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부모들의 자녀혼사 고민

고학력, 유학파 많아 혼기 놓치기 쉬워

부모, 당사자 대부분 경제력 따져…결혼에 대한 가치관 정립 후 적극적으로 인연 찾아야

지역내일 2009-12-23

혼기가 꽉 찬 자녀를 둔 부모들은 올해 마지막 한 장 남은 달력을 보면서 한숨이 절로 나온다. 강남에서 자녀 교육시키는 것이 힘들다고들 하지만 혼사문제는 그보다 훨씬 더 큰 고민거리로 다가온다. 강남구의 미혼여성 비율이 전국 최고를 기록하고 있어, 그만큼 자녀를 고학력 전문직으로 잘 키워 놓고도 결혼을 시키지 못해 답답해 하는 부모들이 많다는 얘기다.
청담동에 사는 주부 강 모(56)씨는 “서른을 넘긴 딸이 올해도 결국 짝을 찾지 못해 이러다가 정말 좋은 혼처를 다 놓치는 건 아닌지 마음이 조급해지지만, 공부만 하느라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딸이 조건이 좋은 상대를 만났으면 하는 것이 부모 마음이다”고 심정을 밝혔다.

공부에 많은 시간 투자, 결혼 연령 높은 편
강남지역은 경제력이 있는 부모들이 많은 만큼 다른 지역에 비해 대학원 진학이나 유학 등 자녀들이 공부하는데 시간을 더 많이 보내는 경향이 있어, 대부분 결혼 연령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일단 유학을 가면 석박사 과정까지 마치고 오는 경우가 많아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결혼을 생각하다 보니 혼기가 늦어지기 마련이다. 청담동에 있는 퍼플스 김현중 대표이사는 “유학 중인 자녀를 방학 때 불러들여 배우자감을 소개시켜 주는 부모들도 있지만 서로 멀리 떨어져 있다 보니 성사가 잘 안 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미국 유학을 마치고 국내 기업에 취업한 아들이 몇 년째 결혼도 안하고 혼자 작은 아파트를 따로 얻어 살고 있다는 주부 박 모(58, 서초동)씨. “씀씀이가 큰 아들이 자기 월급으로 혼자 쓰고 살아도 남는 게 없을 정도인데 어떻게 결혼을 하냐며 웬만한 상대는 만나보려고 하지도 않아 속만 태우고 있다”고 토로했다.
고학력의 예능계열 전공자가 많다는 것도 강남지역의 또 다른 특징이다. 부모들이 예능계열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을 많이 해줘 국내 명문대 출신은 물론 해외 유학파까지 학력이 월등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결혼 후에도 자신의 수준을 유지하기를 바라는 만큼 상대적으로 배우자를 선택하는 데 폭이 좁을 수도 있다.

경제력 따지지만 여전히 서로의 느낌 중요
고생을 안 해본 세대이다 보니 어려움을 겪는 것에 대한 걱정이 커, 혼사에서도 부모나 당사자 모두 경제력을 따지는 편이다. 따라서 강남지역은 결혼 성사율이 비교적 낮은 곳이기도 하다. 또한 현재 부모의 위치를 보고 자신도 그 수준으로 동격화 시켜 그보다 더 높은 수준의 배우자를 만나고 싶어 하는 경우도 있어 성혼이 쉽지 않다.
(주)좋은만남 선우 방배센터 박영동 대표는 “정확한 결혼관도 없고 자신의 프로필은 덜 갖춰진 상태에서 현재 부모의 수준에 맞춰 배우자를 찾으려고 하는 사람들은 우선 자기 정체성부터 재정립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조건을 내세우는 사람일수록 결국 그런 조건이 안 되는 상대와 결혼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 원하는 대로 되기 어려운 것이 바로 결혼이다. 아무리 물질적인 환경을 중요시하는 시대라지만 부모의 바람이나 의견보다 두 사람이 인연이 되기 위한 서로의 느낌이 여전히 가장 중요하다. 둘이 일단 좋아지면 처음 내세운 조건들도 큰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겸손하게 접근해야 좋은 배필 만나
결혼 적령기를 훌쩍 넘긴 자녀를 둔 부모들은 조급한 마음에 빨리 결혼을 시키고 싶어 하지만, 그럴수록 교제 기간을 충분히 갖고 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당사자들도 막연히 ‘언젠가는 나타나겠지’하는 안일한 생각이 아니라, 어떤 배우자를 만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과 결혼에 대한 가치관을 세우고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김현중 대표이사는 “A급 배우자를 만나고 싶다면 나 스스로 A급 신랑감, 신부감 후보가 되도록 노력한 후 그에 맞는 상대를 만나야 한다”면서 “부모 입장에서는 그동안 자녀교육도 중요했지만 인연을 만나 결혼을 시키는 것이 더 큰 일인 만큼 자녀가 대학입시를 치를 때보다 더 신경을 써야한다”고 조언했다.
그동안 부모의 지원으로 부족한 것 없이 경제적인 여유를 누리며 생활해 오다가 막상 자기 주체적인 삶을 살아야 하는 결혼문제가 닥치면 막연한 두려움이 앞설 수도 있다. 그럴수록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보고 자신이 원하는 사람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요즈음에는 남녀 구분 없이 당당하게 자신을 피력하고, 마음에 드는 상대에게는 적극적으로 의사표현을 하는 편이다.
박영동 대표는 “가능하면 의욕적이고 순수한 마음일 때인 처음 소개를 받은 후 2~3개월 안에, 5명 이내에서 인연을 만나는 것이 좋으며 그 때가 가장 성사율도 높다”면서 “다들 워낙 공부를 많이 시켜 훌륭한 인재들이 많은데, 너무 과도하게 내 자식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부모는 결국 자녀의 행복을 가로막는 셈이다”고 전했다.
결혼은 인륜지대사인 만큼 내 자녀가 잘났을수록 겸손하게 접근해야 훨씬 더 좋은 배필을 만나게 해줄 수 있다는 것이다.
장은진 리포터 jkumeu@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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