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일꿈]아픔의 봄, 생명의 봄

지역내일 2010-04-21
아픔의 봄, 생명의 봄
최병필 (서울신학교 학생)

봄은 아픔과 희망을 동시에 주는 묘한 아지랑이 같다.
2004년 4월의 봄. 평생을 함께 아파해야 할 중대한 사건이 일어났다. 몸 관리를 소홀히 한 탓에 오른쪽 다리의 무릎 밑을 절단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교통사고를 당했느냐는 등 만나는 사람마다 걱정 어린 질문을 쏟아냈다. 건강을 제대로 챙기지 못한 탓이었다. 누구에게 하소연도 못하고 가슴만 칠 일이었다.
세상은 장애인에게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이런저런 일들을 찾아보아도 반기는 곳이 많지 않았다.
2008년 봄. 미래의 반려자를 만나는 일이 생겼다. 그해 겨울 결혼이라는 중대한 일을 치르게 됐다. 서로에 대한 불만보다는 서로에 대한 꿈을 존중해줬다. 서로 협력하며 오손도손 가정을 꾸리게 됐다.

돈보다 소중한 것은 사람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이 돈이 있겠지만, 그보다 더 큰 것은 함께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깊이 깨닫게 됐다. 돌이킬 수 없는 아픔을 품고 사는 나에게 그것보다 더 큰 선물은 없었다.
2009년 늦은 봄. 새로운 생명이 생겨났다. 아이가 생겼다. 기쁨을 감출 재간이 없었다. 새 생명은 새로운 꿈으로 이어지고 새로운 그림들이 휙휙 지나갔다. 매일같이 이렇게 저렇게 우리의 미래를 만들어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10개월이 지난 2010년 봄. 예쁜 여자아이가 ‘공주님’의 모습으로 태어났다. 나와 아내를 절묘하게 닮았다. 신기한 일이다.
커다란 선물을 받은 나는 이제 과거 아픔보다 미래에 대한 소망을 더욱 키웠다. 미래에 대한 작은 소망을 갖고 하루하루를 살아가게 되었다. 시간이 흐르고 직장생활과 함께 다른 일도 뭐든지 찾게 됐다.
하나의 생명을 키우는 데 많은 수고와 염려와 노력과 힘이 든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됐다. 10개월 동안 품고 생명을 맞이했던 어머니의 모습에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너무 고맙고 감사하다.
젖을 안먹고 이제 갓투정을 부릴 때는 미움이 생긴다고 하지만, 그 뒤에 나오는 작은 웃음에 그런 미움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사라지고 나에게도 또 아내에게도 같은 웃음이 나온다.

새 생명을 품은 초년병 아빠
TV에서는 매일같이 아들을 잃은 어머니들의 통곡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같은 느낌은 아니겠지만 새 생명을 품은 초년병 아빠로 조금이나마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생명의 소중함….
우리네 삶이 힘들고 어렵지만, 오늘도 나에게 주어진 생명과 또 하나 남들이 잘 몰라주는 생명까지도 돌아보고 싶다. 예전에는 몰랐던 미래의 커다란 꿈을 품게 된 모든 상황에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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