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장려'' 지자체가 나선다]출산지원 국제수준으로 높이자

GDP 비중, OECD 평균의 6분의 1 불과 … “국가차원 투자 미흡”

지역내일 2009-12-18 (수정 2009-12-18 오후 6:14:54)

“합계출산율이 세계 최저 수준에서 몇 년동안 머물러 있는 경우는 세계적으로 없습니다.”
저출산 극복 주무부서인 보건복지가족부 관계자의 말이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지난 2005년 1.08명으로 떨어진 뒤 2006년 1.12. 2007년 1.25, 2008년 1.19로 바닥을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와 같은 추세는 당분간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결과에 따르면 2005~2010년 기간 동안 세계 합계출산율은 연평균 2.56명으로 예측된다. 선진국은 1.64명, 유럽 1.50명, 아시아 2.35명인데 비해 한국은 1.13명으로 전망된다.



◆내년 저출산 대책 총예산(안) 6조원 = 보건복지가족부에 따르면 내년 저출산 대책 정부 총예산(안)은 5조9633억원이다.
이는 올해 4조8000억원보다 25.1% 증가한 수치다. 내년도 정부 총예산(안) 291조8000억원의 2%를 차지한다. 올해는 총예산의 1.7%가 저출산 대책에 쓰였다.
내용을 보면 영유아 보육비 지원이 3조4060억원으로 절반이상을 차지한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주관하는 영유아 교육비 지원액이 5796억원으로 다음이다.
재정별로 보면 일반예산과 특별회계 기금 등 국비는 2조8435억원으로 전체 저출산 예산의 47.7%를 차지한다. 반면 교부금을 포함한 지방비가 52.3%인 3조1198억원으로 지방비가 국비보다 2760억원이 많다. 격차는 지난해보다 더 벌어졌다.
저출산 대책 예산 가운데 지방비가 국비보다 많은 이유는 교과부의 차등교육비나 자유수강권, 사이버교육 지원 예산 8811억원이 지방비로 잡혀 있기 때문이다. 또 복지부의 보육료 매칭비율이 지방이 52%로 더 높아 차액인 1360억원이 더 많다.

◆“재정투자 지속적으로 늘려나갈 계획” = 우리나라의 저출산의 상황이 심각하지만 예산 수준을 놓고 볼 때 다른 나라에 비해 크게 뒤쳐져 있다.
복지부 이상영 저출산고령사회정책국장은 “문제의 심각성에 비해 국가 차원의 투자는 미흡한 상황”이라며 “이 문제는 복지부만 해결할 수 없는 것이므로 관계부처가 적극 나서서 저출산 대책에 대한 재정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려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2008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저출산 대책 사업비 비중은 우리나라가 0.4%에 불과해 OECD 소속 24개국 가운데 꼴찌다. 당시 GDP는 901조원이며 사업비는 3조8000억원이었다.
OECD 소속 24개국은 2005년 기준으로 GDP 대비 출산관련 사업비 비중이 평균 2.3%였다.
출산 정책의 성공을 보인 프랑스의 경우 2005년 GDP의 3.8%를 출산관련 사업에 투입했다. 일본도 1.3% 수준이었다.
프랑스의 합계출산율은 지난 1993년 1.66명을 저점으로 이후 상승해 2008년 2.02명으로 유럽최고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국가가 적극적으로 투자한 결과이다.
프랑스 출산정책 가운데 양육수당이 눈에 띈다. 연평균소득 4만8000유러(8700만원) 이하 자녀양육가장에 아이가 3세까지 매월 172유러(30만원)가 기초양육수당으로 지급된다. 2명 이상 자녀를 둔 경우 자녀가 20세가 될 때까지 2자녀는 월 120유러(21만원)을 받는다.
한국인구학회장 전광희 충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부가 저출산 극복을 위해 체감도 높은 정책을 마련하지 못했다”며 “농어촌 지역에서 시작된 출산장려금 사업부터 우선적으로 전국 수준에서 베이비 보너스 제도로 체계화·일원화하는 작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뷰]이상영 저출산고령사회정책국장
“보육지원, 복지국가로서 당연한 일”

근본대책은 중앙정부 몫 … 지자체는 지역 적합대책 마련

- 지자체 정책이 출산율을 높이는데 효과가 있나.
지역여건에 맞추어 추진하는 지자체 정책은 지역주민의 관심을 유발한 긍정적 효과가 있다. 올해 지자체는 7266억원 규모의 483개의 다양한 저출산 관련사업을 실시중이다. 출산축하금 지급사업이 가장 많은 곳에서 하고 있다.

- 지자체마다 출산지원금 규모와 범위가 각기 다르다. 전국적으로 균질한 정책 집행이 필요한 것 아닌가.
지역마다 출산장려금 제도가 달라 일부 지역주민들의 불만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 사업은 1회성 성격이 강한 사업이다. 저출산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효과적인 역할분담이 필요하다. 중앙정부는 출산축하금 같은 일시적 지원보다는 무상보육 확대와 같이 부모들의 부담을 근본적으로 줄여주는 대책에 집중해야 한다. 지자체는 재정여건과 인구상황 등 지역실정에 적합한 대책을 마련해 추진할 필요가 있다.

- 중앙정부에서 지자체에 지원하고 있는 출산정책은 무엇인가.
정부는 지자체와 공동으로 인공수정 시술비 지원이나 보육료 지원 등을 실시중이다. 사업에 따라 전체 비용 가운데 30~80%를 중앙정부에서 지원하고 있다.

- 좀 더 강력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보육지원은 복지국가로서 당연히 할 일이다. 앞으로 보육료와 교육비 지원을 중산층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육아휴직 등 모성보호를 강화하고 시차 출퇴근제와 같은 유연한 근무제도 도입을 확산시켜 일-가정 양립에 힘쓰겠다.

■ 출산정책으로 주목받는 지자체들

아산시, 온·오프라인 결혼미팅 주선
올해 18쌍 결혼 … 무료 결혼식 지원

온·오프라인에 다양한 결혼미팅 프로그램을 운영해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지자체가 있다.
충남 아산시는 지난해 가정·결혼상담센터를 설치해 미혼남녀 맞선 행사를 주최하고 온라인 결혼지원사이트 회원가입비를 지원하고 있다.
아산시에 따르면 미혼 남녀 맞선 프로그램은 지난해 4회, 올해 3번 진행됐다. 한번에 20~40쌍의 미혼 남녀가 참여했다. 능숙한 사회자의 진행으로 처음에 다소 어색했던 미혼 남녀는 이내 친해지기 십상이다. 모든 행사비는 시에서 지원한다.


 충남 아산시는 지난해부터 가정·결혼상담센터를 설치해 미혼남녀 맞선 행사를 주최하고 있다. 사진 아산시 제공

이 행사 이후 261명이 참여를 신청했고 152명이 행사에 참여해 31쌍이 좋은 느낌으로 만남을 유지하고 있다.
아산시 가정·결혼상담센터 관계자는 “올해까지 행사에 참가한 커플 가운데 모두 18쌍이 결혼을 했거나 결혼을 앞두고 있다”며 “인구정책경진대회에서 상을 받는 등 알려지면서 여러 지자체에서 알아보러 온다”고 말했다.
아산시는 또 인구보건복지협회 결혼지원센터와 공동으로 온라인 결혼지원사이트(www.match.kr)를 운영하고 있다. 아산시 거주 미혼남녀는 회원가입비가 무료이다. 많은 총각 처녀들이 가입해 결혼을 꿈꾸고 있다.
지난 7~13일기간 온라인 결혼미팅을 운영했다. 온라인 결혼미팅은 아산시 결혼미팅 참가자 가운데 아쉬운 만남을 가졌던 이성과 다시 한번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신규 회원은 마음에 드는 이성이 있을 경우 3회에 걸쳐 프로포즈를 할 수 있다.

부산시, 출산친화적 업무환경 도입
임신부용 의자 제공 … 근무시간 탄력 운영

부산시는 지난 8월부터 전국 최초로 임산부를 위한 전용의자와 임신한 여성공무원의 태아를 전자파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전자파 차단 앞치마를 지급했다. 출산·육아 친화적인 근무환경 조성에 나선 것이다.
이 사업은 최근 미래기획위원회에 우수 출산정책 사례로 소개되기도 했다.


 부산시는 지난 8월 전국 최초로 임산부 전용의자와 태아를 전자파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전자파 차단 앞치마를 지급했다. 사진 부산광역시 제공

직원들에게 배부된 임산부용 의자는 임신여성의 허리와 목을 보호할 수 있는 고급형 의자이다. 시는 이와함께 전자파를 차단할 수 있는 소재가 부착된 앞치마, 책상 가장자리와 복부사이에 두어 완충작용을 하는 ‘태아 보호용 큐션’ 등 3종 세트를 직원 16명에게 전달했다.
또한 조례개정을 통해 생후 2년 미만의 유아를 가진 여성공무원이 하루 1시간씩 육아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했다.
지난 9월부터 일-가정 양립을 위해 1주당 15시간 이상 35시간 이하 범위에서 일할 수 있는 시간제 근무제도 시행중이다. 또 주 40시간 범위 내에서 육아 여성공무원은 개인별 육아시간을 고려해 맞춤형 근무시간을 선택하도록 했다. 예를 들면 주 40시간을 맞추면서 출근 시간을 10시로 늦추고 퇴근시간을 오후 7시로 할 수 있다.
범현주 기자 hjbeo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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