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시각으로 직업과 진로를 선택하지 말 것
1960년이면 지금으로부터 50년 전이다. 당시 서울대에서 최고 높은 학과는 농대였다. 당시 부모가 서울대에서 가장 높은 과인 농대에 아들을 진학시켰다면 20~30년 후에는 땅을 치고 후회했을 것이다. 80~90년대 한국의 공업이 성장하면서 농업은 부가가치가 없는 비인기 산업이 되면서 농대는 최하위과로 전락했으니까.
1980년대는 서울대 물리학과가 가장 높았으나 물리학과를 졸업한 후 직업 선택이 모호하면서 시들해지고, 80년대 후반에는 전자공학과나 전산학과 등이 높았으나 서울대 프리미엄이 낮다는 이유로 저조해지고, 90년대 이후 의대의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물론 문과에서는 법대가 오랜 세월 최강자를 지켰고 법대가 없어지면서 경영대로 최강자의 자리는 넘어갔다.
일단 의사와 변호사라는 상층 직업의 시대적 변화를 생각해 보자. 1990년 전후 의사와 변호사는 열쇠 3개를 지참금으로 지닌 계층만이 결혼할 수 있는 최고 수입이 보장되는 계층이었다. 20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수입이 많은 상위 계층임에는 분명하나 경쟁이 치열해졌다. 일부 의사나 변호사의 부도기사가 나고 월 급여가 50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내려갔다는 신문기사도 눈에 띈다. 만일 높은 수입만을 바라보고 직업을 의사와 변호사로 선택했다면 불만족스런 삶을 살아가야 할 것이다.
이제 21세기 새천년이 시작되면서 사회구조는 인류역사상 최고로 급변하고 있다. 지금 우리가 예측할 수 없는 새로운 직업이 부상할 수 있고 많은 직업군이 사라질 수도 있다. 20~30년 후 우리는 자식을 사회에 남겨두고 떠나야 한다. 우리가 예측한 사회가 아닌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질 때 자식들은 우리가 권유한 삶 이외를 선택할 자유의지조차 지니지 못했다고 한다면 생존이 불가능해질지도 모른다.
자신이 좋아서 선택하도록 하라
자녀가 가고자 하는 길이 비인기 학과나 전망이 없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현재의 시각이다. 20~30년 후 어떤 사회가 펼쳐질지 알 수 없다. 한 예로 1960년대 미국에서는 ‘인류학’ 붐이 일었다.
미국이 세계 최강국이라는 자부심에서 각 나라의 특성에 맞는 외교정책을 수립하겠다는, 나름의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시도가 불러일으킨 현상이었다. 그러나 각 민족과 인종의 특성을 연구하고 그에 의거해 외교정책을 수립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실패로 끝났다. 그와 함께 인류학과도 종말을 고했다. 1990년대 말 하버드 인류학과에서 박사학위 과정까지 10여 년을 고생하면서 공부해 오던 인재들은 자신의 졸업과 동시에 학과가 사라지는 현실에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한 인간이 자신의 분야에서 어느 정도 능력을 인정받으려면 15년 정도는 고생해가면서 해당 분야에 식견과 경험을 쌓아야 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많은 실패가 마치 점처럼 모여 성공이라는 커다란 글자를 만든다. 실패 한 두 번에 포기와 패배를 배우지 않고 무수한 실패를 딛고 성공하려면 자신이 좋아서 선택한 것이어야 한다. 자신이 가장 잘하는 것이라는 확신이 있어야 내면에 숨은 자질을 형상화할 수 있는 것이다.
길어진 인생, 다양한 직업 소화하게끔
평생 한 직장에서 승진해 살아가는 시대는 끝났다. 이제 직장이란 평생 몸담는 곳이 아니라 특정 목적을 공유한 사람들의 임시 모임 장소이거나 그에 상응하는 개념이다. 따라서 인간은 그때그때 그 직장의 목적에 맞는 일을 한시적으로 수행하는 능력을 키워 나가야 한다. 즉 끊임없이 새로운 목적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과 새로운 인간조직과 의사소통하는 능력, 다양한 범주를 통합적으로 이해해 가치 있는 결과물을 창조해 낼 수 있는 능력이 필수이다.
그러므로 대학진학 후 한 전공에 만족해서는 안 될 것이다. 부전공, 복수전공, 대학원 진학뿐만 아니라 다양한 실전 경험을 통해 자신의 능력을 교과서 지식 암기 점수가 아닌 사회 현실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즉 그 사람의 인생 성패는 대학진학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대학진학 후 20여 년을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달렸다.
다양해지고 세분화되는 사회 속에서 수만 명의 동일한 전공 졸업자가 쏟아지는 모순된 현실은 오히려 쉬운 해법을 던져준다. 세분화되고 다양한 분야에 대해 융합된 지식을 지닌 인재는 미래의 직장에서 언제나 환영받는다는 사실 말이다.
조민영 원장
유원학원
(02)552-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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