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 시인의 꽁트칼럼(4)-이혼하고 싶다, 이 가을에!

지역내일 2000-10-25
나요!
사내대장부입니다.
남자가 마누라 자랑을 하면 팔불출이라고 하지요? 그럼 남자가 마누라 흉을 보면 구불출입니까, 아니면 칠불출입니까? 오늘은 제 마누라, 아니 제 아내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평소 저는 아내를 마누라라고 비하해서 말하는 놈이 아닙니다. 그런데 너무 흥분한 나머지 마누라란 말이 저도 모르게 튀어나왔군요. 용서바랍니다.
사람마다 한 가지 흉이 있다고 하지요. 제 마누라가 정말 딱 그 말입니다. 한가지 흉이 진저리가 나지요. 오늘도 그랬고, 지난번에도 그랬고, 외식할 때마다 나를 화나게 합니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많은데 이 생각을 하면 한숨이 휴-, 하고 나옵니다. 참는데도 한도가 있다는 말이지요. 뭐 외식을 하면서 분위기 있는 대화까지는 바라지 않습니다. 그냥 아무 일 없이 밥 만 먹고 돌아왔으면 하는 바람뿐이지요.
"뭐 이런 데가 다 있어! 정말 지겨워. 당신은 뭐 이런 델 오자고 했어? 밥 맛 똑 떨어진다니깐." 아내하고 외식을 하면 정말 내가 밥맛이 똑 떨어져요. 그렇다고 살면서 외식을 안 할 수도 없고, 죽을 맛이랍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필 우리가 간 날 음식점이 문을 닫아도, 다 내 탓입니다.
"어휴 시끄러. 밥을 먹을 수가 없네. 전수로 야만인들만 득시글거려. 저, 저 남자 좀 봐. 어휴, 여기가 지네 집 안방인 줄 아는 모양이야." 남 일도 참견을 하면서 화를 냅니다. 인상을 있는 데로 쓰고 밥 먹는 내내, 심지어는 집에까지 와서 불평을 합니다. 그러다 보면 지난 일까지 끄집어내서 쓸데없는 부부싸움을 합니다.
밥 먹다가 이물질이 나와도 다 내 탓입니다. 종업원이 불친절해도 그 화살은 내게 돌아오지요. 지나가는 사람이 식탁을 건드려 음식물이 쏟아져도 내게 화를 냅니다. 손님 중에 아이들이 떠들고 돌아다녀도 그 신경질을 내게 다 퍼댑니다. 음식 담은 그릇이 지저분하거나 이가 빠져도 짜증을 내게 냅니다.
게다가 맛이라도 없으면 집에 오는 내내 그런 집을 가자고 했다고 온갖 불만을 다 퍼붓습니다. 그러니 우리 부부 나들이는 언제나 싸움으로 끝이 납니다. 매번 '다시는 외식하나 봐라!' 하고 작심을 하다가도 고생하는 모습이 안쓰러워 매번 지고 맙니다. 아마 이런 경험하신 분들 많을 겁니다.
"정말 밥 맛 떨어진다! 밥 맛 떨어져…." 오늘 낮에도 유명 음식점에 갔습니다. 휴일이라 사람이 어찌나 많던지 앉을 자리는 고사하고 시장 바닥 같았습니다. 나는 속으로 또 후회를 했습니다. 그냥 집에서 텔레비전이나 볼걸, 하고 말입니다. 겨우 어떻게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는데 오만상을 쓰며 십만말을 쏟아 붓더군요.
라면 하나를 시켜 먹어도 좋아하던 옛 애인이 저절로 떠오르더군요. 어쩌다 음식에서 이물질이 나와도 내가 혹여 볼 새라 나 몰래 처리를 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다 먹던 옛 애인이 정말 그리웠습니다.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제발 싸움만 안 했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사람이 홧김에 이혼을 했다더니 그 심정을 이해하겠더군요. 아무리 사람마다 한 가지 흉이 있다지만 아내는 <너무 한="" 당신="">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정말 홧김에 이혼하고 싶었습니다. 이 가을에 남들은 결혼을 하는데, 나는 정말 이혼을 결심했습니다. 저 구불출입니까? 아니면 칠불출입니까? 제발 알려주세요.

박남 리포터 na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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