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익 안받도록 통역인 지원해야 … 지방은 여전히 전문 인력 부족
급격한 이혼 증가는 우리 사회의 가정 해체로 이어지고 있다. 가정 해체를 방치하면 사회적으로 심각한 청소년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다. 이혼소송과 소년재판을 맡고 있는 가정법원이 이 같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변화에 나섰다. 이혼소송이나 소년재판을 단순히 하나의 사건에서 바라보던 시각에서 벗어나 자녀문제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2005년 가사소년전문법관이 도입된 지 6년째를 맞고 있다. 가사재판과 소년재판에서 변화하는 법원의 모습을 조명했다.
# 국제결혼으로 한국에 들어온 몽골 여성 A씨는 3년간 같이 산 남편과 이혼소송을 하게 됐다. 법원은 소송까지 가는 것보다 조정으로 해결하는 것이 더 낫다고 권유해 A씨는 순순히 조정절차를 밟았다. 그러나 제대로 된 전문통역인 없이 조정을 진행하다 보니 자신의 처지나 상황을 정확히 전달하기 힘들었고 결국 위자료로 1000만원을 받고 헤어지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하지만 아이도 낳고 암에 걸려 있던 A씨가 1000만원만 받고 이혼을 하는 것은 너무 일방적인 결론이었다.
가정법원이 다양한 시도를 통해 외부의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최근 들어 다문화가정의 이혼소송이 계속 느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발빠른 대처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서울과 지방법원 간의 서비스 편차가 심한 것은 오랜 숙제다. 전국에서 서울에만 가정법원이 있고 대전, 대구 등 4개 광역시에 가정지원이 설치돼 있을 뿐이다. 사법정책자문위원회는 전국에 가정법원을 확대 설치하는 문제에 대해 조만간 논의를 벌일 예정이다.
◆이주여성이라 차별받는 경우도 = 이주여성들이 한국에서 생활한 지 몇 년씩 되고 한국말을 어느 정도 한다고 해도 자기 나라가 아닌 곳에서 재판을 받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판사나 조사관들이 하는 말을 완벽히 알아듣고 이해하기 힘들 기 때문이다.
조인섭 변호사는 “대부분 통역 없이 진행되거나 지인들에게 통역을 맡기는 경우가 많은데 통역인들도 법률지식이 없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며 “소송 취하를 하면 다시 권리를 주장할 수도 없는데 그 의미를 정확히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주여성이기 때문에 더러 차별을 받는 경우도 생긴다. 국제결혼의 경우 남편 쪽에서 비용을 내고 아내를 데려와 결혼했다고 보고 위자료는 커녕 한국국적을 취득한 것에 만족하라며 결론을 내리는 사례도 있다. 한국여성이었다면 친권, 양육권에 대한 부분을 더 인정해줄 수 있는 사안인데도 이주여성에게는 그러지 않았다.
조 변호사는 “국제결혼 이혼소송에서도 위자료, 재산분할 등에서 한국여성과 차별 없이 진행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 전문통역인이 꼭 필요하고 협의 이혼을 할 때도 본인이 진행하는 절차가 어떤 것인지 정확히 인식하고 있도록 통역을 통해 확인하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밖에 이혼 결과가 공시송달로 처리돼 이주여성 본인도 모르는 사이 이혼을 당하는 사례도 있어 공시송달이 아닌 다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나온다.
◆지역별 서비스 편차 줄여야 = 현재 전국 가정법원 및 지원에는 5년에서 7년 동안 근무하면서 가사, 소년 사건을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가사소년전문법관이 20명 있다. 하지만 법원별 배치현황을 살펴보면 서울가정법원 16명, 대전 가정지원 1명, 대구가정지원 2명, 부산가정지원 1명으로 지방에 있는 법원에는 전문법관 수가 턱없이 모자라는 상황이다.
서울가정법원의 한 판사는 “지방에서 이혼소송 중인 사람이 언론을 통해 서울가정법원에서 진행 중인 보호자 교육 등을 받고 싶다고 연락해온 적이 있었는데 관할지역이 아니어서 별다른 조치를 취할 수가 없었다”며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소송당사자의 심리 상태나 가정환경 등의 조사를 담당하는 전문조사관 역시 부족한 형편이다. 서울가정법원에는 현재 15명이 근무하고 있지만 부산, 대구 등 광역시와 전주, 청주 등 일부 지역에 1명씩의 전문조사관이 배치돼 있을 뿐이다.
전문인력의 지역 편중으로 소외된 지역에서는 제대로 된 가사소년재판 서비스를 받기 힘들 수밖에 없다. 또 전문인력이 소규모로 배치돼 있어 깊이 있는 심리가 이루어지기 힘들고 맡은 사건을 하나씩 마무리 짓는 데 급급하게 될 우려가 크다.
소년보호재판의 경우에도 지방에서는 법원의 관할 지역이 넓어서 당사자들이 재판을 받으러 다니기가 상당히 번거롭게 돼 있다. 소년사건 재판을 위해 울산에서 부산까지, 부천에서 인천까지 가야하는 실정이다. 전국에 가정법원 설치가 중요한 과제로 부각되는 이유다.
◆객관적 이혼판결 기준 필요 = 지난해 파탄주의를 인정한 대법원 판결이 나온 후 이혼을 요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일선 재판부가 혼란을 겪고 있다. 판사에 따라 예외적 허용범위를 늘린 것이라고 보는 입장도 있고 기존의 법률기준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입장을 취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변호사들도 과도기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재판부에 따라 판결 편차가 심한 것에 대해서는 비판이 나온다.
이인철 변호사는 “판사들마다 편차가 심해 이혼판결을 잘 해주는 판사가 있고 잘 해주지 않는 판사가 있고 재산분할에서도 편차가 크다”며 “형사재판에 양형기준표가 있듯이 이혼에도 기준을 세워 당사자가 예측 가능하도록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법률적인 지식이 없는 조정위원들이 재산분할도 비합리적으로 하고 조정실에 변호인을 못 들어오게 하는 경우도 있다”며 “조정위원 개인의 주관에 따라 무조건 참고 살라고 하는가 하면 그 반대인 경우도 있어 이혼 기준을 알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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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격한 이혼 증가는 우리 사회의 가정 해체로 이어지고 있다. 가정 해체를 방치하면 사회적으로 심각한 청소년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다. 이혼소송과 소년재판을 맡고 있는 가정법원이 이 같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변화에 나섰다. 이혼소송이나 소년재판을 단순히 하나의 사건에서 바라보던 시각에서 벗어나 자녀문제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2005년 가사소년전문법관이 도입된 지 6년째를 맞고 있다. 가사재판과 소년재판에서 변화하는 법원의 모습을 조명했다.
# 국제결혼으로 한국에 들어온 몽골 여성 A씨는 3년간 같이 산 남편과 이혼소송을 하게 됐다. 법원은 소송까지 가는 것보다 조정으로 해결하는 것이 더 낫다고 권유해 A씨는 순순히 조정절차를 밟았다. 그러나 제대로 된 전문통역인 없이 조정을 진행하다 보니 자신의 처지나 상황을 정확히 전달하기 힘들었고 결국 위자료로 1000만원을 받고 헤어지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하지만 아이도 낳고 암에 걸려 있던 A씨가 1000만원만 받고 이혼을 하는 것은 너무 일방적인 결론이었다.
가정법원이 다양한 시도를 통해 외부의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최근 들어 다문화가정의 이혼소송이 계속 느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발빠른 대처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서울과 지방법원 간의 서비스 편차가 심한 것은 오랜 숙제다. 전국에서 서울에만 가정법원이 있고 대전, 대구 등 4개 광역시에 가정지원이 설치돼 있을 뿐이다. 사법정책자문위원회는 전국에 가정법원을 확대 설치하는 문제에 대해 조만간 논의를 벌일 예정이다.
◆이주여성이라 차별받는 경우도 = 이주여성들이 한국에서 생활한 지 몇 년씩 되고 한국말을 어느 정도 한다고 해도 자기 나라가 아닌 곳에서 재판을 받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판사나 조사관들이 하는 말을 완벽히 알아듣고 이해하기 힘들 기 때문이다.
조인섭 변호사는 “대부분 통역 없이 진행되거나 지인들에게 통역을 맡기는 경우가 많은데 통역인들도 법률지식이 없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며 “소송 취하를 하면 다시 권리를 주장할 수도 없는데 그 의미를 정확히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주여성이기 때문에 더러 차별을 받는 경우도 생긴다. 국제결혼의 경우 남편 쪽에서 비용을 내고 아내를 데려와 결혼했다고 보고 위자료는 커녕 한국국적을 취득한 것에 만족하라며 결론을 내리는 사례도 있다. 한국여성이었다면 친권, 양육권에 대한 부분을 더 인정해줄 수 있는 사안인데도 이주여성에게는 그러지 않았다.
조 변호사는 “국제결혼 이혼소송에서도 위자료, 재산분할 등에서 한국여성과 차별 없이 진행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 전문통역인이 꼭 필요하고 협의 이혼을 할 때도 본인이 진행하는 절차가 어떤 것인지 정확히 인식하고 있도록 통역을 통해 확인하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밖에 이혼 결과가 공시송달로 처리돼 이주여성 본인도 모르는 사이 이혼을 당하는 사례도 있어 공시송달이 아닌 다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나온다.
◆지역별 서비스 편차 줄여야 = 현재 전국 가정법원 및 지원에는 5년에서 7년 동안 근무하면서 가사, 소년 사건을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가사소년전문법관이 20명 있다. 하지만 법원별 배치현황을 살펴보면 서울가정법원 16명, 대전 가정지원 1명, 대구가정지원 2명, 부산가정지원 1명으로 지방에 있는 법원에는 전문법관 수가 턱없이 모자라는 상황이다.
서울가정법원의 한 판사는 “지방에서 이혼소송 중인 사람이 언론을 통해 서울가정법원에서 진행 중인 보호자 교육 등을 받고 싶다고 연락해온 적이 있었는데 관할지역이 아니어서 별다른 조치를 취할 수가 없었다”며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소송당사자의 심리 상태나 가정환경 등의 조사를 담당하는 전문조사관 역시 부족한 형편이다. 서울가정법원에는 현재 15명이 근무하고 있지만 부산, 대구 등 광역시와 전주, 청주 등 일부 지역에 1명씩의 전문조사관이 배치돼 있을 뿐이다.
전문인력의 지역 편중으로 소외된 지역에서는 제대로 된 가사소년재판 서비스를 받기 힘들 수밖에 없다. 또 전문인력이 소규모로 배치돼 있어 깊이 있는 심리가 이루어지기 힘들고 맡은 사건을 하나씩 마무리 짓는 데 급급하게 될 우려가 크다.
소년보호재판의 경우에도 지방에서는 법원의 관할 지역이 넓어서 당사자들이 재판을 받으러 다니기가 상당히 번거롭게 돼 있다. 소년사건 재판을 위해 울산에서 부산까지, 부천에서 인천까지 가야하는 실정이다. 전국에 가정법원 설치가 중요한 과제로 부각되는 이유다.
◆객관적 이혼판결 기준 필요 = 지난해 파탄주의를 인정한 대법원 판결이 나온 후 이혼을 요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일선 재판부가 혼란을 겪고 있다. 판사에 따라 예외적 허용범위를 늘린 것이라고 보는 입장도 있고 기존의 법률기준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입장을 취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변호사들도 과도기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재판부에 따라 판결 편차가 심한 것에 대해서는 비판이 나온다.
이인철 변호사는 “판사들마다 편차가 심해 이혼판결을 잘 해주는 판사가 있고 잘 해주지 않는 판사가 있고 재산분할에서도 편차가 크다”며 “형사재판에 양형기준표가 있듯이 이혼에도 기준을 세워 당사자가 예측 가능하도록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법률적인 지식이 없는 조정위원들이 재산분할도 비합리적으로 하고 조정실에 변호인을 못 들어오게 하는 경우도 있다”며 “조정위원 개인의 주관에 따라 무조건 참고 살라고 하는가 하면 그 반대인 경우도 있어 이혼 기준을 알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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