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을 좋아하다보니”, “집에 쉬고 있는 오븐을 활용해 보려고” 혹은 “뭔가 기술을 익혀두면 좋을듯해서”... 이렇듯 쉘위베이크 회원들이 빵과 인연을 맺게 된 사연은 가지가지이다. 그러나 이제는 빵을 만들면서 나보다는 남을 먼저 배려하고, 그들의 아픔을 함께 공감하는 마음으로 하나 되어 십 년 가까이 함께 가고 있다.
빵과 함께 십여 년을 이어온 봉사정신
지난 2000년 강남구여성능력개발센터 제빵제과 과정을 수료한 수강생들이 자신들이 배운 기술을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모임이 바로 ‘쉘위베이크’이다. 현재 회원 20명 가운데 거의 대부분이 이때 뜻을 같이한 창단멤버회원들이며 지금도 매달 한 번씩 빵을 만들어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달하는 등 왕성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미화 회장은 “매년 2월 정기총회를 갖는데 이때 접수된 봉사활동 수요처를 놓고 회원들의 의견을 모아 우리의 손길이 필요한 곳을 결정한다”며 “현재는 노숙인 센터와 서울의료원의 무연고 환자들에게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달 마지막 주 금요일, 빵 봉사가 있는 날이면 회원들은 아침부터 몹시 분주해 진다. 늦어도 아침 10시에는 재료를 계량하고 빵 반죽을 시작해야 한다. 빵을 굽고 식혀서 포장을 하는 데까지 점심 먹을 틈도 없이 작업을 진행해야만 오후 3시에 맞춰 가까스로 배달을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회원들이 한 번에 굽는 빵은 모두 530여개, 스무 명에 못 미치는 회원들이 쉴 새 없이 움직여 만들기에는 다소 많은 개수이다. 초창기 봉사활동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면 밤새 끙끙 앓을 정도로 다리가 아팠다는 회원들이지만 십 년 가까이 이 일을 하다 보니 이제는 생활의 일부가 되었다고. 오히려 아프거나 집안에 급한 일이 생겨 불가피하게 봉사활동에 빠지게 되면 뭔가 찜찜하고 불편할 정도라고 하니 봉사활동에 대한 회원들의 애정을 짐작할 만하다.
지난해 회장을 맡았던 한정남 회원은 “처음엔 집에 있는 오븐을 활용해 볼 마음으로 제빵기술을 배웠는데 이제는 남들의 손길이 닿지 않는 어려운 이웃을 위해 봉사까지 하게 되었다”며 “내 식구가 아닌 남들에게 뭔가 베풀 수 있다는 점이 참으로 행복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회원들 간 깊은 우정, 가족의 이해와 지지가 큰 힘 돼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할만한 시간, 이처럼 오랜 기간 동안 한 번도 거르지 않고 봉사활동을 하다 보니 회원들 모두가 한 가족처럼 가깝고 정겹게 지낸다. 회원들은 1년에 두 번 정기적인 친목모임은 물론, 다달이 만나 세상사는 이야기도 함께 나눈다. 이런 모임은 회원들 나이대가 골고루 분포되어 있어 아이들 입시 및 학원정보 등 각종 ‘엄마표 노하우’를 마음껏 전수받을 수 있는 장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쉘위베이크 회원들은 40, 50대 주부들로 이뤄져 있어 가정과 봉사활동을 병행해 나가는데 무엇보다도 가족들의 이해와 지지가 큰 힘이 된다고 입을 모은다.
이미화 회장은 “작년 가을 올림픽공원에서 평생학습축제가 열렸을 때, 봉사활동으로 참가해 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마침 가족끼리 여행을 가기로 한 기간과 일정이 겹쳐 고민했었는데, 가족들이 선뜻 여행을 미루며 나의 봉사활동을 우선시 해줬다”며 “아이들이 엄마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모습에 더욱 힘이 난다”고 말했다.
9년째 봉사활동을 펼쳐오고 있는 정현숙 회원은 “언젠가 나이 쉰이 넘어선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남을 위해서 시간을 쓰라는 말을 들었는데 정말로 가슴 깊이 와 닿았다”며 “처음엔 소일거리로 찾았지만 이제는 깊이 빠져들게 되어 내 인생의 보람을 찾을 수 있는 곳”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박수진 리포터 icoco19@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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