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1등 취미활동 ‘등산’ 우리가 책임져요”
산림서비스도우미, 귀촌·귀농 청년들에게 인기
등산은 우리 국민들의 최대 여가활동이 된 지 오래다. 1년에 한 번 이상 등산을 하는 인구가 3000만명에 달할 정도다. 한 달에 한 번 이상 등산을 하는 인구도 1500만명, 일주일에 한 번 이상 등산을 하는 인구도 547만6000명이나 된다. 자연휴양림 이용객도 꾸준히 늘어나 지난해 1년간 8700여명이 다녀갔다.
이처럼 산을 찾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관련 일자리도 자연스럽게 부각되고 있다. 새로운 유망 직종으로 떠오르고 있는 산림서비스도우미다. 전북 남원시 인월면 지리산숲길 안내센터에서 만난 등산안내인 신현주(33)씨, 숲해설가 장준균(42)씨, 숲길 조사·관리원 박무열(43)씨는 이 분야를 대표할만한 사람들이다.
◆ “고향이 준 일자리에 만족” = 지리산숲길 안내센터에서 등산안내인으로 일하고 있는 신현주(33)씨. 10살, 7살 두 아이를 두고 있는 결혼 10년차 주부다. 이곳 전북 남원시 인월면이 고향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상경해 직장생활을 했지만 도시 생활에 지쳐 5년 만에 귀향, 인월에서 남편과 꽃집을 운영했다. 하지만 인구 3000여명 남짓한 인월면에서 꽃집이 잘 될 리 없었다. 일할 수 있는 직장이 절실했다. 산림청이 지리산숲길 안내센터를 만들면서 모집한 등산안내인이라는 일자리는 신씨에게 ‘가뭄에 단비’ 같았다.
신씨는 “이곳 젊은 사람들에게 농사일 말고는 이렇다 할 일자리가 없다”며 “산림청의 등산안내인 모집공고를 보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지원서를 냈다”고 말했다.
신씨가 하는 일은 안내센터를 찾아오는 등산객들에게 지리산숲길의 코스와 특성, 대중교통, 숙박시설 등을 안내하는 일이다. 등산객들과 함께 숲길을 걸으며 안내하는 일도 한다.
숲길의 낙석제거, 잔가지치기, 쓰레기 줍기 등도 신씨의 일이다. 이렇게 해서 한 달에 100만원 안팎의 급여를 받는다.
신씨는 요즘 일주일에 1만명이 넘는 숲길 이용객들을 상대한다. 늘 같은 얘기를 반복해야 하는 처지지만 그래도 밝은 표정을 잃지 않는다. 그녀는 “나야 같은 얘기를 반복해야 하지만 듣는 사람은 모두 다른 사람들”이라며 “그들에게 제 고향과 그곳의 숲길을 소개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녀에게 등산안내인은 간절히 바라던, 그것도 고향에 살면서 할 수 있는 ‘직장’이었다. 하지만 2008년부터 3년간 이 일을 하면서 그녀의 생각도 변했다. 단순한 ‘돈벌이용 일자리’를 넘어 ‘고향을 지키는 청년’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지리산숲길 안내센터장도 맡고 있다.
그녀는 “등산안내인은 사람들에게 유익한 정보도 주고, 고향도 지킬 수 있는 황금같은 일자리”라며 “이런 일자리가 많아지면 젊은 사람들도 고향에 정착해 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 “숲해설가는 감성 전달자” = 장준균(42)씨도 지리산숲길 안내센터에서 일한다. 그의 직은 ‘숲 해설가’다. 등산객들에게 숲에 대한 지식과 정보, 생태환경을 전달하는 일이 주 업무다. 하지만 정보의 홍수 속에서 숲에 대한 단순 정보를 전달하는 일은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 장씨의 생각이다. 그는 ‘숲 해설가’가 하는 일에 대해 ‘숲 감성 전달자’라는 나름의 해석을 내놨다. 그는 “숲을 찍은 사진 한 장에서 설명해야 할 생태적 관계가 100만 가지나 된다”며 “단순히 지식이나 사실을 전달하는 데 치우쳐서는 숲을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고 했다. “정서적 고향, 존재의 고향으로서의 숲의 가치를 전달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장씨는 서울이 고향이다. 대학 졸업 후 대기업 등에서 15년이나 근무했다. 하지만 장씨 역시 갑갑한 도시를 떠나야겠다는 생각에 2009년 짐을 쌌다. 다행히 아내도 자신의 결정을 선뜻 따라줘 지금 이곳 인월에서 정착해 살고 있다. 땅을 조금 빌려 고사리와 감자 농사를 짓고 있다.
장씨는 지난해 우연히 남원시에서 모집하는 ‘숲 해설가’에 지원해 뽑혔다.
그는 “제 일은 숲에서 살면서 느끼는 행복을 도시 사람들과 나누는 일”이라며 “특히 도시 아이들에게 숲에 대해 알려주는 일에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 발끝으로 만든 지리산숲길 = 박무열(43)씨는 ‘숲길 조사·관리원’이다. 말 그대로 개발하고 복원해야 할 숲길을 미리 조사하고, 이미 만들어진 숲길도 관리하는 것이 그가 맡은 일이다. 이미 개통된 남원시 주천면 장안리에서 함양군 금서면 수철리까지 지리산숲길 70㎞는 물론 개통을 준비 중인 수철리에서 하동군 청암면 상의리까지 60㎞ 구간도 그의 발끝에서 완성됐다. 다시 상의리에서 하동군 악양면 대충리까지 27㎞ 구간과 구례군을 지나는 60㎞ 구간도 이미 조사를 마쳤다. 지리산숲길 300㎞가 박씨에 의해 완성되고 있는 것이다.
그는 대학 졸업 후 귀농해 농사를 짓겠다고 결심, 경남에서 농사를 지었다. 일에 지쳐 7년 전 쉴 곳을 찾아 지리산 실상사 근처로 들어와, 지리산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 지리산 구석구석을 안 가본 곳 없는 ‘전문가’다.
박씨는 2007년 처음 지리산숲길 조성 소식을 듣게 됐다. 늘 지리산 속으로만 다니는 그에게 지리산 둘레를 잇는 길은 색다른 매력이었다. 기꺼이 숲길 조사·관리원을 자청했다.
그가 하는 일은 단순히 길만 조사하는 것이 아니다. 옛 지도와 문헌을 찾아 과거의 길을 복원해야 하고, 또 마을과 마을을 잇는 길인만큼 그 마을의 의미 있는 옛이야기나 문화유적들도 찾아야 한다. 지리산 자락을 지키고 사는 마을 사람들을 하나하나 만나 옛길 이야기를 듣는 것도 그의 일이다. 이 때문에 지리산숲길이 지나는 마을 주민들 중에서 그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지리산숲길의 생생한 증인인 셈이다.
숲길 조사·관리원은 그에게 지리산을 더 깊이 아는 기회를 줬다. 이 일이 박씨에게 일자리 이상의 의미를 갖는 이유다.
박씨는 “처음 지리산숲길을 만들 때는 사람들이 올까 고민했었다”며 “하지만 요즘은 방문객이 너무 많아 걱정이 될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보람도 있지만, 그가 가슴 깊이 사랑했던 지리산이 다칠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남원 =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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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서비스도우미, 귀촌·귀농 청년들에게 인기
등산은 우리 국민들의 최대 여가활동이 된 지 오래다. 1년에 한 번 이상 등산을 하는 인구가 3000만명에 달할 정도다. 한 달에 한 번 이상 등산을 하는 인구도 1500만명, 일주일에 한 번 이상 등산을 하는 인구도 547만6000명이나 된다. 자연휴양림 이용객도 꾸준히 늘어나 지난해 1년간 8700여명이 다녀갔다.
이처럼 산을 찾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관련 일자리도 자연스럽게 부각되고 있다. 새로운 유망 직종으로 떠오르고 있는 산림서비스도우미다. 전북 남원시 인월면 지리산숲길 안내센터에서 만난 등산안내인 신현주(33)씨, 숲해설가 장준균(42)씨, 숲길 조사·관리원 박무열(43)씨는 이 분야를 대표할만한 사람들이다.
◆ “고향이 준 일자리에 만족” = 지리산숲길 안내센터에서 등산안내인으로 일하고 있는 신현주(33)씨. 10살, 7살 두 아이를 두고 있는 결혼 10년차 주부다. 이곳 전북 남원시 인월면이 고향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상경해 직장생활을 했지만 도시 생활에 지쳐 5년 만에 귀향, 인월에서 남편과 꽃집을 운영했다. 하지만 인구 3000여명 남짓한 인월면에서 꽃집이 잘 될 리 없었다. 일할 수 있는 직장이 절실했다. 산림청이 지리산숲길 안내센터를 만들면서 모집한 등산안내인이라는 일자리는 신씨에게 ‘가뭄에 단비’ 같았다.
신씨는 “이곳 젊은 사람들에게 농사일 말고는 이렇다 할 일자리가 없다”며 “산림청의 등산안내인 모집공고를 보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지원서를 냈다”고 말했다.
신씨가 하는 일은 안내센터를 찾아오는 등산객들에게 지리산숲길의 코스와 특성, 대중교통, 숙박시설 등을 안내하는 일이다. 등산객들과 함께 숲길을 걸으며 안내하는 일도 한다.
숲길의 낙석제거, 잔가지치기, 쓰레기 줍기 등도 신씨의 일이다. 이렇게 해서 한 달에 100만원 안팎의 급여를 받는다.
신씨는 요즘 일주일에 1만명이 넘는 숲길 이용객들을 상대한다. 늘 같은 얘기를 반복해야 하는 처지지만 그래도 밝은 표정을 잃지 않는다. 그녀는 “나야 같은 얘기를 반복해야 하지만 듣는 사람은 모두 다른 사람들”이라며 “그들에게 제 고향과 그곳의 숲길을 소개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녀에게 등산안내인은 간절히 바라던, 그것도 고향에 살면서 할 수 있는 ‘직장’이었다. 하지만 2008년부터 3년간 이 일을 하면서 그녀의 생각도 변했다. 단순한 ‘돈벌이용 일자리’를 넘어 ‘고향을 지키는 청년’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지리산숲길 안내센터장도 맡고 있다.
그녀는 “등산안내인은 사람들에게 유익한 정보도 주고, 고향도 지킬 수 있는 황금같은 일자리”라며 “이런 일자리가 많아지면 젊은 사람들도 고향에 정착해 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 “숲해설가는 감성 전달자” = 장준균(42)씨도 지리산숲길 안내센터에서 일한다. 그의 직은 ‘숲 해설가’다. 등산객들에게 숲에 대한 지식과 정보, 생태환경을 전달하는 일이 주 업무다. 하지만 정보의 홍수 속에서 숲에 대한 단순 정보를 전달하는 일은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 장씨의 생각이다. 그는 ‘숲 해설가’가 하는 일에 대해 ‘숲 감성 전달자’라는 나름의 해석을 내놨다. 그는 “숲을 찍은 사진 한 장에서 설명해야 할 생태적 관계가 100만 가지나 된다”며 “단순히 지식이나 사실을 전달하는 데 치우쳐서는 숲을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고 했다. “정서적 고향, 존재의 고향으로서의 숲의 가치를 전달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장씨는 서울이 고향이다. 대학 졸업 후 대기업 등에서 15년이나 근무했다. 하지만 장씨 역시 갑갑한 도시를 떠나야겠다는 생각에 2009년 짐을 쌌다. 다행히 아내도 자신의 결정을 선뜻 따라줘 지금 이곳 인월에서 정착해 살고 있다. 땅을 조금 빌려 고사리와 감자 농사를 짓고 있다.
장씨는 지난해 우연히 남원시에서 모집하는 ‘숲 해설가’에 지원해 뽑혔다.
그는 “제 일은 숲에서 살면서 느끼는 행복을 도시 사람들과 나누는 일”이라며 “특히 도시 아이들에게 숲에 대해 알려주는 일에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 발끝으로 만든 지리산숲길 = 박무열(43)씨는 ‘숲길 조사·관리원’이다. 말 그대로 개발하고 복원해야 할 숲길을 미리 조사하고, 이미 만들어진 숲길도 관리하는 것이 그가 맡은 일이다. 이미 개통된 남원시 주천면 장안리에서 함양군 금서면 수철리까지 지리산숲길 70㎞는 물론 개통을 준비 중인 수철리에서 하동군 청암면 상의리까지 60㎞ 구간도 그의 발끝에서 완성됐다. 다시 상의리에서 하동군 악양면 대충리까지 27㎞ 구간과 구례군을 지나는 60㎞ 구간도 이미 조사를 마쳤다. 지리산숲길 300㎞가 박씨에 의해 완성되고 있는 것이다.
그는 대학 졸업 후 귀농해 농사를 짓겠다고 결심, 경남에서 농사를 지었다. 일에 지쳐 7년 전 쉴 곳을 찾아 지리산 실상사 근처로 들어와, 지리산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 지리산 구석구석을 안 가본 곳 없는 ‘전문가’다.
박씨는 2007년 처음 지리산숲길 조성 소식을 듣게 됐다. 늘 지리산 속으로만 다니는 그에게 지리산 둘레를 잇는 길은 색다른 매력이었다. 기꺼이 숲길 조사·관리원을 자청했다.
그가 하는 일은 단순히 길만 조사하는 것이 아니다. 옛 지도와 문헌을 찾아 과거의 길을 복원해야 하고, 또 마을과 마을을 잇는 길인만큼 그 마을의 의미 있는 옛이야기나 문화유적들도 찾아야 한다. 지리산 자락을 지키고 사는 마을 사람들을 하나하나 만나 옛길 이야기를 듣는 것도 그의 일이다. 이 때문에 지리산숲길이 지나는 마을 주민들 중에서 그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지리산숲길의 생생한 증인인 셈이다.
숲길 조사·관리원은 그에게 지리산을 더 깊이 아는 기회를 줬다. 이 일이 박씨에게 일자리 이상의 의미를 갖는 이유다.
박씨는 “처음 지리산숲길을 만들 때는 사람들이 올까 고민했었다”며 “하지만 요즘은 방문객이 너무 많아 걱정이 될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보람도 있지만, 그가 가슴 깊이 사랑했던 지리산이 다칠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남원 =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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