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경조사는 ‘남 몰래’

김명식 인사비서관 자녀 혼사 직원도 몰라

지역내일 2010-02-08
청와대 직원들이 집안 경조사를 조용히 치르는 풍속도가 자리 잡고 있다. ‘이해관계자’들이 청와대 참모 경조사에 크게 부조한 뒤 줄을 대려 했던 과거 관행을 없앤다는 취지에서다.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직후 “선거 때 기업으로부터 한 푼도 받지 않았고 앞으로도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참모들의 ‘쉬쉬 경조사’는 이런 의중과도 무관치 않다. 최근 처남상과 어머니 역할을 했던 큰누님상을 당했던 이 대통령도 ‘조용한 장례식’을 공식요청한 바 있다.
토요일인 지난 6일 김명식 청와대 인사비서관은 서울 남산 인근의 한 레스트랑을 빌려 ‘남 모르게’ 장남 결혼식을 치렀다. 김 비서관의 자녀 혼사는 함께 근무하는 동료직원들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채 비밀리에 끝났다. 청와대 살림을 사는 김백준 총무기획관을 통해 이 대통령에게만 알렸다. 결혼식에 참석한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의 화환과 인사비서관실 직원 몇명이 유일했다. 결혼식장엔 오히려 신부측 하객이 더 많아 신랑측에서 민망할 정도였다고 한다. ‘정보’에 밝은 사정기관에서도 결혼식에 임박해서야 뒤늦은 소문을 듣고 ‘보고꺼리’를 찾느라 허둥댔다는 전언이다.
8일 청와대 관계자는 “인사비서관은 장차관 등 정부부처 정무직은 물론 공기업 임직원의 인사문제에 관여하는 곳이어서 더욱 조심스러웠을 것”이라고 전했다.
다른 고위직 참모들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0월 장모상을 당했던 박형준 정무수석도 다른 수석들에게도 알리지 않은채 조용히 상을 치렀다. 같은 달 정정길 대통령실장과 2008년 6월 김인종 경호처장도 아들 결혼식을 다른 수석들에게도 알리지 않고 치렀다.
물론 너무 야박하다는 뒷말도 없지 않다. 함께 일하는 동료의 경조사를 축하하거나 위로해주는 ‘미풍양속’까지 차단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것이다.
성홍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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