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에 직면한 부부들을 최전방에서 만나는 전문가들이 귀띔해준 이혼 사유는 무엇일까?
노경희 변호사는 “과거에 비해 부인의 외도가 꽤 많이 드러나고 있다. 부부의 섹스리스도 이혼 사유로 종종 거론된다”고 전한다. 김영희 조정위원은 “이혼 위기의 70~80퍼센트는 섹스리스”라고 말한다. 이주은 원장 역시 “부부 관계는 남녀 관계다. 현장에서 겪은 이혼 사유는 첫째 배우자의 부정”이라고 전했다.
혼인은 줄고, 이혼은 늘고
일상 어디서든 ‘이혼’ 이야기가 넘쳐나는 요즘, ‘이혼’ 관련 통계도 심심찮게 쏟아진다. 지난 4월 21일, 통계청에서 발표한 ‘2009년 이혼 통계’를 보면 지난해 이혼은 12만4천 건으로, 2008년 11만 6천500건보다 7천500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4년부터 꾸준히 감소세를 보인 이혼율이 6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선 것. 다시 이혼이 늘어나는 걸까?
이에 대해 통계청 인구동향과의 박원란 통계사무관은 “2008년에는 6월 이혼 숙려 기간제 도입으로 3개월간 이혼 신고 공백이 있었다는 점을 참고해야 한다.
2009년 이혼 건수는 수치상으로 보면 2007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보인다”면서 “하지만 주목할 것은 혼인율과 비례다. 혼인 건수는 31만 건으로 2008년보다 1만8천 건이 감소했다는 점이다.
갈수록 혼인 건수는 줄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이혼 건수도 늘어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설명한다.
신혼 이혼 가장 많고,
황혼 이혼 꾸준히 증가세
이혼을 ‘동거 기간’별로 살펴보면, 이혼한 부부 가운데 0~4년 동거 부부가 27.2 퍼센트로 가장 높았다. 뒤이어 5~9년은 23.6퍼센트, 10~14년은 20.0퍼센트, 15~19년은 18.4퍼센트였다.
박원란 통계사무관은 “신혼 이혼도 대부분 결혼 1~2년 때 가장 많이 한다. 신혼 이혼 통계는 지역별 이혼 건수에도 영향을 준다. 특히 인천이나 경기도 등 수도권 일대의 이혼율이 타 지역보다 훨씬 높게 나오고 있다. 이는 신혼부부들이 결혼 후 첫 주거지역으로 서울 도심보다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한 수도권 일대에 많이 거주하는 것과 연관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하나, 2009년 이혼 발표에서 눈에 띄는 점은 20년 이상 동거한 부부(황혼 부부)의 이혼 건수가 22.8퍼센트로 높고, 꾸준히 증가세에 있다는 것. 이혼 건수도 2만8천300건으로 2008년 2만6천900건보다 1천400건이 늘었다.
통계상은 성격 차 - 경제 문제
- 배우자 부정 순, 실상은?
우리나라 부부들은 어떤 사유로 이혼을 가장 많이 할까?
‘2009 이혼 통계’를 보면 ‘성격 차이’가 46.6퍼센트로 주된 이혼 사유로 나타났다. 2000년 40.2퍼센트에서 6.4퍼센트 늘었다. 뒤이어 경제 문제가 14.4퍼센트, 배우자 부정이 8.3퍼센트, 가족의 불화가 7.4퍼센트 순으로 이어졌다. 2000년 전과 비교할 때 가족의 불화가 21.9퍼센트에서 7.4퍼센트로 줄어들고, 성격 차이와 경제 문제의 비중이 높아졌다. 이혼 전문 노경희 변호사는 “과거에 비해 부인의 외도가 꽤 많이 드러나고 있다. 부부의 섹스리스도 이혼 사유로 종종 거론된다”고 전한다. 김영희부부클리닉을 운영하는 김영희 조정위원은 “이혼 위기의 70~80퍼센트는 섹스리스”라고 단호히 말한다. “출산 후 아내들은 육아에 지쳐 잠자리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 섹스는 본능이다. 그러다 보니 남편들은 밖에서 푸는 것”이라는 설명.
‘이혼하면 좋은 일만 있을 줄 알았는데’ ‘편하지만 외롭네요’ ‘이혼녀라는 소리 들었어요’ ‘두 아이 양쪽에 끼고 자고 싶은데 없네요’ 등 이혼 관련 모임이나 카페에서 자주 보는 글이다. 이혼 후 겪는 경제적인 문제, 육아 문제, 사회의 편견 등에 대한 고민이 줄을 잇는다. 김영희 조정위원은 “이혼한 사람 중 80퍼센트가 이혼을 후회한다는 법원 통계가 있다. 후회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인 문제와 자녀 문제다. 더구나 미성년 자녀가 있을 경우, 양육비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이혼은 냉혹한 현실에 혼자서 부딪치고 해결해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경제 문제나 자녀 문제뿐만 아니라 이혼 자체를 후회하는 케이스도 있다.
이주은 원장은 “당사자들의 문제보다 시댁 갈등이나 장서 갈등처럼 시댁이나 처가의 개입으로 이혼한 부부들은 이혼 후에 떨어져 살면서 주체적이지 못하던 자신들의 결혼 생활에 대해 깨닫고, 이혼을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다시 만나 오해를 풀고 재결합하기도 한다”고 답했다.
이혼소송을 두고 ‘진흙탕 싸움’이라고 했다. 험난한 과정을 거쳐 이혼했는데, 후회하거나 삶이 더 불행해지는 것은 막아야 한다. 후회하지 않는 이혼, 건강한 이혼이 되려면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서울가정법원 김윤정 공보판사는 “이혼 결심 전에 전문가에게 이혼 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 부부 상담은 꼭 재결합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이성적으로 부부 관계를 해소하도록 돕는 역할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회복되지 않으면 이혼을 청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한다.
이혼을 결심한 뒤에는 재산 문제를 분명히 정리, 합의해야 한다. 그리고 자녀 문제도 누가 키울지, 양육비는 얼마씩 받을지, 면접 교섭(양육하지 않는 부모와 자녀가 만나는 것)은 월 몇 회 할지 등을 빼놓지 않고 모두 협의하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이혼이 가족 관계의 해체라는 생각보다는 각자의 행복을 위하여 차선의 선택을 했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자신의 선택에 후회가 없어야 하고, ‘가족의 재구성’을 위해 서로 협력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 이혼 과정에서 겪는 상처는 훨씬 줄어든다.
노경희 변호사는 “후회하지 않는 이혼을 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신중한 태도와 자신의 삶에 대한 책임감이다. 특히 미성년 자녀를 둔 부부는 우선적으로 미성년 자녀의 문제를 해결하고, 위자료나 재산 분할에서 손해를 보지 않으려면 관련 입증 자료를 꼼꼼히 준비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이은아 리포터 identity9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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