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능함은 시대의 요구에 따라 변화
어떤 어머니가 ‘요즘 최고의 사주는 역마살’이라는 말을 했다. 조선시대 같으면 비난받을 특성이 재능으로 인정되는 시대가 되었다는 말이다. ‘딴따라하면 배고프다’라고 질책하던 시절이 지나 연예인 지망생으로 기획사는 넘쳐나고, 운동선수는 무식하다고 무시하던 시대에서 최고의 연봉을 자랑하며 최고의 배우자와 결혼했다는 기사도 있다. 속된 말로 명문대를 졸업한 부부교수인 후배가 아들이 공부를 잘한다며 ‘공부해서 뭐 해먹고 살지 큰일이야’라고 걱정하는 것을 듣고는 격세지감이라는 사자성어를 새삼 생각했다. 자신의 능력을 선택해서 태어날 수 없으니 자신의 능력이 시대와 맞지 않는다면 불우한 인생을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대는 스피드 시대이며 다양성의 시대이다. 하나의 특성이 시대의 요구일지라도 곧 반대의 특성이 시대의 요구가 되고, 롱테일의 경제학이니 블루오션이니 하는 말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모든 특성은 그에 맞는 수요가 존재한다. 따라서 그 시대에 어떤 직업이 유망한가를 가늠해 보는 것도 중요하나 자신의 능력이 해낼 수 있는 그 시대의 직업을 가늠해 보는 것이 더 필요하다. 어떤 직업이 연봉이 높더라는 말을 듣고 대학전공을 선택하면 졸업 후 사회활동을 할 때 오히려 그 직업은 사양 산업이 되어버린 경우가 있다. 그래서 우리는 전능을 꿈꾸는 지도 모른다. 모든 잘하면 아무 걱정이 없으니.
전지전능한 영웅은 없다
전통 한국소설과 드라마에는 영웅이 너무 흔하다. 양반가에서 백옥같이 생겨서 하나를 들으면 열을 알고, 16세에 장원급제하고, 어떤 탁월한 스승보다도 단기간에 청출어람하고, 국가의 어떤 위기도 해결해 내고는 재상의 사위가 되거나 재상이 되는 성공코스를 달리는 인재가 많다. 이런 전통은 쭉 이어져 한국드라마의 남자 주인공들은 재벌가의 아들로 아버지의 경제적 만능을 맘껏 누리거나 똑똑하여, 20대 초반에 고시에 패스하거나 벤처사업에 성공하거나 전부 의사이다. 뿐만 아니라 호화 오피스텔에 호화 차에 멋진 슈트를 입고 나타나 모든 문제를 싹 해결해내는 영웅이다.
너무나 헌신적인 어머니 역할을 해내는데 도취되어, 가끔 부족한 아들 또는 딸의 역할을 해내는 자식에게 심어지는 자기비하의 싹을 심어준다. 문제를 지적하는 과정 속에서 ‘아이가 자신의 문제를 발견하고 더 노력하여 극복하길 바라는’ 어머니의 깊은 의도는 숨겨져 아이에게 전달되지 못한다. 자신의 문제를 질책과 함께 인식한 아이는 자신의 문제에 대해 수치심을 먼저 배운다. 그리고 모든 인간이 그렇듯 자신의 치부를 기억하고 싶지 않아서 자신의 문제를 자기 스스로 은폐하려 하고, 문제를 개선하길 바라는 어머니의 사랑을 질책으로 착각하며 어머니에 대한 분노를 배운다.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발견해내는 과정과 극복해가는 인생의 경험을 스스로 거부하게 된다.
리더는 자신의 결여를 보완하는 방법을 찾아낸 존재
20세기를 대표하는 경영자는 우리가 예측하는 빌게이츠가 아니다. 20세기 대기업의 대량 생산 체제를 운영한 ‘포드’이다. 포드는 자동차 회사를 대량생산체제로 시스템을 구축해서, 그 시스템이 다른 산업에 퍼져 가는데 공헌했으나 언제나 비난의 중심이 되었다. 포드가 자동차를 최초로 개발한 사람이 아니었으며, 포드가 구조주의적 사회체제를 고안해 낸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포드는 전 미국의 신문기자를 모아서 어떤 질문에도 답하겠다며 기자회견을 열었고, 전 미국의 관심 속에서 진행되었다. 당일 포드는 지식의 모든 분야 최고 전문가 수십 명을 고용하여 대동하고 나타났고, 기자들의 모든 질문을 각 분야의 전문가가 대신 답하였다. 기자들의 항의에 포드는 당당히 ‘이들은 내 돈을 받고 질문을 답한 것이므로 내가 답한 것이다’라고 대답했다.
자신이 무엇을 잘하고 못하는지를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스스로 문제를 보완하려는 평정심을 지니고 있어야 자신의 문제를 도와줄 조력자를 구하고 리더로 성장해 나갈 수 있다. 그것은 필자가 거듭 주장하는 포괄적인 독서를 통해서 가능하다. 현실 삶과 다양한 매체의 지식을 통해 스스로 인식해 나가야 자신의 결여를 직면하고 극복 방법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자신의 결여를 부모의 질책으로 깨달아 수치심으로 성장한 아이는 누군가의 도움을 받은 것도 죄의식으로 남아 불행한 감정 속에서 일생을 살아갈 것이다. 자신의 결여가 수치스럽지 않을 때 타인의 탁월함을 질투가 아닌 진심어린 예찬으로 바라볼 수 있으며, 주변의 탁월함을 빌려 자신의 결여를 채우며 리더로 성장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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