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다문화사회 이행을 어떻게 볼 것인가?

지역내일 2010-05-19
다문화사회 이행을 어떻게 볼 것인가?
박병현 (부산대 사회과학대학장)

우리나라는 순혈주의에 입각한 단일민족사회로 받아들여져 왔다. 국내체류 외국인 수는 1990년에는 5만명이 되지 않았으나 2000년에는 49만명으로 10년 사이에 10배 증가했으며, 2007년 8월에는 100만명을 넘어섬으로써 17년 사이에 20배 증가했다.
2010년 현재 국내 체류 외국인의 수는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2.4%에 해당하는 12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이와 같은 추세라면 2020년에는 국내 거주 외국인 주민이 300만명을 돌파하고, 2050년이 되면 한국 내 이민자와 그 자녀가 전체 인구의 21%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결혼한 8쌍 중 한쌍은 국제결혼이다. 한국인과 외국인 사이에서 태어난 2세들도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이는 한국사회가 본격적으로 다문화사회 혹은 다인종사회로 이행하고 있음을 뚜렷이 보여준다.
이러한 다문화 사회로의 이행을 어떤 시각에서 바라봐야 하는가? 20세기가 체제와 이데올로기라는 지배적인 갈등요소로 양분되는 모습을 보였다면, 21세기의 세계는 민족 문화 종교 등을 중심으로 한 국지적 갈등이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한국사회도 지구촌의 세계화와 다양한 자본과 노동의 국내 유입으로 전통적인 단일 민족사회의 개념이 새로운 도전을 받고 있고, 점차 다양하게 분화되는 인종과 문화, 종교의 도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2050년에는 전체인구의 21%
이제는 민족 개념을 초월하여 여러 민족, 여러 문화가 공존하는 사회로 가고 있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또한 다문화 혹은 다인종 사회가 갖고 있는 장점이 무엇인가를 발견하고 그 장점을 국가발전의 원동력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다문화주의는 다인종으로 구성되어 있는 사회에서 다양한 인종의 문화에 대한 상호 존중과 관용을 지칭한다. 1957년 스위스에서 사용되기 시작한 이후 1960년대 후반 캐나다에서 사용되기 시작했고, 1970년대를 전후해 서구 선진국에서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 후 유럽으로 전파되어 1980년대에는 프랑스 독일에서도 다문화주의를 국가발전의 기회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경우 건국 초기 추진했던 동화주의가 갖는 부정적 측면을 지적하고 여러 민족의 문화적 다양성이 미국 발전에 장애가 아니라 도움이 된다는 문화적 다원주의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서구사회에서 문화적 다양성은 국가발전에 방해물이 아니라 원동력이었다. 다시 말해 서구사회의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역량은 문화적 인종적 다양성에서 나오고 있다.
다문화주의의 핵심은 차이의 공존을 인정하고 이질적인 문화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사회의 다원화와 새로운 문화적 정체성을 지향하는 것이다. 따라서 문화적 이질성으로 인한 차별이 없는 사회가 다문화주의가 지향하는 목적이다.
런던정치경제대학 학장이면서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의 고문이었던 영국의 사회과학자 앤소니 기든스는 미래에는 그 어떤 사회도 문화적으로 동질적이 될 수 없다고 했다. 기든스의 예언대로 한국에서 다문화는 선택사항이 아니라 필수사항이 되었다.

차이와 다양성 인정하는 세상
이제는 순혈주의를 떨쳐버리고 차이와 다양성을 인정하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다문화사회는 많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특히 저출산이 일정 기간 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한국 사회에서 다문화사회로의 이행은 국가발전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이제 우리는 피부색과 생김새가 다른 이주자에 ‘대해서’ 얘기하지 않고, 그들과 ‘함께’ 얘기해야 할 것이다. 대학들도 다문화와 관련된 교과목을 개설하여 다문화가 가져올 사회의 역동성을 연구하여야 하며, 문화적 다양성을 잘 이해하고 적용할 수 있는 인력을 배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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