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일꿈]뒤집어져야 하늘을 본다

지역내일 2010-02-16
조용숙
일본어 전문번역가

며칠 전 인터넷 신문에서 읽은 기사. 돈 문제로 남편과 다투다 부인이 애 둘을 안고 아파트에서 투신했다. 특별히 눈길을 끄는 기사는 아니었지만 물질이 사람의 생명을 좌우하는 사회가 되었나 싶은 마음에 이래도 되는 걸까 하는 속상함과 안타까움이 밀려온다.
많은 젊은이들이 ‘부자’가 되기 위해 청춘을 불사르고 있다. 인터넷 서점에서 ‘10억’으로 검색하면 정말 많은 책이 목록에 오른다. 사회가 물질을 추구하도록 부추기는 면도 없지 않아 있어보인다.
돈이 없어 결혼도 못하고, 돈이 없어서 이혼도 못하고, 돈이 없어서 승진도 못하고, 그 놈의 ‘돈’이 웬수다.
돈, 얼마나 있으면 이만하면 됐다고 만족할 수 있을까? 복권 1등 당첨자들이 당첨되기 전보다 더 못살더라 하는 이야기는 세계적으로 검증이 된 사실이다. 삶의 질이 물질에 좌우되지 않는 다는 사실을 다들 알면서도 그래도 ‘돈’을 원하고 쫓고 있다.
‘돈’을 쫓다보니 자기 삶을 사는 사람이 드물다. 그냥 남들 하는 대로 안 하면 안 될 것 같고, 남이 가진 것만큼은 나도 가져야 할 것 같고, 남이 사는 만큼 내 아파트 평수도 넓어야 할 것 같고. ‘내’가 살고 싶은 삶 같은 건 생각해 볼 여유도 없다. 그러다보니 과감히 평균적 삶을 포기하고 다른 삶을 사는 사람들이 대단해 보인다.
하지만 그건 그 사람들 이야기고, 나는 그렇게 살 용기가 없다는 게 현실이다. 현실에 답답해하면서도 내 삶을 찾아보려는 시도를 하다가 다른 사람들에 뒤처질까 두려워 내 삶이 아닌 ‘다른 사람처럼 사는’ 삶을 추구한다.
‘나’라는 존재가 어떤 사람인지 파악할 여유도 없이 평균적 삶의 물결에 묻혀서 흘러가다보니 문득 ‘이게 아닌데’라고 느낄 땐 이미 중년이거나 황혼을 바라보는 나이다. 그 전에 깨닫고 ‘자기’를 찾으려는 사람은 행운아인 셈이다. 죽어라 공부하고 취업 준비해서 사회 속에 뛰어들었는데 현실은 어떤가. 밑천 없이 시작한 세상에 오직 경쟁뿐이다. 승리하지 않으면 사람대접 못 받는? 가혹한 현실에 아까운 젊은 패기는 사그라든다.
남들이 모두 경쟁 속에서 소위 사회가 원하는 ‘승리’를 쫓고 있을 때 ‘나’를 찾아보면 안 될까?
모 방송에서 돼지의 목뼈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적이 있는 모양이다. 돼지는 해부학적으로 하늘을 볼 수 없다고 한다. 목뼈에 걸려서 수평이상을 올려다 볼 수 없단다. 이런 돼지에게 하늘을 보라고 요구한다면 누구나 부당한 요구라고 느낄 것이다. 하지만 그 가운데 한 마리쯤 하늘을 보고 싶어 하는 돼지가 있지 않을까? 하늘이 보고 싶어 고민하던 돼지가 어느 날 어떻게 하면 하늘을 볼 수 있을까 골똘히 생각하다 우연히 돌부리에 걸려 뒤집어 졌다. 와~하늘이 보인다. 칙칙하고 먼지 나는 땅과는 완전히 다르다. 흰 구름이 두둥실 떠 있는 푸른 하늘은 바라보기만 해도 감동이다. 억지스러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땅만 보고 사는 돼지와 뒤집어져서 하늘을 본 돼지가 같을 수는 없다.
좋은 것을 한 번 맛 본 사람은 좋은 것을 계속 누리기 위해서 노력하기 마련이다. 뒤집어져 하늘을 본 사람은 하늘을 계속 볼 수 있는 삶을 누리기 위해 뭔가 하려고 할 것이다. 그때부터 삶은 달라질 수 있다. 세상에는 ‘돈’ 말고도 누릴 것들이 무궁무진하다. 나만의 하늘을 바라보는 삶 멋지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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