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현장탐구 - 민주 광주시장 경선

지역내일 2010-03-31
누가 먼저 의원직 사퇴할까
“장관이라고 다 같은 장관 아니다”
18일 광주에서 만난 50대 중반 개인택시기사 임근호씨는 “서울에 가서 광주를 위해 힘을 쓸 수 있는 사람이 시장이 돼야 한다”면서 “강운태씨가 장관을했으니까 정부에 아는 사람도 많고 예산도 잘 따올 것 같다는 여론이 많다”고 말했다.
‘이용섭 의원도 장관을 두 번이나 지냈고, 10년 전보다 최근에 한 사람이 더 인맥이 살아있지 않겠냐’고 반문해 보았다. 그는 “그건 몰랐다. 그렇다면 최근에 지낸 사람이 더 낫겠다”면서도 “시민들은 서울 가서 힘쓸 사람이라면 강운태를 떠 올린다”고 말했다.
임씨의 말은 민주당 경선에서 강운태 의원이 부동의 1위를 달리는 이유를 잘 설명하고 있다. 시장감은 ‘광주를 위해 서울에 가서 힘쓸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하며, 강운태 의원이 ‘베짱있는 능력자’라는 정체성(PI, President Identity)을 얻는데 성공했음을 알 수 있다.
민주당 광주시장 구도는 최근 3파전으로 정리됐다. 출전자는 모두 전직장관이다.
강운태 의원은 김영삼정부에서 농림수산부 장관과 내무부장관을 지냈다. 이용섭 의원도 참여정부에서 행정자치부와 건설교통부의 ‘장관 2관왕’이다. 정동채 후보는 참여정부의 문화관광부 장관을 역임했다.
18일 저녁, 출마자캠프 관계자와 광주지역 기자, 선거관련 시민단체 인사 등을 한자리에서 만났다.
모두 장관을 역임했는데 왜 강운태 의원이 선두를 달리는지에 대한 분석이 이어졌다. “장관이라고 해서 다 같은 장관이 아니다”, “냉전을 거치며 핀 꽃과 온실화초가 같을 수는 없다”는 얘기가 나왔다. 영남정권에서 장관직을 지낸 것은 그만큼 유능하기 때문이라고 보는 반면 참여정부 장관은 ‘온실 속 화초’로 보는 정서가 퍼져 있다는 것이다.
상대편은 강 의원이 8번이나 당적을 옮겼다며 철새라고 비판한다. 그러나 좋게 보는 눈에는 이조차도 ‘뚝심과 베짱’으로 받아들여져 중앙정부를 상대로 한판을 벌일 수 있는 소신으로 둔갑하고 있다고 한다.
여론조사상 2위를 달리고 있는 이용섭 의원에 대해서는 한번 기회를 놓쳤다는 지적이 많았다. 예비후보 등록 때 의원직을 사퇴하는 배수진을 쳤다면 강 의원의 베짱과 대비되는 헌신성을 인정받았을 것이라는 얘기다. 손학규 전 대표도 이 의원에게 의원직사퇴를 권고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의원은 17일까지도 “줄줄이 10여명이 의원직을 버리게 되면 재보선을 치러야 하는 정치적인 낭비를 부른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지켰다.
경선전 의원직 사퇴 문제는 시민배심원들의 도덕성 평가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시민단체의 ‘광주 희망과 대안’은 1월 28일 “국회의원의 지위를 향유하면서 광주시장에 도전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행위”리며 의원직 사퇴를 촉구한 바 있다.
진병기 기자 j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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