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지역내일 2010-03-05
사고 팔리는 교장 자리 (시론)
“교육이 이래서야 어떻게 내일을 바라볼 수 있나?” “매관매직 시대라던 19세기로 돌아간 것 아닌가.” “어쩌다 교육이 이 지경이 되었나!”
연일 터져나오는 교육계 비리에 넌더리가 난 사람들은 마주앉기만 하면 이런 장탄식이다. 돈을 받고 교장을 시켜 주고, 승진시험에 합격시켜 주었다는 뉴스에 놀라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돈 받고 교사를 채용하는 사학비리도 근절되지 않았다는 뉴스도 있었다.
그런 부정이 해당 간부 선에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교육감의 지시에 따른 것이고, 돈이 교육감에게까지 흘러들어간 정황이 드러나 공정택 전 서울시교육감에 대한 전면수사가 시작되었다. 신문지면에 ‘매관매직’ ‘낙하산 교장’ ‘공정택 게이트’ ‘교육계 마피아’ 같은 말들이 예사로 오르게 되었으니, 갈 데까지 다 간 세상이라는 자조가 나올 만도 하다.
2008년 공정택 전 서울시 교육감 당선 직후, 그의 선거자금 문제가 불거졌다. 22억원이 넘게 든 선거자금 가운데 자기 돈은 4억원 뿐이라 했다. 나머지는 지인들에게서 빌렸거나, 은행에서 차입한 것이라는 게 본인 해명이었다. 돈을 빌려준 사람들은 입시학원 주인, 아니면 사립학교 재단 이사장이었다. 은행에서 돈을 빌릴 때도 그 사람들이 보증을 섰다.
그 많은 빚을 어떻게 갚을지 걱정하는 사람이 많았다. 교육감이라는 자리가 좋기는 하다지만, 그런 빚을 떠안을 만한 자리인지 의아했다. 교육사업가들에게 그런 신세를 지고 중립적인 정책을 쓸 수 있을지도 걱정이었다.
그가 취임하자마자 교육계가 술렁거렸다. 첫 화제는 인사였다. 교육감 선거에 공을 세운 사람들과, 지연과 학연으로 얽힌 ‘공정택 라인’이 급부상했다는 쑥덕거림이었다. 얼마 가지 않아 여러 가지 잡음이 흘러나왔다. ‘장천감오백’이라는 유행어가 생겼다. 교장이 되려면 1000만원, 교감은 500만원을 써야 한다는 말이었다.
서울교육청이나 산하 교육청 간부를 지낸 교육전문직들은 서울 강남 노른자위 고등학교 교장으로 나가고,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본청 요직으로 들어오는 ‘회전문 인사’가 화제가 되었다. 2008년까지만 해도 서울시내 중고교 교장 가운데 교감 출신이 76%가 넘었지만 2009년에는 55%로 줄었다. 그 자리를 장학관 장학사 같은 교육전문직 출신이 채웠다.
학교시설 공사를 딴 업자들이 교육청 관계자에게 건네는 사례금(리베이트)이 종전에는 5~10%였는데, 2004년 공 전 교육감 부임 이후 20%로 늘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푸념이라 한다. 한 핵심간부의 서랍에서 14억원이 넘게 든 통장이 나온 일도 있었다.
돈을 받은 사람이나 봐주어야 할 사람을 승진시키는 수법도 상상을 초월한다. 교원 승진인사 시스템은 비교적 엄격한 제도의 틀을 갖추고 있다. 해당 학교장과 지역교육청의 근무평정 점수를 기준으로 한 1·2차 평가를 거쳐 3차는 근무평정위원회로 넘어가게 되는데, 여기에 빈틈이 있었다.
3차 평가에서 교육감 측근들이 규정에도 없는 ‘혁신성’이라는 항목을 끼워넣어 마음대로 점수를 조작했다는 것이 감사원 조사결과였다. 그렇게 교장 또는 교감이 된 사람이 무려 26명이라 하니, ‘매관매직’이니 ‘낙하산 교장’이니 하는 말들이 조금도 과장으로 들리지 않는다.
그런 비리와 부정 탓으로 서울 교육의 질은 크게 낙후되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3일 발표한 전국 초중고교 학생학업성적 성취도에 따르면, 서울 학생들 성적이 2008년에 이어 연 2년 전국 최하위권으로 평가되었다. 중고교 학생들의 국어 영어 수학 과학 사회 등 5과목 기초학력 미달학생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다는 것이다.
공교육이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을 올바르고 지혜로운 인간으로 길러내는 일이다. 돈 주고 자리를 산 교장이 학생들에게 정의를 가르칠 수 있을까.
사교육비를 많이 쓰고 교육여건도 좋은 서울학생들 학업성취도가 전국 최하위권인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촌지 많이 생기는 강남학교 교장으로 가려고 돈을 쓰는 교장들이 교육에 무슨 관심이 있겠는가. 이런 부조리를 모른 체하고 공교육 정상화를 입에 담는 것은 기만이다.
(문 창 재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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