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진 칼럼]여성정책 10년의 성과와 한계

지역내일 2010-07-14
여성정책 10년의 성과와 한계
임현진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장 정치사회학)

요즘 병원에 가면 남편에게 구타당한 아내 보다 아내에게 구타당한 남편들이 더 많다고 한다. 그래서 ‘여성의 전화’ 못지않게 ‘남성의 전화’도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물론 이것은 여권의 신장에 비한 남권의 몰락을 비꼰 농담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과거 남성지배적 사회에서 큰 소리치던 남성의 입장에서 보면 양성평등사회의 도래가 기대와 동시에 우려를 주는 것이 사실이다.
지난주가 여성주간이었다. 그러나 천안함, 4대강, 영포회 등을 둘러싼 시비에 묻혀 여성주간은 세간의 주목을 끌지 못했다. 돌이켜 보면, 1998년에 여성특별위원회가 대통령 직속으로 만들어져 최초의 독립적인 여성정책을 담당하게 되었다. 그 결과 2001년에 여성부가 출범했다.
2004년에 성매매방지법이 제정되었고, 2005년에는 호주법이 폐지됐다. 이를 통해 남녀라는 젠더 관계에서 여성의 위상이 높아졌지만, 그렇다고 여성 삶의 질이 근본적으로 바뀐 것은 아니다. 실제로 우리 사회에서 여성의 사회경제적 지위는 여전히 취약하다고 할 수 있다.

취약한 사회경제적 지위
한국사회의 젠더관계에서 열악한 여성의 경제적, 정치적 위상은 여성권한척도(Gender Empowerment Measure, GEM)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GEM은 정치, 경제 분야의 여성의 참여 정도를 지표화한 것으로 여성과 남성이 어느 정도 동등하게 사회에서 활동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GEM은 여성 국회의원 비율, 여성 행정관리직 비율, 여성전문기술직 비율, 그리고 남녀소득 비율 등 네 가지 영역서 남녀 사이의 사회참여 격차를 파악한다.
2009년 유엔개발계획의 인간개발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GEM 네 분야에서 모두 중하위권에 위치한다. 작년 한국의 경제규모가 15위인 것을 고려하면, 총점에서 109개 나라들 중 61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여성의 참여가 저조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근대 이후 남성의 생애가 노동자로서의 일대기를 중심으로 구성되었다면, 여성의 생애는 핵가족적 성별분업 속에서 어머니 노릇과 노동시장 참여라는 두 축으로 이루어진다.
그 결과 남성이 ‘신규취업--다양한 형태의 노동시장 참여 지속--은퇴’라는 안정적 형태의 생애주기를 갖게 된 반면, 여성의 생애는 ‘결혼, 출산, 양육, 취업 등을 둘러싸고 단절과 지속이 다양하게 접합되는 복합적 형태’를 띠게 됐다.
이것은 출산율 저하와 가족형태의 다양화와 바로 연결된다. 한국 여성들이 결혼을 기피하고 아이를 갖더라도 적게 가지려는 이유는 명백하다. 여성들이 아이를 가짐으로써 생기는 소득과 경력 단절, 양육 부담 등의 불안정성보다 아이가 없거나 적을 때 얻을 수 있는 저축, 취업, 교육 등 안정성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저출산, 고령화, 이혼 및 비혼의 비율 증가, 그리고 가족형태의 다양화 그 자체가 사회적 문제라고 할 수는 없다. 아이를 낳지 않거나, 노인이 많아지거나, 결혼을 하지 않거나, 그리고 새로운 형태의 가족을 형성하더라도 행복하게 산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문제는 그것이 정치경제적인 구조적 이유에서 발생한다는 데 있다.
‘내 집 마련의 꿈’을 위해 ‘자기 인생의 꿈’은 포기해야 한다거나, 그리고 자녀교육을 위해 가족이 이별을 해야 할 상황에서 사람들이 출산포기나 가족해체 이외의 대안을 찾기는 어렵다. 이 점에서 이를 지켜보며 자란 젊은 세대들이 결혼을 미루거나 안하는 것은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에서 저출산과 탈(脫)핵가족화가 중대한 사회문제로 떠오르는 배경이다.

인구 가족 여성 포괄하는 정책
결국 조화롭고 성숙한 양성평등 사회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한국의 여성정책이 저출산, 고령화, 이혼 및 비혼 비율의 증가, 그리고 가족형태의 다양화라는 거시적 변화를 고려해야 한다.
스웨덴식 남편 육아휴직제도 도입이 저출산 극복에 실효를 나타냈듯이 양성평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여성뿐 아니라 때로는 남성도 사회경제적 지원제도에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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