내는지도 잘 알려진 일입니다.
우리는 왜 이처럼 약자를 학대하는 것일까요. 한마디로 야만이지요. 따지고 보면 이유야 있을 것입니다. 우리사회의 고착화된 권위주의가 그 뿌리입니다. 계급화된 사회에서 누군가 자기보다 낮은 사람이 있어야 자기가 차별화된 사람이 되는 권세지향의 진한 집착이지요. 요즘 초등학교 학생들 사이에는 ‘귀족’ ‘양민’ ‘천민’의 계급이 있다고 합니다.

우리는 무서운 어른들 인가
존중과 배려를 미덕으로 가르치지 않는 이 나라의 교육도 문제입니다. 학교교육에 인성교육이 없는 것입니다. 우리국민들은 양보도 모릅니다. 좁은 길목에서도 좀처럼 남에게 길을 양보하려들지 않습니다. 인성교육이 얼마나 중요한것인지를 새삼 절감하게 됩니다.
탈북자 2만명 시대가 됐습니다. 그들은 사회적 약자들입니다. 약자들인 그들을 우리가 보듬지 않으면 누가 보듬을 것입니까. 탈북자들이 남녘에서 성공적으로 정착하게 되면 북한에 남아있는 동포들을 자극하게 되지 않을까요. 통일의 밑거름이 될것입니다. 탈북자들은 또한 통일시대에 커다란 역할을 할 우리의 중요한 인재들이기도 한 것입니다.
무엇보다 약자를 강자가 돕는것은 성숙한 인간의 덕목입니다. 인간의 의무이기도 한것입니다. 요즘 아프리카에도 가고 어려운 동남아에도 가 나누기운동을 벌이지 않습니까. 그런데 왜 탈북자들에게는 그렇게 인색한 것일까요.
우리들의 인식전환이 급선무입니다. 우리가 탈북자들을 차별하는것은 사리에도 맞지않고 인도적으로도 옳지 않습니다. 약자를 차별하는 나라는 결코 선진국이 될수 없습니다. ‘무서운 아이들’이란 말을 자주 듣습니다. 아이들만 무서운게 아니라 우리 어른들이 ‘무서운 어른들’은 아닌가요.

(2010년 7월 28일자)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