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크의 시작은 옆집 엄마부터다. 평소 남편과 아이 뒷바라지에 지쳐 ‘내 인생은 사라졌다’며 하소연하던 김아무개씨. 그녀에게 남편의 출장과 아이의 캠핑이 겹치는 행운이 주어졌다. 결혼 10년 만에 남편과 아이 없이 처음 맞은 특급 휴가 1박 2일. 과연 그녀는 무엇을 할까? 일주일 전부터 그녀는 주변 친구들에게 물어가며 비밀 노트에 ‘머스트 두 잇(must do it)’을 하나씩 적어 내려갔다.
부럽다! 우리 남편은 출장 안 가나…
엄마들 사이에서 제일 부러운 집은 남편이 1년에 서너 차례 일주일 정도씩 출장을 다니는 집. 일곱 살 아이를 키우는 이아무개(38)씨는 “아이가 어릴 때는 갓난쟁이를 혼자 볼 생각에 남편이 없다는 게 너무 싫었는데, 아이가 서너 살이 되면서는 남편의 출장을 즐겼다”며 속내를 밝힌다. 회사일이나 조문 등으로 행여 하루라도 남편이 들어오지 않으면 집 안의 문이란 문은 다 걸어 잠근다는 집도 있다. 하지만 주변의 대다수 주부들은 뜻밖의 1박 2일 휴가를 얻어 ‘머스트 두 잇’ 목록을 적는 김씨가 부러울 뿐이다. 과연 당신이라면 ‘머스트 두 잇’의 No. 1에 무엇을 적을까? 주부들에게 묻고 대답을 들었다.
나이트와 클럽에서
밤을 불사르리라~
대다수 주부들은 비록 1박 2일이지만 ‘싱글 라이프’로 회귀를 꿈꾼다. 취향에 따라 나이트와 클럽, 바(bar)로 나뉘는 게 특징. 실컷 젊음을 즐기고 나이 마흔이 되어 결혼한 이아무개(41)씨도 “밤에 밖에서 논 게 100만 년은 된 것 같다. 무조건 나이트나 클럽에 가서 맘껏 놀고 싶다”고 말한다. 이왕이면 처녀 시절 함께 밤을 빛내던 친구들과 함께라면 좋겠다는 의견. 평소 무드를 좋아하는 송아무개(39)씨는 “낯선 이가 말벗, 술벗 해주는 것도 좋겠다”며 야경 좋은 바에 가고 싶다 밝힌다.
친구들과 파자마 파티
파자마 파티, 아이들만 하라는 법 있나? 친구들을 몽땅 집으로 불러 파자마 파티를 즐기고 싶다는 주부들도 많았다. 살림하랴, 아이 낳고 키우랴 그간 못 본 그리운 친구들과 술 한 잔 걸치며 밤새 밀린 수다를 떨어보고 싶다는 것. 결혼 5년차 이아무개(34)씨는 “결혼 후 친구들과 반나절 이상 만난 적이 한 번도 없다. 하루쯤 밀린 수다를 실컷 떨어보고 싶다”고 말한다. 그간 밀린 수다가 어디 하룻밤에 끝나겠는가만 술도 ‘끝장나도록’ 마시며 그간의 긴장을 풀고 싶다는 의견도 있다.
친구들과 1박 2일
여행을 떠나요!
아예 1박 2일 여행을 다녀오겠다는 의견도 꽤 많았다. 일곱 살, 다섯 살 형제를 키우느라 집 비울 틈이 없던 최아무개(34)씨는 “일상을 다 잊고, 친구들과 멋진 곳을 여행하고 싶다”고 했다. 김아무개(37)씨는 “친구도 좋고, 옆집 엄마라도 좋다”며 마음만 맞는다면 누구라도 함께 떠날 수 있다 밝힌다.
결혼 13년 차 조아무개(41)씨는 “비행기 타고 제주도에 있는 친구에게 가고 싶다” 한다.
100퍼센트 나를 위한 시간 갖기
종일 그간 해보고 싶던 일을 몽땅 하러 다니겠다는 의견도 있다. 여섯 살, 네 살 형제를 키우는 송아무개(38)씨는 “스파에 가서 찜질하고 마사지 받은 후, 네일 케어도 받으며 여유롭고 한가롭게 나만을 위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 말한다. 그동안 돈 걱정에 하지 못한 일도 맘껏 해보고 싶다는 것. 비싸서 못 먹은 음식, 참고 참은 쇼핑도 하고 싶다고. 아예 신아무개(36)씨처럼 호텔에서 1박 하며 느긋하게 하루를 즐기고 싶다는 의견도 있었다.
반면 박아무개(37)씨는 아이 때문에 하지 못한 일들을 해보고 싶다 밝힌다. “행여 주변에 민폐 끼칠까 싶어 서둘러 먹고 일어나던 브런치도 눈치 안 보고 느긋하게 즐기고 싶다”고. 초등학교 저학년 자매를 키우는 문아무개(39)씨는 “혼자 목욕탕 가고, 쇼핑하고, 영화 보고… 북적이는 애들이랑 신랑 없이 시간을 보내는 게 중요하다”고 밝힌다.
집에서 나 홀로 시체놀이
육아에 지친 케이스일수록 “집에서 혼자 조용히 있고 싶다”고 밝혔다. 다섯 살, 네 살, 두 살 남매의 엄마 배아무개(36)씨는 “집에서 완벽한 시체놀이를 하고 싶다”며 “아무것도 안 하는 게 최고!”라고 말한다. 열두 살, 열 살, 아홉 살 남매를 키우느라 정신없이 산다는 전아무개(39)씨도 “감히 생각해본 적 없지만, 그래도 가능하다면 하루 종일 아무것도 안 하고 뒹굴고 싶다”고 밝힌다. 주변에서 육아에 목숨 걸었다는 평을 듣는 김아무개(37)씨 역시 “새벽부터 안 일어나고 늘어지게 자고 싶다. 종일 남이 해주는 밥 먹으며…. 내가 원하는 건 오직 그것뿐!”이라고 덧붙인다. 원하는 게 휴식과 잠, 혼자만의 시간이라니 참으로 소박하다.
나는 원한다…
때때로 ‘백 투 더 싱글 라이프’
남편과 아이 없는 1박 2일간 주부들이 하고 싶은 일은 대체로 ‘싱글 라이프’에 가깝다. 식구들 깨우랴, 아침 식사 준비 하랴, 남편 챙기랴, 아이 챙기랴, 밀린 집안일하랴… 하루 24시간이 부족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무엇에 쫓기지 않고 맘 편히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게 핵심적인 내용. 자녀가 많아 육아에 지칠수록 휴식과 잠처럼 하고 싶은 일이 더욱 소박해지는 것도 특징이다. 심지어 “댁의 남편과 자녀가 1박 2일간 없다면 당신은 그 시간을 무엇을 하며 보내겠습니까?”라는 질문을 듣고 뭘 할까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는 의견도 다수! 오랜만에 보고 싶은 이, 가고 싶은 곳, 갖고 싶은 것, 하고 싶은 일을 떠올리는 일이 즐거웠다는 것. 비록 현실은 상상과 다를지언정 말이다.
문영애 리포터 happymoon30@naver.com
일러스트 홍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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