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 사회 복귀 새 모델, 앞으로도 계속”

지역내일 2010-05-10
“노숙인 사회 복귀 새 모델, 앞으로도 계속”

인터뷰/ 이선구 사랑의쌀 나눔운동본부 이사장

쪽방 보증금 지원하고 일자리 알선 예정
“가정 꾸린 책임감은 건강한 사회인되는 지름길”

노숙인들의 결혼을 기획하고 지원한 이선구 사랑의쌀 나눔운동본부 이사장은 지난 7일 노숙인 합동 결혼식을 보며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이 이사장은 “국민의 성원을 받아 마련한 결혼식인 만큼 부부가 열심히 살아 건강한 사회인으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랑의쌀 나눔운동본부는 지난 1년 6개월 전부터 서울역에서 일주일에 두 차례씩 600명분의 밥을 지을 수 있는 초대형 가마솥이 달린 밥차를 운영하고 있다. 이 이사장은 노숙인들에게 점심을 나눠 주면서 사회에 어떻게 복귀시켜야 하는지 고민해 왔다.
이 이사장은 “차가운 바닥에서 종이박스에 의지해 자는 노숙인들은 뼛속까지 파고드는 한기를 잊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술에 기댄다”면서 “그런 날들이 이어지다 보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술에 중독되고 눈에선 초점이 사라진다”고 말했다. 취업이나 사회 복귀는 멀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던 지난해 노숙인 두 쌍이 보금자리를 꾸리면서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독하게 마음을 먹은 노숙인들은 쪽방에 들어가 생활하면서 술을 끊고 취업까지 했다. 배우자가 생겼다는 책임감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이 이사장은 “이들을 보면서 결혼을 해 하나의 가정을 꾸리는 것이 노숙인들이 사회에 복귀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사랑의쌀 나눔운동본부는 이번에 결혼한 노숙인 부부들을 위해 모금을 하고 있다. 쪽방 보증금 100만원을 후원하고 월세 8만원도 일부 지원할 예정이다.
부부가 혼인 신고를 하고 일정 기간 생활하면 대한주택보증 영세민 임차보증금 지원 제도를 통해 500만원을 지원할 계획도 갖고 있다. 남대문 세무서에서는 일자리도 알아보는 중이다.
노숙인들의 의지가 있으면 사회인으로 생활하기에 충분한 배려다. 이 이사장은 “노숙인들은 결혼을 앞두고 반지를 맞추고 드레스 가봉을 하며 굉장히 행복해 했다”면서 “본인들의 의지가 굳어 잘 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사랑의쌀 나눔운동본부는 앞으로도 노숙인들을 결혼시켜 사회로 복귀시키는 사업을 계속할 계획이다. 이 이사장은 “이번 결혼식 총 예산이 3000만원인데 이 중 600만원이 아직도 부족해 걱정”이라면서도 “벌써 두 쌍이 대기하고 있어 하반기 결혼식도 꼭 성사시킬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어 이 이사장은 “정부가 지원하는 쉼터는 규칙이 많아 노숙인에겐 마치 군대 같다”면서 “밥차에 오는 노숙인들은 점점 늘어나는데 이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지원을 해 노숙인 수를 줄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노숙인 결혼 “열심히 살겠습니다”

거리 전전하다 만나 사랑 키워 … 새출발 다짐

지난 7일 오전 12시. 따뜻한 햇살 아래 서울역 앞 광장 야외 결혼식장에서는 결혼행진곡이 울려 퍼졌다.
시민 300여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노숙인 네 쌍이 설레면서도 긴장된 표정으로 입장했다. 지난 삶의 실패를 딛고 가정을 이루고 사회로 복귀할 것을 다짐하는 순간, 턱시도를 차려입은 신랑과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는 어느 부부보다도 아름다웠다.
하객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응원의 박수를 보냈다. “축하한다” “잘 사세요” 등 격려의 말도 쏟아졌다.
김성이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주례사에서 “새롭게 출발을 다짐하는 예복 차림의 신랑 신부를 보니 더없이 든든하다”면서 “지금껏 신랑신부의 삶이 고달팠겠지만 사랑은 무엇보다도 크다”면서 부부의 앞날을 축복했다. 가수 김장훈씨도 축가 ‘축복합니다’를 불러 축하했다.
이번에 결혼한 부부들은 노숙 생활을 하다 거리에서 만나 자연스럽게 마음을 터놓고 의지하게 됐다. 지난 1988년 전과가 있는 김 모(50)씨는 종로3가에서 노숙 생활을 하다 정신 지체가 있는 서 모(40)씨를 만나 속죄하는 마음으로 서씨를 돌봐왔다. 지난 2004년 최 모(59)씨는 서울역에서 박 모(30)씨를 만나 사랑을 키워왔다.
신랑 김씨는 “결혼식도 하고 보금자리도 도움을 받게 돼 너무 행복하다”면서 “도움을 받은 만큼 지켜보는 사람들을 실망시켜드리지 않도록 열심히 살겠다”고 다짐했다.
이들은 도고온천으로 1박 2일 신혼여행을 떠난 후 서울역 인근 쪽방에 보금자리를 꾸렸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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