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일 실시된 전국동시지방선거로 인해 약 2개월간 중단되었던 서초구청의 인기서비스가 재개돼 주민들의 참여가 이어지고 있다. 필요한 서비스가 운영되기를 기다렸던 주민들이나 각 서비스를 제공하던 자원봉사자들 모두에게 반가운 소식이다. 구청에서 제공되는 서비스라 믿음이 가는데다가 무료라는 장점이 더해져 더욱 인기를 끌고 있는 이색서비스를 소개해본다.
‘1호 부부’ 탄생시킨 ‘결혼중매 상담코너’
저출산 문제 해결에 대한 다양한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서초구는 높은 미혼율이 저출산의 주요 원인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지난해 1월, 미혼남녀들을 위한 ‘결혼중매 상담코너’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다른 자원봉사를 오랫동안 해온 주민들 중에서 성실하고 사명감이 있는 두 명을 선정해 상담원으로 연계해서 봉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상업성을 배제하기 위해 매칭 전문가가 아닌 순수한 주민들이 상담을 맡도록 함으로써 더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운영 초기에는 소문을 듣고 지방에서까지 회원 가입을 원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보니 서비스 대상자가 너무 광범위해져, 현재는 회원가입 대상을 서초구 주민 및 서초구 소재 직장인들로 제한하고 있다. 처음 상담 서비스를 시작하자마자 문의가 쇄도했으며 지금까지 750여명(남 300명, 여 450명)의 선남선녀가 가입해 만남의 기회를 갖고 있다. 서초구청 OK민원센터 조남노 팀장은 “일반 결혼정보업체와는 달리 우선 구청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라 신뢰할 수 있고, 개인정보 보호가 가능할 것이라는 믿음 때문에 미혼 남녀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또한 무료라는 장점도 빼놓을 수 없어 꾸준히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4월 24일에는 결혼중매 상담코너를 통해 인연을 맺은 한 커플이 결혼식을 올려 ‘1호 부부’가 탄생하는 경사가 있었다. 방배동과 잠원동에 각각 거주하던 남녀가 구청의 도움으로 평생 배필을 찾은 것이다. 당사자들은 물론 양가 부모들도 이렇게 의미 있는 혼사에 대한 기쁨이 커, 결혼식이 끝난 후 전화로 ‘서초구를 평생 못 잊을 것’이라며 감사의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현재 5쌍 정도의 커플이 진지한 만남을 계속하고 있어 ‘1호 부부’에 이어 경사가 계속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결혼중매 상담서비스를 이용하려면 매주 월수금 오후 2시~5시, 서초구청 OK민원센터를 방문해 직접 신청하면 된다. 본인의 인적 사항과 만나고 싶은 상대의 조건 등을 회원 신청서에 기재한 후 재직증명서와 사진을 함께 제출하면 만남을 주선해준다. 상담사는 서로 조건이 맞을 경우 양쪽의 의사를 물어 연락처를 알려주는 역할까지만 할뿐 그 이상 개입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박윤정(46) 상담사는 “초기에는 부모가 신청하는 것도 가능해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부모의 의사만으로 가입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이제 회원들의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 본인이 직접 접수하도록 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생아 작명 및 귀화자 개명(改名) 서비스
성명학자이기도 한 서초구청 이동우(58) 과장은 OK민원센터 ‘신생아 작명코너’를 통해 이색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과장은 1998년 9월부터 2006년 7월까지 서초구 호적계장, 민원여권과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무료 작명서비스를 펼치기도 했다. 대민 봉사를 위한 활동을 찾던 중, 자신의 장기를 살려 이름을 지어주자는 아이디어를 내게 된 것이 작명서비스를 시작한 계기였다.
작명서비스를 처음 실시할 당시에는 장애인이나 저소득층은 물론 전 구민들을 대상으로 했었다. 하지만 2008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신생아 작명코너’에서는 작명 비용이 부담스러워 신생아 이름을 짓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장애인이나 저소득가정(기초생활 수급자 및 차상위계층) 주민들을 대상으로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공직선거법에 위배된다는 선관위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따라서 지금은 ‘신생아 작명코너’에 서비스 대상자 표시는 물론, 개인적인 봉사이며 일과 후에 작명을 한다는 내용까지 명시하고 있다.
현재까지 이동우 과장이 지어준 아기 이름만도 5천여 명에 달할 정도이며 2002년에는 작명서비스를 받은 부모들이 인터넷 카페를 만들어 주기도 했다. 이 카페에는 부모들이 그가 이름을 지어준 아이들의 자라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올리거나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글을 남기기도 한다.
40여년 정도의 경력이다 보니 지난해 5월에는 그가 이름을 지어준 1979년생 엄마의 아기 이름까지 지어주는 일도 있었다. 한 할머니의 경우 친손자, 손녀를 비롯해 외손자, 손녀까지 모두 8명의 이름을 서비스 받았다며 잊지 않고 감사의 전화를 주기도 했다.
올해부터는 한국 국적을 취득할 계획이 있거나, 이미 국적은 취득했지만 개명(改名)을 원하는 귀화자들을 대상으로 부르기 쉽고 듣기도 좋은 한국 이름을 지어주고 있다. 해외 교포 신문에도 여러 차례 보도가 되다 보니 해외에서도 인터넷으로 작명 신청이 쇄도하고 있다.
맑은 정신으로 임하기 위해 새벽 4~5시에 기상을 해서 보통 하루에 1~2건의 작명을 하고 있다. 이동우 과장은 “상대방이 읽을 수 있는 한자를 택해야 하며 글로벌 시대에 맞게 외국인들도 부르기 쉬운 이름으로 지어주고 있다”면서 “선명증(選名證)을 교부할 때 남편과 아내가 지켜야할 덕목 30가지를 전해주면서, 아무리 아이의 사주와 이름이 좋아도 부모가 환경을 잘 만들어 주고 정성껏 키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고 전했다.
무료 작명서비스를 이용하려면 OK민원센터 ‘작명코너’에 직접 신청하거나 인터넷(http://cafe.daum.net/name7)을 통해 신청하면 된다.
청각장애인의 손과 발, 수화통역서비스
서초구청에는 서울농아인협회에서 파견한 수화통역 봉사자인 이명순(44)씨가 청각, 언어장애인들의 손과 발이 되어 바쁘게 활동하고 있다. 서울시 16개 구청에서 수화통역사들이 봉사를 하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서초구는 대법원과 대검찰청이 들어서 있는 법조단지가 있고 병원이 많다는 특징 때문에 수화통역의 수요가 아주 많은 곳이기도 하다.
이명순씨는 구청에 상주하면서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안내 및 상담을 맡는 것은 물론, 화상 전화나 인터넷으로 약속을 해 병원 진료나 경찰민원, 법원 재판 등 수화통역이 필요한 곳으로 출장서비스를 나가기도 한다. 재판이나 경찰 수사 통역을 할 때는 청각장애인들의 의사가 온전하게 전달돼 억울한 누명을 쓰거나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의뢰인의 입장에서 최선을 다한다.
청각장애인들이 병원을 이용할 때도 수화통역서비스가 중요하다. 평소에 단순한 통역이 아니라 청각장애인들의 입장을 대변해주는 식으로 서비스를 하다 보니 친밀도가 높아져, 산부인과나 비뇨기과처럼 남 앞에 드러내기가 쉽지 않은 진료에까지 통역 의뢰를 하기도 한다. 이렇게 신뢰감이 쌓이면서 자녀문제나 고부갈등, 이혼 상담 등 비밀스러운 고민까지 털어놓는 경우도 많아 어떤 조언을 해주어야할지 어깨가 무거워지기도 한다.
수화통역봉사를 하면서 안타까움을 느낄 때가 종종 있다. 수화통역사가 부족해 혼자 너무 많은 일을 감당하다 보니 간혹 의뢰가 중복돼 도움을 주지 못할 경우다. 하지만 음식을 주문하거나 홈쇼핑에서 물건을 구매하는 등의 사소한 통역서비스부터 법률적인 상담까지 청각장애인들의 삶을 좀 더 편리하게 해줄 수 있다는 것에 큰 보람을 느낀다. “수화통역 봉사는 그림자다. 물건이 없으면 그림자도 나타나지 않듯이 의뢰인이 있기 때문에 내가 있다”라는 사명감을 밝힌 이명순 봉사자가 있어, 서초구청을 찾는 청각장애인들의 불편을 덜어주고 있다.
장은진 리포터 jkumeu@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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