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 주식에 대한 증여세 폭탄

지역내일 2010-07-01
어느 날 서울에서 증권 시장에서 일하는 친구의 전화가 왔다. 좋은 주식이 있는데 자기 이름으로 사기가 곤란하니 이름을 빌려달라는 것이었다. 영문도 모르고 이름을 빌려주었다. 그런데 몇 년이 지난 후 세무서에서 증여세 2억 원을 내야 한다고 통지가 왔다. 이름만 빌려주고 어떤 이득을 얻은 것도 없는데 무슨 세금을 내라는 것일까?
개인 회사 사장이 법인을 설립한다고 해서 할 수 없이 주주 명부에 이름을 올려 준 직원이나 아들이 회사를 설립한다고 해서 명의를 빌려 준 부모님도 있다. 회사의 주가를 조작하는 작전 세력들도 수십 명의 차명 계좌를 이용하여 주식을 매입한다. 상장 회사나 코스닥 등록 회사의 주식은 샀다 팔아도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는다. 그래서 주가 조작을 하는 작전 세력들은 차명 계좌를 이용하여 수십 명의 이름으로 주식을 샀다가 팔아서 이득을 챙긴다. 또한 대주주들도 차명으로 주식을 보유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세금이다. 이름을 빌려준 사람들은 세무 조사를 받게 되면 혹독한 시련을 겪어야 한다. 그냥 이름만 빌려서 주주 명부에 올려놓았다는 것 자체가 세금을 내야하는 이유이다. 세법에서는 다른 사람의 이름을 빌려 주식을 취득한 경우 무조건 증여세를 부과하도록 되어 있다. 이름을 빌린 사람에게는 아무런 세금이 나오지 않고 이름을 빌려준 사람에게 증여세가 부과된다. 월급만 받고 있던 직원, 아들 회사 잘 되라고 이름을 빌려준 부모님에게 엄청난 증여세가 부과된다.
이렇게 주식의 명의 신탁에 대하여 증여세를 부과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이 명의 신탁을 주장하면서 증여세를 회피하려고 하기 때문에 일단 증여로 인정하여 세금을 부과할 수 있게 하려는 것이다. 헌법재판소에서도 명의 신탁을 증여로 인정하여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명의를 빌려준 경우에 증여세를 내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명의를 빌려준 이유가 증여세 및 기타 세금을 내지 않으려는 목적이 없었다는 점을 밝히면 된다. 조세 회피의 목적에는 대주주의 취득세 납부 의무, 과점 주주의 2차 납세 의무, 누진적 종합소득세, 배당세 회피 등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조세 회피 목적이 없이 단순한 상법상 요구되는 발기인 수의 충족 등을 위하여 명의를 신탁한 경우에는 증여세 폭탄을 면할 수 있다.

이재구 변호사 / 법무법인 대륙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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