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이까지 준비한 인면수심 아들

지역내일 2009-10-13
알리바이까지 준비한 인면수심 아들

“동생만 편애한다” 방화로 부모 살해

지난 7일 성북구 월곡동 다세대주택 3층에서 발생한 화재로 2명이 숨지고 1명이 크게 다친 사건의 범인이 아들인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 종암경찰서는 7일 11시 10분쯤 거실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질러 부모를 숨지게 하고 어린 동생을 중태에 빠트린 혐의(현주건조물방화치사상 및 존속살해)로 강 모(28)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2일 밝혔다.
경찰은 화재 현장 감식 결과 휘발유에 의한 방화인 것을 확인, 주변 인물들에 대해 수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큰아들 강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해 추궁한 끝에 범행 일체를 자백 받았다.
강씨는 경찰에서 “부모가 자신에게 무관심하고 동생만 편애하는 것이 싫었고, 식당을 차려 애인과 빨리 결혼하고 싶었지만 부모가 돈을 대주지 않는 것에 불만을 품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씨의 부모는 20여 년 전 재혼한 사이로 강씨는 친어머니와 새 아버지가 둘 사이에 태어난 어린 동생만 편애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으며 강씨 혼자 4층 옥탑방에서 생활하면서 평소 외톨이라는 생각을 많이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웃들은 이 집에서 평소 싸움 소리가 나는 것은 듣지 못했으며, 큰 아들이 한 건물에 같이 사는지 모를 정도로 강씨가 이웃 주민들에게 존재감이 별로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강씨는 범행 하루 전 강북구 소재 주유소에서 플라스틱 음료수병 2개에 휘발유 2.5리터를 구입해 자신이 지내고 있는 4층 옥탑방 문 앞에 보관해 오다 사건 당일 가족들이 잠자는 것을 확인하고 거실에 휘발유를 뿌린 뒤 라이터로 불을 질렀다.
강씨는 또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사건 당일 애인과 헤어진 뒤 친구들에게 “밤 11시쯤 집 근처 치킨집에서 술 한잔 마시자”고 전화를 한 뒤 약속장소에 가기 전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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