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획일화된 브랜드와 디자인은 싫다. 개성 넘치는 나만의 스타일을 추구한다!” 강남의 패션 리더들은 이런 이유로 멀티숍에 모여든다. 2000년대 초 국내 분더숍을 시작으로 생겨난 멀티숍이 강남일대에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멀티숍이란 한 매장 안에서 여러 디자이너 브랜드를 취급하는 패션전문점으로 이미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보편화된 형태이다. 최근 도심 외곽에서부터 도심 한복판으로 방향을 바꾼 멀티숍 아울렛을 공략하면 저렴한 가격으로 차별화된 개성을 만날 수 있다.
문화적 요소가 가득한 곳
멀티숍들은 각각 특화돼 있으면서 널리 알려진 대형 브랜드보다는 새롭게 뜨는 신예 디자이너들의 제품을 취급하기 때문에 자신만의 독특한 패션을 연출하려는 패셔니스타들에게 열광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
멀티숍은 항상 고객들로 붐비는 백화점이나 유명 명품 매장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입구에 들어서면 분위기가 위압적이지도 않고 반면에 싸구려 티가 나는 것도 아니다. 고급스러우면서도 친숙한 분위기다. 그러면서도 한 권에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있는 잡지처럼 한 공간에 서로 다른 개성의 제품들을 모아 변화무쌍한 욕구를 충족시켜 준다.
작년에 뉴욕에서 들어온 김은혜(29)씨는 뉴요커들에게도 뒤지지 않을 만큼 탁월한 패션 감각을 갖고 있다. 뉴욕의 한 미술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김씨는 그녀의 쇼핑욕구를 채워줄 만한 장소를 찾다가 우연히 입소문을 통해 알게 된 신사동의 멀티숍을 만났다. 여러 브랜드를 한 곳에 갖춰놔 쇼핑하는 데도 무리가 없고 그 공간에서 정서적인 자극과 문화적 욕구까지 충족할 수 있어 단골고객이 되었다고 한다.
도심외곽에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던 패션 아울렛이 도심 한복판으로 진로를 변경했다. 아울렛이 도심으로 들어오게 된 가장 큰 배경은 근거리 소비성향과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려는 소량구매 패턴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고유가의 영향도 컸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광고 아트디렉터인 유정미(35)씨는 "유명 수입 제품을 저렴하게 살 수 있는 아울렛에 관심이 많지만 교외에 위치한 경우가 많아 쇼핑하기엔 늘 시간이 부족했다“면서 “도심 한가운데에서 손쉽게 살 수 있어 자주 애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복합문화공간 갖춘 멀티숍 아울렛 인기
멀티숍의 대표적인 공간은 카페의 거리로 알려진 신사동 가로수길이다. 이곳에는 수입 멀티숍 10 꼬르소 꼬모의 아울렛 일모(ILMO), 바네사 브루노, 나인 웨스트 등 수입 브랜드들이 잇따라 아울렛을 오픈하면서 패션의 거리로 변모하고 있다. ‘일모’에 들어서면 흡사 야외정원처럼 꾸며진 카페가 보이고 나무로 지어진 이층 건물이 나타난다. 1층에는 남성코너로 셔츠와 넥타이, 소품, 캐주얼 슈트 등이 진열돼 있고 2층과 3층에는 여성용 의류, 핸드백, 구두, 지갑, 벨트, 액세서리, 그릇 등이 있다.
입고된 상품들은 처음엔 50퍼센트부터 시작해 기간이 지날수록 최고 80퍼센트까지 할인이 가능하다. 관계자 이모(여·30)씨는 “부유층에 한정된 명품숍이 아니라 독특한 디자인의 옷이나 구두, 생활소품 등 광범위한 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고 강조한다. 알라이아, 발망, 니나리찌. 꼼데가르송, 릭오웬, 캘빈 클라인 등 30여 개의 해외 브랜드를 취급하고 있다.
청담동에 위치한 ‘라마지’에는 대표 브랜드 라마지를 비롯해 구찌, 프라다, 페레가모, 펜디 등 20여 종의 브랜드 제품이 있다. 종류별로 핸드백과 구두는 20~50퍼센트, 이월상품은 60퍼센트까지 할인해 준다. 의류는 수입 모피만 취급하며 3, 4월은 시즌 정리 세일기간이어서 50~70퍼센트로 할인 폭이 매우 크다. 세련된 디자인의 명품 액세서리도 신상품은 20퍼센트부터 최고 50퍼센트까지 할인하고 있다. 이곳 이수영 팀장은 “슈즈와 백의 컬러를 맞추는 건 위험천만한 스타일링 방법으로 둘 중 하나에만 포인트를 주고 대신 볼드한 주얼리로 매치하는 것이 좋다. 30대는 심플한 팔찌, 40대는 단아한 느낌의 목걸이, 50대는 화려한 반지가 제격이다”고 조언한다.
50퍼센트에서 최고 80퍼센트까지 할인
삼성동 코엑스몰의 W 콘셉트 레드(코엑스점)는 약 1,058제곱미터(320평) 규모의 2개 층으로 약 1,000여 개 국내외 브랜드가 입점해 있다. 지하 1층에는 프라다, 구찌, 이브 생 로랑, 돌체 앤 가바나, 펜디, 발렌시아가, 제냐, 보테가 등의 고급스런 부티크 테마가 있고 지하 2층에는 국내에 이미 알려진 브랜드부터 알려지지 않은 컨템퍼러리 패션 브랜드까지 다양하게 갖춰져 있다. 대략 한 시즌 전의 제품은 50퍼센트에서 최대 80퍼센트까지 할인율이 적용된다. 가방은 10만~200만원 선, 신발은 10만~70만원 선, 의류는 10만~300만원 내외이며 고가의 경우는 외투, 슈트, 원피스, 드레스 등이다.
30~40대 주부들은 구두와 의류 외에도 아동용품이나 생활용품을, 50대 주부들은 인지도 높은 국내 백화점 입점 브랜드를 선호한다. 이현정 과장은 “3월 중에는 스페셜 할인 프로그램과 IT-BAG 구매고객 대상 ‘BUY 1 GET 1 MORE’ 등의 다양한 고객 리워드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며 오버사이즈 제품군을 구성해 특별 할인가격으로 판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압구정동의 에크루 아울렛, 바네사 부르노·질 스튜어트 아울렛, 신사동의 블러스, 대치동의 F/X 등이 있다.
김선미 리포터 srakim20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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