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문자가 왔다. ‘퓰리처상 사진전 함께 보러 가요’ 같이 영상을 배웠던 팀에서 번개모임을 공지했다. 요즘 퓰리처상 수상 사진전을 보고 느끼는 것이 영상트렌드인 것 같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처럼 사진내용을 잘 이해하기 위해 홈페이지와 다녀온 사람들의 블로그를 통해 전시회의 감을 잡았다. 또 중요한 전시회의 꽃이기도 한 작품을 설명하는 도슨튼 프로그램시간도 확인했다. 서둘러 퓰리처상 수상 사진전에 도착을 하니 멋진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사진출처
한국전쟁 1951 by Max Desfor, Courtesy The Associated Pres
살아있는 역사교과서
전시회 초입에 꼿꼿한 인상의 퓰리처 사진과 사진전 개요에 대한 설명이 한눈에 보인다. 퓰리처상은 저명한 언론인 조지프 퓰리처의 유산 50만 달러를 기금으로 1917년 만들어졌다. 언론?문학?음악 등 3개 분야에 걸쳐 시상하며, 90여 년에 걸쳐 명성을 쌓아 세계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보도사진 부문 수상은 1942년 처음 시작되어, 1968년 특종 사진(breaking news)과 특집 사진 분야(feature photography)로 나뉘어져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퓰리처상 수상 보도사진은 지구촌의 주요 뉴스를 한 컷의 영상으로 응축시켜 보여주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1942~2010년까지 수상한 퓰리처상 수상작 중 141점이 전시가 되었는데, 전쟁 현장의 참혹함을 담은 사진부터 유명한 인물 사진, 감동적인 장면 등 다양한 사진이 걸려있다. 전쟁·평화·슬픔·기쁨·죽음을 표현한 흑백사진 한 장이 담고 있는 이야기는 강력하다. 또한 연도별 수상작을 감상하는 것은 근?현대 세계사를 눈으로 읽는 것과 다름없어 보인다. 전시장을 메운 사람들은 한 작품마다 천천히 음미하고 있다. 방학이라 살아있는 역사의 한 장면을 알려주고픈 엄마와 함께 온 아이들도 눈에 보인다. “사진 속 그 사람이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란다”라고 설명하는 엄마의 목소리도 들려온다. 여고생 두 명은 오디오 해설이 가능한 이어폰을 사이좋게 나눠 끼고 찬찬히 작품을 살핀다. 특히, 모든 사진에는 해당 장면을 포착한 사진기자와의 인터뷰 내용을 바탕으로 한 설명문구가 따라붙어 당시 상황을 더욱 생생하고 긴장감 있게 느낄 수 있었다. 또한 방대한 사진작품을 순서대로 보기만 해도 한 시간 정도 걸리니 충분한 시간을 두고 관람하는 편이 좋을 듯하다.
내 마음을 만지는 사진
‘당신을 울거나, 웃거나 가슴 아프게 한다면 제대로 된 사진이다’ 전시회 문구 중에 1969년 퓰리처상을 수상한 에드워드T.에덤스가 쓴 글이 유독 마음에 들어온다. 관람객들에게 가장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사진 한 점 앞에 섰다. 바로 그 사진은 1951년 퓰리처상을 수상한 보도사진 ‘한국전쟁’이다. 전시 해설사(도슨트)의 설명에 따르면 이 사진이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어 가장 주목받는 작품이며, 사진을 찍은 기자는 생존해 있다고 한다.
사진의 무대는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0년의 한반도. 국경선인 압록강까지 전격했던 UN군은 1950년 11월 25일, 30만 명의 중공군이 북한군을 지원하기 위해 국경을 넘어오자 몇 주 버티지 못하고 후퇴한 역사의 현장이다. 그 후 12월 4일 평양을 포기하고 후퇴한 UN군은 곧이어 중공군의 추격을 막기 위해 대동강 철교를 폭파해버렸다.
보따리 짐을 등에 메고 머리에 이고 자식의 손을 잡고 폭파된 대동강 철교를 위태롭게 타고 넘어가는 피난민들. 자칫 발을 헛디디면 얼어붙은 강물 위로 떨어지는 위험천만한 순간을 포착한 사진이다. 이 사진을 찍은 종군기자 맥스 데스포는 “철교 앞에서 발을 동동 구르는 피난민을 보니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모든 것을 다 버리고 길을 나선 사람들인데… 내가 할 수 있는 건 사직 찍는 일 뿐이었습니다. 어찌나 추운지 군용장갑을 꼈는데도 손가락이 얼어 셔터를 누르기가 힘들었습니다”라고 심경을 표현했다. 올해로 97살이 된 노장 맥스 데스포는 퓰리처상 사진 개막전을 축하하러 온 자리에도 그의 손에는 카메라가 있었다. 또한 그는 “자유를 찾아 목숨을 건 이들의 처참한 광경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오래된 흑백사진에서 인간의 생존본능과 처절한 전쟁의 비극을 재발견할 수 있었다. 제대로 된 사진이 내 마음을 울렸다.
순간의 역사를 만날 수 있는 방법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 디자인미술관
기간: 8월 29일까지
문의: (02)2000-6293.
홈페이지: http://www.pulitzerkorea.com
이소원리포터 gangnam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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