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9일 서초구의회는 의미 있는 구정질의를 해냈다. 김희수 의원이 박성중 구청장과 하익봉 행정지원국장을 상대로 1문1답 방식의 구정질의를 서초구의회 최초로 해 낸 것이다. 1문1답식 구정질문은 당연히 불꽃 튀는 논전을 초래하기 때문에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아주 드라마틱한 장면이 되기 쉽다. 반면 질의하는 당사자나 답변하는 당사자는 까딱하면 구렁텅이로 빠질 수 있는 긴장도 높은 질의응답 방식이다. 박성중 구청장 말처럼 부작용도 많을 수 있다. 하지만 논점을 분명히 해서 시비를 가려야 할 사안에 대해서는 원고를 쭉 읽어나가는 일괄질문 일괄답변방식으로는 아무래도 미진하다. 김희수 의원의 역사적인 구정질의 장면은 서초구의회 홈페이지를 찾아보면 전체를 볼 수 있다.
김희수 의원은 42세로 젊다. 직업은 공인회계사와 법무사, 세무사 자격을 갖추고 사무소를 운영하는 일. 지역구 주민들의 민원해결도 중요하고, 지역구 주민들을 위한 지역숙원사업 해결도 중요하지만 구의회 차원에서 집행부를 견제하는 것이 무엇보다 더 중요한 구의회의 업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견제기능의 대표적인 예로 2007년 4~5월에 걸쳐 있었던 서초구쓰레기봉투 가격 조정과정을 얘기했다. 서초구에는 다섯 개의 쓰레기 대행업체가 있는데 이 업체들의 수지타산이 안 맞는다는 이유로 쓰레기 봉투값을 인상하는 안이 제출 될 상황이었다. 김 의원은 이 회사들의 5개년도 재무제표를 요구했고, 이를 제출받아 원가분석을 해냈다. 재무제표를 보니 어렵다는 회사가 주주들에게 배당을 하고 있더란다. 이에 원가분석에 근거한 종량제봉투가격 인상 수정안을 제출했고, 동료 의원들이 이에 동의해서 인상폭을 낮출 수 있었다. 김 의원 본인의 공인회계사로서의 전문성을 활용해서 예산을 절감하는 방식으로 구정을 바로잡은 사례로 꼽았다. 이렇게 부적합한 예산 지출을 막고, 절약한 예산으로 의미있는 사업을 하게끔 하는 것이 의회의 궁극적인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전문성 살려 종량제 봉투가격인하
한창 사회활동을 할 나이여서 의정비 4600만원 정도를 받고 구의원에 전념할 수 있냐는 질문에 자신은 겸업을 금지하면 구의원을 그만 둘 것이라고 했다. 어떤 분들에게는 적정하거나 많을 수 있는 금액이지만 전문성과 능력을 겸비한 구의원에게는 적은 금액이기 때문이라고. 전문성 있는 인물들을 구 의회가 공급받으려면 의정비를 대폭 올려야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문성 있는 인사들로 구의회가 구성되면 발전적 견제를 통해 예산절감을 충분히 할 수 있고, 의정비의 몇 배를 주민들에 보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수사권이 없는 행정사무감사로는 비리를 적발할 수가 없고, 사태의 진상을 깊이 있게 파헤쳐 내는데 한계가 있다. 의회가 낭비성 예산안을 식감시키면 서초구는 예산을 전용해서 의회의 의도를 무력화시키기도 한다. 그래서 김희수 의원은 구의회의 위상과 역할을 위해 지금도 보이지 않게 노력하고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주민들이 구의회 현 상황을 알고 구의회에 좀 더 관심을 가져 준다면 올바른 구의회 역할을 위한 고민도 좀더 쉽게 해결 될 것”이라는 말이 김의원의 바램을 함축적으로 표현했다.
김영서 기자 y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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