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은 국가의 미래이자 국민의 자존심이다. 지식정보화 사회에서의 도서관은 지식 저장소로, 지식 놀이터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이 밝지만은 않다. 국민 1인당 도서관 수는 미국 유럽은 물론이고 일본의 절반에도 못미치고 있다. 내일신문은 한국의 도서관장으로부터 도서관 확충과 지식정보 사회를 위한 제언을 연속으로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40년간 독서장애 복지 외길 … 정부가 손 놓은 일 민간이 꿋꿋하게
등록 장애인수 200만명, 노인인구 11%, 난독증과 학습장애, 문맹과 다문화가정. 전체 인구의 20%(1000만명)를 차지하는 이들은 모두 일반 책을 통해 글을 읽거나 쓰기 어려운 독서장애를 가진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들이 이용할 수 있는 점자책, 큰글자책, 올록볼록한 그림책, 음성도서 등은 턱없이 부족하다. 도서가 있다고 해도 실상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에게는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다.
정부는 지난해 한국점자도서관에 1억6000만원을 지원했다. 대규모 건설사업 예산과 비교하면 말 그대로 ‘코 묻은 돈’이다. 국민 1000만명이 독서장애를 겪고 있는데도 국가의 장애인도서관정책은 항상 순위 밖이다.
우리나라 점자도서관의 역사로 통하는 한국점자도서관 육근해 관장은 “공공도서관의 목적은 국민들의 정보 격차를 줄이고 접근성을 높이는데 있어 확충이 중요하지만, 장애인 도서를 취급하는 도서관은 많이 만든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라며 “찾아가는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인력을 지원하고 도서를 확충하면 복지 문제도 해결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정부 무관심에 출판사 설립
서울 강동구 암사동의 주택가 골목길 아담한 건물에 한국점자도서관이 자리잡고 있다. 찾기도 어렵고 표시도 없어 장애인들이 잘 찾아올 수 있을까 의문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육근해 한국점자도서관장의 대답은 딴판이다. “장애인용 도서를 갖춘 도서관은 찾기 쉬운 곳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은 공급자 위주 정책이다. 장애인은 쉬운 곳이라도 찾아가기 어렵다.”
즉, 장애인도서관에 장애인이 찾아오게 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장애인도서관이 하는 역할이 궁금했다.
육 관장은 “정부가 해야할 역할은 개인적이고 전문적인 서비스를 하는 것”이라며 “공공도서관 확충도 좋지만 장애인에게 책을 배달하는 ‘찾아가는 도서관’ 정책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육 관장은 사회복지와 문헌정보를 함께 전공했다. 장애인과 도서관정책을 동시에 추진할 수 있는 전문지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은 점자책 뿐 아니라 시각장애인의 촉각을 이용해 사물의 느낌을 줄 수 있는 그림책까지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독서장애인의 정보 접근권을 위해 40년 외길을 걸어온 도서관치고는 재정이 팍팍했다. 지난해 7억여원의 예산으로 1년 살림살이를 했다. 이중 1억6000만원이 정부 지원이고, 나머지는 모두 개인 후원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그래서 점자도서를 만드는 출판사 ‘도서출판 점자’를 설립했다. 육 관장은 “정부가 해야 할 국가 점자도서관 역할을 해왔지만, 정부지원은 늘 인색했다”며 “점자책을 출판하는 사회적 기업을 만들어 출판과 함께 독서장애인에게 책을 공급하며 자립의 길을 가겠다”고 말했다.
독서장애인 보금자리 선언
40년전 서울 종로에 4평짜리 도서관으로 시작한 한국점자도서관은 지금 6만권이 넘는 장애인용 도서를 소장하고 있다. “독서 장애인들이 어떻게 하면 편하게 책을 접할 수 있을까”라고 고민해온 것이 한국점자도서관을 변화시켰다.우리나라 첫 점자도서관인 한국점자도서관은 고 육병일 선생이 사재를 털어 시작한 작은 도서관이 모태다. 육 선생은 부농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3살 때 홍역 후유증으로 시력을 잃었다. 하지만 직원을 둘 여력이 없어 부인과 5남매가 도서관 일을 거들었고, 지금은 막내딸인 육근해 관장이 모든 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육 관장은 “아버지 때부터 문교부에 찾아가 지원을 호소해왔지만, 점자책 지원에는 소극적이었다”며 “지금도 독서장애 국민을 생각한 정책은 바닥 수준이다”라고 말했다.육 관장은 2001년 도서관이 늘어나면서 정부의 지원예산이 줄어들자 자택담보로 도서관 운영자금을 대출 받았다가 신용불량자가 되기도 했다. 2003년부터 정상궤도에 오른 한국점자도서관은 6만권이 넘는 도서를 소장하고 있다. 지난해 이용자는 13만명을 넘었다. 육 관장은 독서장애인을 위한 올바른 도서관 정책은 찾아가는 서비스를 확대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한국점자도서관은 장애인이 전화를 하면 책을 직접 배달한다. 그리고 반납 기일에 맞춰 찾아오는 서비스를 한다. 그러면 장애인이나 노인들의 건강상태 등도 살필 수 있어 복지문제도 해결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시각장애인은 약 35만 명. 이 중 90% 이상은 사고나 질병 등 후천적으로 장애인이 된 것이다. 그렇지만 시각장애인을 비롯한 독서장애인을 위한 도서관은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육 관장은 국회 정병국 의원이 발의한 ‘독서장애인도서관진흥법안’이 통과돼 독서장애인의 정보 접근성이 향상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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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간 독서장애 복지 외길 … 정부가 손 놓은 일 민간이 꿋꿋하게
등록 장애인수 200만명, 노인인구 11%, 난독증과 학습장애, 문맹과 다문화가정. 전체 인구의 20%(1000만명)를 차지하는 이들은 모두 일반 책을 통해 글을 읽거나 쓰기 어려운 독서장애를 가진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들이 이용할 수 있는 점자책, 큰글자책, 올록볼록한 그림책, 음성도서 등은 턱없이 부족하다. 도서가 있다고 해도 실상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에게는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다.
정부는 지난해 한국점자도서관에 1억6000만원을 지원했다. 대규모 건설사업 예산과 비교하면 말 그대로 ‘코 묻은 돈’이다. 국민 1000만명이 독서장애를 겪고 있는데도 국가의 장애인도서관정책은 항상 순위 밖이다.
우리나라 점자도서관의 역사로 통하는 한국점자도서관 육근해 관장은 “공공도서관의 목적은 국민들의 정보 격차를 줄이고 접근성을 높이는데 있어 확충이 중요하지만, 장애인 도서를 취급하는 도서관은 많이 만든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라며 “찾아가는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인력을 지원하고 도서를 확충하면 복지 문제도 해결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정부 무관심에 출판사 설립
서울 강동구 암사동의 주택가 골목길 아담한 건물에 한국점자도서관이 자리잡고 있다. 찾기도 어렵고 표시도 없어 장애인들이 잘 찾아올 수 있을까 의문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육근해 한국점자도서관장의 대답은 딴판이다. “장애인용 도서를 갖춘 도서관은 찾기 쉬운 곳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은 공급자 위주 정책이다. 장애인은 쉬운 곳이라도 찾아가기 어렵다.”
즉, 장애인도서관에 장애인이 찾아오게 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장애인도서관이 하는 역할이 궁금했다.
육 관장은 “정부가 해야할 역할은 개인적이고 전문적인 서비스를 하는 것”이라며 “공공도서관 확충도 좋지만 장애인에게 책을 배달하는 ‘찾아가는 도서관’ 정책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육 관장은 사회복지와 문헌정보를 함께 전공했다. 장애인과 도서관정책을 동시에 추진할 수 있는 전문지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은 점자책 뿐 아니라 시각장애인의 촉각을 이용해 사물의 느낌을 줄 수 있는 그림책까지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독서장애인의 정보 접근권을 위해 40년 외길을 걸어온 도서관치고는 재정이 팍팍했다. 지난해 7억여원의 예산으로 1년 살림살이를 했다. 이중 1억6000만원이 정부 지원이고, 나머지는 모두 개인 후원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그래서 점자도서를 만드는 출판사 ‘도서출판 점자’를 설립했다. 육 관장은 “정부가 해야 할 국가 점자도서관 역할을 해왔지만, 정부지원은 늘 인색했다”며 “점자책을 출판하는 사회적 기업을 만들어 출판과 함께 독서장애인에게 책을 공급하며 자립의 길을 가겠다”고 말했다.
독서장애인 보금자리 선언
40년전 서울 종로에 4평짜리 도서관으로 시작한 한국점자도서관은 지금 6만권이 넘는 장애인용 도서를 소장하고 있다. “독서 장애인들이 어떻게 하면 편하게 책을 접할 수 있을까”라고 고민해온 것이 한국점자도서관을 변화시켰다.우리나라 첫 점자도서관인 한국점자도서관은 고 육병일 선생이 사재를 털어 시작한 작은 도서관이 모태다. 육 선생은 부농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3살 때 홍역 후유증으로 시력을 잃었다. 하지만 직원을 둘 여력이 없어 부인과 5남매가 도서관 일을 거들었고, 지금은 막내딸인 육근해 관장이 모든 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육 관장은 “아버지 때부터 문교부에 찾아가 지원을 호소해왔지만, 점자책 지원에는 소극적이었다”며 “지금도 독서장애 국민을 생각한 정책은 바닥 수준이다”라고 말했다.육 관장은 2001년 도서관이 늘어나면서 정부의 지원예산이 줄어들자 자택담보로 도서관 운영자금을 대출 받았다가 신용불량자가 되기도 했다. 2003년부터 정상궤도에 오른 한국점자도서관은 6만권이 넘는 도서를 소장하고 있다. 지난해 이용자는 13만명을 넘었다. 육 관장은 독서장애인을 위한 올바른 도서관 정책은 찾아가는 서비스를 확대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한국점자도서관은 장애인이 전화를 하면 책을 직접 배달한다. 그리고 반납 기일에 맞춰 찾아오는 서비스를 한다. 그러면 장애인이나 노인들의 건강상태 등도 살필 수 있어 복지문제도 해결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시각장애인은 약 35만 명. 이 중 90% 이상은 사고나 질병 등 후천적으로 장애인이 된 것이다. 그렇지만 시각장애인을 비롯한 독서장애인을 위한 도서관은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육 관장은 국회 정병국 의원이 발의한 ‘독서장애인도서관진흥법안’이 통과돼 독서장애인의 정보 접근성이 향상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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