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기업인력도 고령화, 성장동력은 어디에]퇴로없는 상시 명퇴시대

지역내일 2010-01-07
“재취업, 높고도 높은 벽”
51세 명퇴 백수

지난해 50세를 갓 넘긴 김 모 씨는 이사직함을 뒤로 하고 명퇴를 당했다. 인수합병을 하면서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회사에 모든 것을 바친 김 씨는 구조조정 대상에서 제외될 것을 내심 자신하고 있었지만 금융위기 칼날을 피해가긴 어려웠다.
그는 명문고 명문대를 나와 제조업체에서 일하기도 했다. 기획업무를 주무기로 새로운 일을 발빠르게 해내는 능력이 탁월해 CEO로부터 많은 기대와 신뢰를 받고 있었다. CEO의 측근이라고 불릴 정도로 CEO와 근접해 각종 정책과 대외업무를 지원해주는 역할을 했다.
특히 CEO가 대외적으로 이름을 얻는 데에 큰 공헌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기획업무는 시간이 갈수록 그리 좋은 ‘주특기’가 아니었다. 이사직에 올라선 후 회사 방침이 달라지면서 마케팅과 고객만족 쪽에 CEO의 경영초점이 옮겨갔다. 변화를 제대로 잡지 못한 김 씨가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했다.
김 씨는 우선 버티기로 마음먹었다. 고3인 딸이 눈에 아른 거렸다. 이사직을 맡으며 자녀 뒷바라지는 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지난해 딸이 대학에 합격한 후김 씨는 명퇴대상에 포함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CEO와 임원들이 “조금만 기다려보라”며 마치 자리를 마련해 주거나 다른 자리를 알아줄 것처럼 얘기해줬지만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소식이 없다.
김 씨는 그동안 맺은 연줄로 재취업을 시도하고 있지만 참으로 애매한 나이다. 이 정도면 김 씨 뿐만 아니라 관심이 있는 회사에서도 이사급이상의 자리를 생각했지만 김 씨의 전문성이 그리 적합하지 않았다. 낙하산처럼 난데없이 자리를 꿰차고 앉기도 어색한 게 사실이다. 모든 게 엇박자다. 새롭게 시도하기도 어렵고 준비된 게 없어 새로운 분야나 영역을 찾아가기도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관련 업종으로 가기엔 이미 포화상태다. 눈높이도 높아있다.
재취업의 문은 너무나 높고도 높았다. 그는 너무 막막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보이지 않는 터널에 들어선 느낌이다. 이제 갓 대학에 들어가 목돈이 들어가기 시작하는 것도 문제지만 딸 자식 손 잡고 결혼식장에 제대로 들어갈 수 있을 지도 모를 정도로 암담하다고 김 씨는 토로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명퇴공포에 가시방석”
54세 명퇴대기자

올해 54세의 최 모씨. 최 씨는 오늘도 출근하면서 독한 마음을 되새겼다. ‘자식들 고등학교 마칠 때까지는 무슨 수모를 당해도 명퇴하지 않으리라.’
최 씨가 다니는 회사는 최근 대규모 명퇴로 신문지상에 오르내렸던 곳이다. 오래 전에는 국가기관이었고, 공기업으로 전환됐다가 민영화됐다. 최 씨가 입사했을 때에는 잘 나가는 공기업이었다. 당연히 이 곳이 평생직장이 되리라 생각했다. 평생직장에 들어간다는 생각에 입사준비도 열심히 했고 회사 들어가서도 누구보다 노력했ㄷ.
그러다 갑자기 불어온 민영화 바람. 최 씨 회사도 민영화됐고 그 다음해인 2003년 대규모 명퇴가 있었다.
이때만 해도 최 씨는 50대에 들어서기 전이었기 때문에 명퇴당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실감되지 않았다. 2009년 연말 6년만에 찾아온 또 한 번의 대규모 명예퇴직. 이번에는 50대 중반의 최 씨도 당연히 명퇴 대상에 올랐다.
회사내에서 전방위적인 사직 압력을 받았지만 끝까지 버티겠다고 결심했다. 지방 발령을 내든, 인사고과를 F를 주든, 정말 무슨 고난이 닥쳐와도 끝까지 다니겠다고 말이다. 자존심이 없어서, 수치심이 없어서 그런 마음을 먹은 것은 아니다. 어린 자식들한테 아비가 백수인 모습을 보이지 않겠다는 절박한 마음이었다. 직장 후배들은 그런 자기 모습을 보고 대한민국 가장의 현실이 눈물겹다고 했다.
억울한 마음도 있다. 회사 내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직도 많은데, 뭐든 시켜만 주면 젊은 후배들보다 더 적극적으로 더 잘 할 수 있는데 자기 마음을 몰라주는 회사가 야속했다.
젊은 시절을 모조리 바친 회사의 현 상황도 한심하기만 하다.
자기를 포함해 다들 언제 불어닥칠지 모르는 명퇴바람에 걸려들지 않을까 불안한 마음이니 일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이번엔 어느 조직이 개편될 가능성이 높다느니, 누가 어디로 간다느니. 구조조정은 어떻게 한다느니 위에서 들리는 소문에 귀를 쫑긋 세우고 있는 사람들뿐이다.
아니면 차라리 대충 일하고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것이 낫다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예전처럼 회사일이라면 몸바치는 그런 헌신적인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