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싹트는 희망일자리] ⑫ 인천시 여성 일자리정책

“집에서 혼자 고민말고 함께 풀어요”

지역내일 2010-05-19 (수정 2010-05-19 오후 3:07:12)

올해 최대의 화두는 일자리 창출이다. 정부는 매월 국가고용회의를 열어 일자리창출을 위한 정책을 챙기고 있다. 하지만 내수시장 성장을 통한 일자리창출은 어려움에 봉착해있다.
따라서 공공일자리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다행히 정부의 공공일자리정책은 진화 중이다. 단순 취로사업 위주의 공공근로와 희망근로사업에서 ‘고용창출’에 방점을 찍은 지역공동체일자리사업으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청년창업과 노인일자리 등 지역특성에 맞는 맞춤형 일자리정책도 활성화 조짐을 보인다. 행정안전부와 지자체 일자리정책 중 모범사례를 소개한다.

김은주씨, 5개월 교육받고 직업상담 취업 … 최정미씨, 교육받으며 취업 자신감 얻어

인천시 경인고용지원센터에서 계좌상담 업무를 하고 있는 김은주(40·사진)씨. 하루종일 사람에 시달렸을 법도 한데 마감 시간인 오후 5시에도 여전히 미소를 잃지 않는다.
김씨가 맡은 계좌상담 업무는 재취업 대상자가 직업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안내자 역할이다.
김씨가 이 일을 시작한 것은 지난해 8월. 1992년 결혼한 이후 17년만의 재취업이었다. “아이들도 다 크고 40세를 넘기기 전에 꼭 내 일을 하고 싶었어요.”
그는 지난해 초 다시 취업하기로 결심하고 5개월간 인천시 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직업상담사 교육을 받았다. 그렇게 교육을 받고 취업한 곳이 1년 전 자신의 처지와 같은 사람들을 상담하는 직업이었다.
“재취업을 결심하고 취업센터에서 상담을 받았는데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이런 일을 하면 많은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에 직업상담사 준비를 하게 됐죠.”
준비만 하면 기회는 올 것이라는 믿음으로 추진했고 운 좋게도 시험 합격 이후 곧 일자리를 얻었다.
그는 취업 이후 자신만의 비전을 갖게 됐다는 게 가장 큰 성과라고 한다. 남편에 대한 이해도 깊어졌다. 부부동반 모임에서 만난 지인들도 한결같이 ‘훨씬 건강해졌다’고 한다.
“아직 내용이 부족해서 제대로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게 아쉬워요. 좀 더 노력하면 일에 대한 만족이 더욱 커질 수 있을 것 같은데.” 욕심많은 그의 아쉬움이다.
취업에 성공한 선배로 후배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 있다. “고민을 혼자 하지 마세요. 집안에만 있으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요. 나와야 정보도 얻고 자신에 대해서도 정확하게 알 수 있습니다.”
김씨는 “요즘은 곳곳에 취업지원센터가 있으니 도움을 받으라”고 자신있게 권했다.

“다시 일을 시작하려니 막연한 불안감이 앞서요.”
인천시 여성인력센터에서 취업교육을 받고 있는 최정미(39·사진)씨. 그는 무엇보다 두려움이 앞선다고 고백했다.
최씨는 2003년 결혼과 동시에 전에 하던 일을 그만뒀다. 7년동안 아이 둘을 키우는데 전념했다.
그리고 올해 일을 다시 시작하기 위해 나섰다. 그가 선택한 교육은 호텔룸메이드 과정. 호텔 객실의 침실 욕실을 점검하고 물품을 재배치하는 업무다. 인천 송도와 인천공항 주변에 호텔이 대거 들어서면서 인력 수요가 많아졌다는 사실이 이 교육을 선택하게 된 계기였다.
최씨가 다시 취업하기로 결심한 이후 가장 먼저 한 일은 믿을만한 기관을 찾는 일이었다.
그렇게 찾은 곳이 여성인력센터. 하지만 경력단절 후유증은 컸다. 결국 눈높이를 낮추고 결정한 게 호텔룸메이드 과정이다. “그동안 해 온 게 집안살림이다보니 여기에 전문성까지 갖추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5월부터 참가한 교육은 매일 4시간씩 진행된다. 지금은 이론 중심이지만 곧 현장실습에 들어간다. 한달 과정을 마치면 센터에서 연결해주는 업체에 취업할 계획이다.
“쉽게 생각했는데 서비스가 이렇게 무서운 거구나 하고 느끼고 있어요.” 그는 무엇보다 “취업에 대한 자신감과 마음가짐을 갖게 된 점”을 교육의 성과로 꼽았다.
그는 취업을 고민하는 여성들에게 “이제 막 시작했지만 무엇보다 취업하겠다는 의지가 중요해요”라며 “함께 교육받는 학생 대부분이 50대 주부지만 그들 모두 일을 하는 기쁨을 누리고 싶어 나오고 있어요”라고 말한다.
“앞으로 이 일을 하는 여성들에게 길을 제시해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호텔룸메이드 1기 교육과정에 참여한 최씨의 작은 소망이다.
인천 윤여운 기자 yuyoon@naeil.com

“여성 일자리가 일자리정책 출발점”
[인터뷰]정병일 인천시 행정부시장

“경제가 어려워지면 모두가 고통스럽지만 여성의 고통이 더욱 심한 게 현실입니다.”
정병일 인천시 행정부시장은 “경제적으로 가장 고통받는 여성의 일자리 창출이 일자리 정책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한다.
2009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49.2%. 2008년에 비해 0.8%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남성의 하락폭 0.4%포인트에 비해 두배다.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과 고용률이 눈에 띄게 나빠지고 있는 것이다.
정 부시장은 “인천은 그 어느 곳보다 여성이 재취업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는 인천공항, 송도 국제도시에 들어서는 호텔 골프장 컨벤션센터 등 각종 문화관광 인프라가 여성 일자리를 상당수 창출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최근 5년간 인천지역 여성취업자의 수는 전국 취업자의 23.2%에 해당하는 5만7000여명이나 된다. 같은 기간 서울 부산 대구는 오히려 여성 취업자 수가 줄어들었고 광주 대전 울산 등은 많은 지역도 2만명 증가에 머물렀다.
정 부시장은 “이런 지역적 호재에도 중소기업이 인력난을 호소하는 상황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취업알선 과정에서 구인·구직자간 눈높이의 차 때문에 취업으로 연결되지 않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정 부시장은 “인천시는 올해 총 228억원을 투입, 1만5000여명에게 전문교육훈련을 실시하고 1만7000여명의 취업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천 윤여운 기자 yuyoon@naeil.com

‘여성친화 중소기업’ 100곳
1촌기업 협약 체결 … 기업요구 맞춘 직종도 개발

인천시의 올해 여성 취업 목표는 1만7000명이다.
인천은 2008년 5400명에서 2009년에는 1만1000명으로 여성 취업자 수가 급증했다. 올해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6000여명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인천시는 우선 올 3월 문을 연 서부여성회관을 중심으로 인천지역 7개소의 여성사회교육기관의 직업교육강좌를 지난해 47%에서 55%로 늘릴 계획이다. 여성회관에는 상시 취업설계사를 배치한다.
또 여성창업을 위해 올 7월 인천종합비즈니스센터 안에 여성창업지원센터를 설치, 현재 18실인 여성창업보육실을 33실로 확대할 예정이다.
지역에 맞는 각종 취업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다. 호텔 골프장 컨벤션센터 등 서비스업과 남동공단 등의 중소기업 요구에 맞춘 직종을 개발했다.
이에 따라 ‘여성친화적 남동공단 조성 시범사업’을 추진, 여성특수용접 전문가 등 175명을 양성키로 했다.
여성 친화적 기업을 만들기 위해 중소기업 100개와 여성친화 1촌기업 협약을 체결, 여성화장실, 수유실, 휴게실 등 시설개선에 나선다.
고학력 경력단절 여성을 위해서는 교육실시 후 인력난이 심각한 수출중소기업 50개를 대상으로 인턴제를 실시할 예정이다. 저소득 중장년 여성을 위해 올해 33억원의 사업비로 행복상담원, 아이돌보미 등 730명에게 공공부문 사회적 일자리를 제공할 계획이다.
홍희경 인천시 여성정책과장은 “인천지역 여성들이 결혼 후에도 직업에 다시 도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취업지원 프로그램을 시행하겠다”며 “창업 초기에 나타날 수 있는 불안감 해소와 경영안정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인천 윤여운 기자 yuyo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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