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대회의 수상 실적을 중·고등학교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할 수 없게 됨에 따라 교내대회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대부분의 학교에서 일반적으로 실시되어 온 각종 경시대회와 더불어 최근 교내토론대회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토론대회는 글쓰기와 말하기 능력을 통합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는 차원에서 한층 수준 높은 대회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절차상 좀 더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하고,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요구되어 강남지역에서도 일부 학교에서만 진행되어 왔다. 그러던 것이 최근 교육제도의 변화에 따라 학교와 학생들의 관심이 확대돼 적극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새롭게 시행되는 학교가 많은 만큼 주제 선정에서부터 대회 진행에 이르기까지 매끄럽지 못한 면도 나타나고 있다. 이에 교육제도의 변화와 관계없이 참교육 실현을 위해 전통적으로 토론대회를 실시해오고 있는 고등학교가 있어 소개해 본다.
학교공동체 강화를 위한 교육대토론회
서초동에 위치한 서울고등학교는 13년째 ''교육대토론회''를 실시하고 있다. 이 토론회는 다른 학교의 토론대회와 달리 학생, 교직원, 학부모, 동문이 합심하여 진행하고 있다. 교육의 주체를 교사, 학생, 학부모만이 아니라, 동문에 이르기까지 사회 공동체로 확대시키고 있는 것이다.
지난 5월 12일, ''자율형 사립고 제도 확대, 과연 바람직한 것인가''라는 주제로 실시된 토론회도 재학생 4명, 교사 2명, 학부모 2명, 동문 2명이 선정돼 총 10명의 토론자가 참석한 가운데 치러졌다. 학생, 교사, 학부모 총 200여명이 방청객으로 참여했다. 이처럼 학교공동체가 토론회의 주체로 나섬으로써 학생들은 보다 수준 높은 토론 문화를 체험하게 되며, 토론회가 리더십 함양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서울고 인문사회부 진중섭 교사는 "교육대토론회는 입학사정관 입시제도와 관계없이 오래전부터 전통적으로 시행돼 온 의미 있는 대회인데, 최근에 교육제도 변화에 따라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라고 했다.
공정한 토론자 선정을 통한 패널토론 방식
다수의 학교에서 실시하고 있는 토론 대회 방식은 3~4명씩 팀을 만들어 주제에 대한 찬,반 의견을 정해 연습을 한 후 팀별로 대항하는 토너먼트 방식이다. 그러다 보니 토론자의 능력과 관계없이 팀과 운명을 같이 하게 된다. 서울고의 토론자 선정 방식은 이와 다르다. 토론자 중 재학생 4명은 지원자 30여명의 치열한 경쟁을 통해 선발된다.
참가를 희망하는 학생은 주제에 대해 A4용지 3매 정도의 원고를 준비하여 서류심사를 받는다. 논술 평가라고도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발표력과 표현력을 측정하는 구두 평가를 받는다. 두 평가 점수를 합산하여 최종 토론자 4명이 선정되는 것이다. 당연히 우수한 학생이 선발되어 토론회의 격을 높인다. 학부모, 교사, 동문 토론자의 경우도 의견 수렴과 원고 제출을 통해 신중하게 선정된다.
체계적인 진행, 적절한 시상
토론회는 어떤 방식으로 진행될까? 토론회 장면을 잠시 들여다보자. 토론회가 시작되면 토론회의 취지와 배경, 주제에 대한 배경 설명을 중심으로 학교장의 격려사에 이어 사회자의 토론회 진행방법 안내와 토론자가 소개된다. 본격적인 토론에 들어가면 찬성 측과 반대 측의 학생과 학부모 대표가 각각 3분과 2분의 주어진 시간에 입론을 하고, 학생, 동문, 교사 각 토론자에게 질문 2분과 답변 2분의 시간이 주어진다. 각 토론자들은 주어진 시간 안에 자신의 의견을 최대한 피력한다. 이어 휴식 시간 10분을 갖고 토론자 간 자유토론이 질의응답 식으로 20분간 펼쳐지며, 방청객 질문과 그에 대한 답변이 20분간 실시된다.
최종 토론자로 선정된 학생을 포함하여 원고심사 과정에서 우수자 10명을 선정해 최우수상 1명, 우수상 3명, 장려상 6명을 시상한다. 대상자에게는 상장과 상품권이 주어지며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된다. 또한 방청객 중 우수 질문자에 대한 시상도 있어 적극적인 방청객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선정된 학생들의 원고와 교사, 학부모, 동문 토론자의 원고는 책자로 발행된다.
토론대회를 통해 학생들 독서로 유인
교육대토론대회 외에 서울고에는 16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독서토론대회가 있다. 학교 측에서 선정한 역사관련 도서 한 권을 읽은 후, 토론대회 참여를 희망하는 학생은 독후감을 제출하여 1차 심사를 받는다. 1차 심사에서 통과하면 오디션을 통해 최종 토론자 7명이 선정된다. 토론자로 선정되면 상장과 함께 석천 장학금이 주어진다.
독서토론대회는 교육대토론회와는 달리 학생이 주도한다. 올해는 소설 『소현』을 읽고, ''조선 인조 시대의 청나라에 대한 외교정책''을 토론주제로 하여 10월 28일 개최될 예정이다. 진중섭 교사는 "인문사회 분야의 다양한 행사를 개최함으로써 학생들이 지속적으로 책을 읽는 데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모색하고 있다"말한다.
이선이 리포터 sunnyyee@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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