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박사학위나 자격증을 취득해 ‘금의환향’의 꿈을 안고 떠났던 해외유학과는 달리 아예 한국을 떠나 외국에서 터전을 잡기 위해 유학과 이민을 동시에 추진하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유학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와 대학강사 자리를 잡겠다거나, 더 나은 보수의 안정된 직장에 들어가겠다는 생각을 갖기보다는 유학단계에서부터 아예 외국에 정착하는 이민으로 연결하겠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1, 2일 이틀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대서양관에서 열린 해외이민·유학 박람회장에는 이처럼 유학·이민을 동시에 준비하려는 젊은이들의 발걸음이 줄을 이었다.
서울의 사립 ㅅ대에서 물리학을 전공중인 김모(24·3학년)씨는 경영학으로 전공을 바꿔 미국유학을 떠나 박사학위까지 취득할 목표인데, 학위를 따고 난 뒤 귀국하지 않고 현지에서 일자리까지 잡을 생각을 하고 있다.
김씨는 “국내에서 대학을 나와도 취업도 어려울 뿐더러 노력한 만큼 대가를 받지 못하는 현실이 서글퍼 아예 유학이민을 떠나려 한다”며 “유학이민을 함께 계획중인 친구들과 함께 정보를 얻기 위해 박람회장을 찾았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을 두고 있다는 40대 초반의 주부는 “올해 국내 대학입학을 포기시키고 외국대학에 입학시키는 방안을 놓고 고민중”이라며 “그렇게 된다면 아들이 외국에 정착할 수 있도록 가족 모두 이민까지 각오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학이민 증가세를 반영하듯 이날 박람회장에는 유학 박람회장과 이민 박람회장을 오가는 젊은층이 유난히 많이 눈에 띄었다.
박람회 주최측인 한국전람 관계자는 “IMF 관리체제 이후 명예퇴직이나 구조조정대상 연령에서 30∼40대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수 없고 취업난은 해소될 기미가 없어 유학을 떠나 아예 외국에서 일자리를 구하고 터를 잡으려는 경향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 인문계의 한 석사과정 학생은 “옛날 70-80년대에는 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아오는 선배들의 경우 웬만하면 대학에서 자리를 잡았는데 최근에는 그렇지 않다”며 “젊은 고급인력의 해외유출이 느는 것은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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