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붐 세대, 50대 초반 백수의 삶

"재취업, 높고도 높은 벽"

지역내일 2010-01-06
지난해 50세를 갓 넘긴 김 모 씨는 이사직함을 뒤로 하고 명퇴를 당했다. 인수합병을 하면서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전형적인 베이비붐 세대다.
회사에 모든 것을 바친 김 씨는 구조조정 대상에서 제외될 것을 내심 자신하고 있었지만 금융위기의 칼날마저 피해가긴 어려웠다.
그는 명문고 명문대를 나와 제조업체에서 일하기도 했다. 기획업무를 주무기로 새로운 일을 발빠르게 해내는 능력이 탁월해 CEO로부터 많은 기대와 신뢰를 받고 있었다. CEO의 측근이라고 불릴 정도로 CEO와 근접해 각종 정책과 대외업무를 지원해주는 역할을 했다.
특히 CEO가 대외적으로 이름을 얻는 데에 큰 공헌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기획업무는 시간이 갈수록 그리 좋은 ‘주특기’가 아니었다. 이사직에 올라선 후 회사 방침이 달라지면서 마케팅과 고객만족 쪽에 CEO의 경영초점이 옮겨갔다. 변화를 제대로 잡지 못한 김 씨가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했다.
김 씨는 우선 버티기로 마음먹었다. 고3인 딸이 눈에 아른 거렸다. 이사직을 맡으며 자녀 뒷바라지는 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지난해 대입을 치르고 김 씨는 명퇴대상에 포함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CEO와 임원들이 “조금만 기다려보라”며 마치 자리를 마련해 주거나 다른 자리를 알아줄 것처럼 얘기해줬지만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소식이 없다.
김 씨는 그동안 맺은 연줄로 재취업을 시도하고 있지만 참으로 애매한 나이다. 이 정도면 김 씨 뿐만 아니라 관심이 있는 회사에서도 이사급이상의 자리를 생각했지만 김 씨의 전문성이 그리 적합하지 않았다. 낙하산처럼 난데없이 자리를 꿰차고 앉기도 어색한 게 사실이다. 모든 게 엇박자다. 새롭게 시도하기도 어렵고 준비된 게 없어 새로운 분야나 영역을 찾아가기도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관련 업종으로 가기엔 이미 포화상태다. 눈높이도 높아있다.
김 씨는 헬스클럽을 다니며 집을 나왔지만 1년여동안 50세 초반 백수를 하다보니 재취업의 문은 너무나 높고도 높았다. 그는 너무 막막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보이지 않는 터널에 들어선 느낌이다. 이제 갓 대학에 들어가 목돈이 들어가기 시작하는 것도 문제지만 딸 자식 손 잡고 결혼식장에 제대로 들어갈 수 있을 지도 모를 정도로 암담하다고 김 씨는 토로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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