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한명숙 전 총리를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하자 공소 사실을 놓고 벌써부터 장외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재판정에서의 다툼을 앞두고 양측이 여론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크게 쟁점은 5가지다. 검찰은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이 한 전 총리에게 인사 청탁을 하게 된 동기를 1998년부터 유지해온 친분에서 봤다.
한 전 총리가 운영한 여성단체의 행사 경비를 대한통운이 후원했던 것을 계기로 개인적으로 만나 식사를 하고 곽 전 사장의 막내아들 결혼식에 한 전 총리가 참석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로 발전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연으로 곽 전 사장이 2005년 6월 대한통운 사장에서 물러난 뒤 “놀고 있어 답답하다”며 다른 공기업 사장으로 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취지의 부탁을 하게 됐다고 검찰은 밝혔다.
물론 한 전 총리도 곽 전 사장과의 친분은 인정한다. 그러나 검찰이 밝힌 것처럼 단 둘이 만나 식사를 한 적은 없다고 부인했다. 인사 청탁을 할 정도로 그리 막역한 사이는 아니라는 게 한 전 총리 측의 주장이다.
◆곽 전 사장 취업 관련 대화 있었나 = 또 검찰은 2006년 11월말에 산업자원부 고위공무원이 전화하고 과장이 집을 방문해 곽 전 사장에게 대한석탄공사 사장 공모에 지원할 준비를 하도록 하고, 한 전 총리가 총리공관 오찬에 초대한다는 연락을 해왔다고 밝혔다.
한 전 총리가 주도적으로 공관 오찬 모임을 마련하고 산자부에 영향력을 행사해 곽 전 사장이 석탄공사 사장 공모를 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하지만 공관 오찬 모임에 참석했던 정세균 민주당 대표의 주장은 다르다. 참여정부의 공기업 사장 인사원칙이 능력 있는 외부인사 영입에 있었고 이의 연장선상에서 당시 이원걸 산자부 2차관에게 이를 검토해 보도록 지시했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23일 민주당 비공개 회의에서 “공기업 사장 추천은 장관의 정상적인 직무수행인데 왜 이걸 문제 삼는지 모르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산자부 고위공무원으로 지목된 이 전 차관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석탄공사 사장 선임 과정에 관여한 것은 맞지만, 내가 직접 곽 전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응모를 하라고 한 적은 없다”고 부연했다.
검찰이 의심하는 것처럼 인사청탁 차원에서 곽 전 사장이 석탄공사 사장에 응모한 것은 아니라는 거다. 또 곽 전 사장 초청과 관련해서도 한 전 총리가 초청했다고 단정 짓는 것은 무리라는 주장도 나왔다.
조광희 변호사는 “공관 출입자와 차량번호를 미리 확인하기 위해 연락하는 경우가 있다”며 “곽 전 사장 진술만 듣고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설명했다.
한 전 총리가 곽 전 사장을 잘 부탁한다는 말을 했다는 부분은 양측의 입장이 전혀 다르다. 검찰은 오찬 모임에 동석한 정세균 민주당 대표와 강동석 전 건설교통부 장관에게 곽 전 사장을 잘 부탁한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하는 반면 한 전 총리 측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정 대표 뿐만 아니라 강 전 장관도 곽 전 사장의 취업과 관련된 대화는 전혀 없었다고 검찰 주장을 부정했다.
◆홀로 남았다는 곽 전 사장 주장 엇갈려 = 곽 전 사장이 홀로남아 한 전 총리에게 5만 달러를 건넸다는 진술도 첨예하게 맞서 있다. 검찰은 곽 전 사장이 감사의 뜻을 전달하기 위해 2만 달러와 3만 달러가 담겨있는 편지 봉투 2개를 홀로 남아 전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 전 총리는 “일원 한푼도 받은 적이 없고 곽 전 사장과 개인 면담을 하지 않았다”고 강력 반발했다.
우선 한 전 총리가 입고 있는 옷의 주머니에 돈을 찔러 주었다는 일부 언론보도에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여성 옷의 특성상 주머니가 없거나 있더라도 편지 봉투를 찔러 주기에는 맞지 않다는 것이다. 더욱이 친밀하지도 않은 곽 전 사장이 홀로 남아 한 전 총리에게 이와 같은 방법으로 돈을 전달했다는 게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또 과연 곽 전 사장이 늦게까지 남아 있었는지도 의문이다. 정 대표는 “자신이 늦게까지 남아 한 전 총리와 당 대표 출마에 대해 얘기했다”고 밝혔다. 곽 전 사장 진술의 신빙성이 흔들리는 대목이다. 차를 타고 떠난 순서를 혼동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조 변호사는 “통상 식사가 끝나면 총리부터 자리에서 일어나 나간 뒤 다른 분들이 뒤를 따른다”며 “이는 총리공관 앞에 타고 갈 차량을 대기시켜야 하기 때문인데, 검찰이 말한 순서는 방에서 나온 순서가 아니라 차를 타고 떠난 순서”라고 설명했다.
◆한 전 총리 인사관여 가능한가 = 마지막으로 검찰은 곽 전 사장이 석탄공사 사장 공모에서 탈락한 뒤 한 전 총리가 이번에는 임명되지 않았으나 곧 다른 공기업 사장으로 가게 될 것이라는 얘기를 했고, 결국 2007년 3월 한국남동발전 사장으로 선임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 전 총리 측은 참여정부 인사 시스템을 전혀 모르는 얘기라며 인사 관여를 일축했다. 더욱이 곽 전 사장의 진술만 있지, 통화기록 같은 증거가 없어 일방적 주장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한 전 총리 측 관계자는 “증거 없이 구두로 하는 것에 대해 일일이 대응할 필요를 못 느낀다”며 “70세인 곽 전 사장은 수술을 두 번이나 받는 등 건강이 안 좋고 검사에게 혼났다고 얘기하는 등 진술의 신빙성이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검찰이 기소한 한 전 총리 금품수수 의혹 사건은 2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한양석)에 배당됐다. 법원이 검찰과 한 전 총리의 주장 가운데 어느 쪽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된다.
선상원 기자 w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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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쟁점은 5가지다. 검찰은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이 한 전 총리에게 인사 청탁을 하게 된 동기를 1998년부터 유지해온 친분에서 봤다.
한 전 총리가 운영한 여성단체의 행사 경비를 대한통운이 후원했던 것을 계기로 개인적으로 만나 식사를 하고 곽 전 사장의 막내아들 결혼식에 한 전 총리가 참석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로 발전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연으로 곽 전 사장이 2005년 6월 대한통운 사장에서 물러난 뒤 “놀고 있어 답답하다”며 다른 공기업 사장으로 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취지의 부탁을 하게 됐다고 검찰은 밝혔다.
물론 한 전 총리도 곽 전 사장과의 친분은 인정한다. 그러나 검찰이 밝힌 것처럼 단 둘이 만나 식사를 한 적은 없다고 부인했다. 인사 청탁을 할 정도로 그리 막역한 사이는 아니라는 게 한 전 총리 측의 주장이다.
◆곽 전 사장 취업 관련 대화 있었나 = 또 검찰은 2006년 11월말에 산업자원부 고위공무원이 전화하고 과장이 집을 방문해 곽 전 사장에게 대한석탄공사 사장 공모에 지원할 준비를 하도록 하고, 한 전 총리가 총리공관 오찬에 초대한다는 연락을 해왔다고 밝혔다.
한 전 총리가 주도적으로 공관 오찬 모임을 마련하고 산자부에 영향력을 행사해 곽 전 사장이 석탄공사 사장 공모를 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하지만 공관 오찬 모임에 참석했던 정세균 민주당 대표의 주장은 다르다. 참여정부의 공기업 사장 인사원칙이 능력 있는 외부인사 영입에 있었고 이의 연장선상에서 당시 이원걸 산자부 2차관에게 이를 검토해 보도록 지시했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23일 민주당 비공개 회의에서 “공기업 사장 추천은 장관의 정상적인 직무수행인데 왜 이걸 문제 삼는지 모르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산자부 고위공무원으로 지목된 이 전 차관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석탄공사 사장 선임 과정에 관여한 것은 맞지만, 내가 직접 곽 전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응모를 하라고 한 적은 없다”고 부연했다.
검찰이 의심하는 것처럼 인사청탁 차원에서 곽 전 사장이 석탄공사 사장에 응모한 것은 아니라는 거다. 또 곽 전 사장 초청과 관련해서도 한 전 총리가 초청했다고 단정 짓는 것은 무리라는 주장도 나왔다.
조광희 변호사는 “공관 출입자와 차량번호를 미리 확인하기 위해 연락하는 경우가 있다”며 “곽 전 사장 진술만 듣고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설명했다.
한 전 총리가 곽 전 사장을 잘 부탁한다는 말을 했다는 부분은 양측의 입장이 전혀 다르다. 검찰은 오찬 모임에 동석한 정세균 민주당 대표와 강동석 전 건설교통부 장관에게 곽 전 사장을 잘 부탁한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하는 반면 한 전 총리 측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정 대표 뿐만 아니라 강 전 장관도 곽 전 사장의 취업과 관련된 대화는 전혀 없었다고 검찰 주장을 부정했다.
◆홀로 남았다는 곽 전 사장 주장 엇갈려 = 곽 전 사장이 홀로남아 한 전 총리에게 5만 달러를 건넸다는 진술도 첨예하게 맞서 있다. 검찰은 곽 전 사장이 감사의 뜻을 전달하기 위해 2만 달러와 3만 달러가 담겨있는 편지 봉투 2개를 홀로 남아 전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 전 총리는 “일원 한푼도 받은 적이 없고 곽 전 사장과 개인 면담을 하지 않았다”고 강력 반발했다.
우선 한 전 총리가 입고 있는 옷의 주머니에 돈을 찔러 주었다는 일부 언론보도에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여성 옷의 특성상 주머니가 없거나 있더라도 편지 봉투를 찔러 주기에는 맞지 않다는 것이다. 더욱이 친밀하지도 않은 곽 전 사장이 홀로 남아 한 전 총리에게 이와 같은 방법으로 돈을 전달했다는 게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또 과연 곽 전 사장이 늦게까지 남아 있었는지도 의문이다. 정 대표는 “자신이 늦게까지 남아 한 전 총리와 당 대표 출마에 대해 얘기했다”고 밝혔다. 곽 전 사장 진술의 신빙성이 흔들리는 대목이다. 차를 타고 떠난 순서를 혼동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조 변호사는 “통상 식사가 끝나면 총리부터 자리에서 일어나 나간 뒤 다른 분들이 뒤를 따른다”며 “이는 총리공관 앞에 타고 갈 차량을 대기시켜야 하기 때문인데, 검찰이 말한 순서는 방에서 나온 순서가 아니라 차를 타고 떠난 순서”라고 설명했다.
◆한 전 총리 인사관여 가능한가 = 마지막으로 검찰은 곽 전 사장이 석탄공사 사장 공모에서 탈락한 뒤 한 전 총리가 이번에는 임명되지 않았으나 곧 다른 공기업 사장으로 가게 될 것이라는 얘기를 했고, 결국 2007년 3월 한국남동발전 사장으로 선임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 전 총리 측은 참여정부 인사 시스템을 전혀 모르는 얘기라며 인사 관여를 일축했다. 더욱이 곽 전 사장의 진술만 있지, 통화기록 같은 증거가 없어 일방적 주장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한 전 총리 측 관계자는 “증거 없이 구두로 하는 것에 대해 일일이 대응할 필요를 못 느낀다”며 “70세인 곽 전 사장은 수술을 두 번이나 받는 등 건강이 안 좋고 검사에게 혼났다고 얘기하는 등 진술의 신빙성이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검찰이 기소한 한 전 총리 금품수수 의혹 사건은 2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한양석)에 배당됐다. 법원이 검찰과 한 전 총리의 주장 가운데 어느 쪽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된다.
선상원 기자 w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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