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캄보디아와 진짜 결혼동맹을 맺자

지역내일 2010-03-30
캄보디아와 진짜 결혼동맹을 맺자
설동훈 (전북대 교수·사회학)

캄보디아 정부가 이달 초 자국인과 한국인의 국제결혼을 당분간 금지했다. 국제결혼중개업자들이 캄보디아 현지 법률인 ‘결혼중개업의 관리에 관한 법률’과 ‘캄보디아 국민과 외국인의 결혼 방식과 절차에 관한 시행령’을 위반하는 사례가 속출하였기 때문이다. 현지 법령을 준수할 경우, 캄보디아인과 결혼을 하려는 외국인은 적어도 한달은 현지에 체류하여야 한다. 그렇지만 국제결혼중개 관행은 현지 법령을 철저히 무시해왔다.
KBS ‘취재파일 4321’ 취재진이 입수한 ‘캄보디아에서의 결혼 일정표’는 캄보디아인과 한국인의 국제결혼이 고작 나흘 만에 처리됨을 보여준다.
첫날에는 한국인 남성이 캄보디아에 도착해 호텔에 체크인을 하고, 이튿날 오전에 신붓감을 선택하고, 오후에 건강검진을 받는다. 사흘째 오전에 쇼핑과 도시 관광을 하고, 오후에 결혼식을 치르고 피로연을 한다. 나흘째 오전에 캄보디아 내무부 면접, 오후에 한국대사관 면접을 마치고, 저녁식사 후 현지 공항을 출발, 다음 날 새벽 인천공항에 도착하는 것으로 짜여 있다.
캄보디아 정부에서 ‘집단맞선’을 공식적으로 금지했지만, 그것을 준수한 국제결혼중개업체는 거의 없었다. 월소득증명서 등 결혼 관련 구비서류는 가짜가 판쳤고, 당국의 서류 심사가 끝나기도 전에 결혼식을 올리고, 한국 남성만 서둘러 귀국하는 일이 잦았다.
그러던 중 현지 국제결혼중개업자가 당국에 체포된 일이 있었고, 그 사건을 계기로 한국인의 국제결혼 관행이 캄보디아 사회에 알려졌다. ‘인신매매’라는 비판적 여론이 비등하자, 캄보디아 정부가 국제결혼중개업체를 경유하는 ‘결혼신청서’ 접수를 중단시킨 것이다.

현지법령 위반에 국제결혼 금지
한국인과 캄보디아인의 국제결혼을 알선하는 중개업체 중 상당수는 과거 베트남에 진출했던 곳이다. ‘집단맞선’이 베트남 사회에서도 사회문제가 되었고, 베트남 정부는 인신매매성 집단맞선 관행을 근절하기 위해 2006년부터 국제결혼 심사를 대폭 강화하였다.
지방자치단체(인민위원회)에서 신랑 신부를 인터뷰하고, 신랑의 재산·가족관계·부양능력 등을 입증하는 서류를 10개 이상 제출하도록 요구했다. 그러자 60개 이상의 한국 관련 국제결혼중개업체들이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한 캄보디아로 옮겼다. 그들은 영리가 생기면 언제 어디든지 옮겨가서 어떤 일이나 하는 천민자본주의의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
그들이 저지르는 범법 행위는 개인적 수준의 피해만 초래하는 것이 아니다. 한국과 캄보디아 사회간의 선린·우호관계를 해치고 있다. 일반적으로 사회 집단들은 구성원들간의 결혼을 통해 우호적인 관계를 확인한다. 사돈 가문(家門) 사이의 유대가 그 예다.
일부 사회집단에서는 결혼을 정략(政略)의 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왕자와 공주간의 국제결혼은 이웃나라 사이의 전쟁을 막고 우호관계를 지속하는 수단으로 사용돼왔다. 이처럼 ‘지배층의 결혼을 매개로 맺어진 사회집단 또는 나라간의 동맹’을 결혼동맹이라 한다.
한국과 캄보디아는 결혼동맹을 맺은 나라들이다. 주권자인 국민들끼리 부부의 인연을 맺은 나라이고, 그 자녀의 입장에서 보면 어머니 또는 아버지의 나라이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동등관계 유지해야
결혼동맹을 맺은 나라들은 기본적으로 동등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경제발전 수준의 격차가 존재해 그 나라 사람들이 한국으로 이주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지만, 그 과정에서 상대국 사람들의 자긍심을 훼손하도록 방치해서는 절대 안 된다. 국제결혼중개업체의 불법 행위는 철저히 엄단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러한 목적으로 ‘국제결혼중개업의 관리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그렇지만 국내법은 대한민국이 아닌 외국에서 현지인을 매개로 한 불법 행위를 단속할 수는 없었다.
현지 법령이 있지만 실효성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러한 점을 고려할 때, 캄보디아 정부의 이번 조치를 잘못된 현실을 바로잡을 계기로 삼아야 한다. 결혼동맹을 맺은 두 나라가 우호적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단초로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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