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동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는 1월 9일부터 오는 3월 28일까지 김수자 개인전 ‘지수화풍: Earth, Water, Fire, Air’을 개최하고 있다. 이번 전시를 위해 제작한 ‘Earth, Water, Fire, Air’는 지난 10월에 열린 스페인 란자로테 비엔날레와 에르메스 재단이 공동 제작한 작품이어서 그 의의가 더욱 깊다. 전 세계를 무대로 작업을 펼치는 미디어 아티스트 김수자는 이번에는 스페인 화산섬인 카나리 제도와 과테말라의 화산 지역을 선택했다.
캄캄한 전시장에 들어서면 오직 7개의 스크린만이 존재한다. 서로 마주보거나 등을 대면서 자연스럽게 조우하고 있는 이 스크린들 속에서 우리는 5~9분짜리 동영상을 볼 수 있다. 빨려들듯 세게 몰아치는 검은 파도, 파란 하늘 속에서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구름의 모습, 붉게 꿈틀거리는 용암의 기운에 떠밀려 서서히 떨어지는 화산재, 카나리 제도의 해안가 절벽에서 파도가 칠 때마다 무지개가 나타났다가 바람과 함께 걷히는 장면 등 마치 현장에 있는 듯한 착각과 함께 영상이 끝난 뒤에도 한동안 이어지는 파도소리는 오랜 여운을 남긴다. 시적이면서 영감을 주는 미술작품으로 지난 10년간 한국보다 외국에서 더 바빴던 ‘보따리 작가’ 김수자. 작가 본인의 모습을 담았던 이전 작품들과는 달리 오로지 자연만이 등장하는 이번 작품은 인간에 대한 연민을 넘어 인간과 자연의 원초적 관계를 탐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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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미 리포터 srakim20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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