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때 나름대로 균형 잡힌 영어교육을 해왔던 학생들이 중학교에 진학해서 영어학습의 방향을 잡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전에는 즐기는 학습을 했던 학생들이 점수를 얻기 위한 공부의 대상으로 영어를 보기 때문이다. 초등학생 때 영어를 제대로 공부한 학생들이라면 학교에서 배우는 영어가 지나치게 쉽다고 느낄 것이다. 그러나 일부 학생들은 100점을 얻기 위해서 시험 3주전부터 준비를 한다. 본문내용 전체를 암기하고 비슷한 유형의 문제를 푸는데 상당한 시간을 허비한다. 그런데 정작 시험이 끝나고 나면 기초 실력을 다지는 데는 게을리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식으로 중학교 3년을 보내서는 영어실력을 향상시키기란 어렵다. 하지만, 학습방향을 제대로 잡은 학생이라면 중학교 수준에서 대학수능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정도의 영어실력을 갖출 수 있다. 이 시기의 영어 학습 방향을 다음과 같이 세울 것을 권한다.
1. 영어는 암기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자
어휘, 어법, 구문 심지어 통 문장 암기까지 영어는 일단 암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주변에서 영어를 잘한다는 사람의 의견을 경청해보라. 그런 방식의 학습을 했던 사람은 있을지 몰라도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언어는 이해가 선행되지 않으면 학습효과가 크게 떨어진다. 많이 안다는 것은 많이 접해보았다는 얘기와 다름 아니다. 암기식 방법은 학교시험처럼 범위가 제한된 경우 효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학습효과는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 학교 시험에서 영어는 거의 100점을 놓치지 않지만 객관적인 실력을 측정하는 모의고사, 텝스 등에서는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하는 학생의 경우가 좋은 예가 될 것이다.
2. 자신의 지적 수준과 읽기 능력을 고려해서 읽기 자료를 선택하라
중학생들이 외국의 초등학생 저학년 수준의 읽기 자료를 학습한다고 가정해보자. 또는 지문의 내용이 지나치게 어려운 타임 에세이나 저명 수필을 학습하는 경우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전자의 경우 학생들은 지문의 난이도는 자신에게 맞지만 내용이 너무 유치하다고 느낄 것이다. 후자의 경우도 구문이 복잡하고 내용 또한 이해하기가 어렵다고 느낄 것이다. 이 두 경우 모두 큰 학습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영어학습의 첫걸음은 “읽기”다. 그런데 읽기 자료의 내용이 지나치게 유치하다면, 혹은 지나치게 난해하다면 학습동기가 유발되기는 어렵다. 실제로 일부 학원들에서는 강사조차 이해하기 어려운 난해한 내용들을 담은 책을 교재로 선정해 가르치고 있다. 이것은 그저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쇼맨십일 뿐이다. 어려운 내용의 난해한 구문을 담은 글을 공부한다고 학생들의 수준이 향상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지적 수준과 독해능력에 부합하는 글들을 꾸준히 읽는 것이 영어에 대한 흥미와 관심을 유발하는 촉진제임을 명심하자.
3. 속독과 정독을 병행하라
읽기 자료를 선정함에 있어 글의 내용이 쉬운 것, 조금 어려운 것 두 가지 유형으로 분류한다. 쉬운 내용의 글은 모르는 단어가 나오더라도 개의치 말고 빠른 속도로 읽어 나간다. 전체적인 내용을 숙지하고 나서 모르는 단어의 뜻은 글의 맥락에서 유추해 본다. 조금 어려운 글은 쉬운 글을 읽을 때와 마찬가지로 1회독을 한다. 그 다음에는 문장의 세세한 부분까지 의미와 구조를 파악해 본다. 사전의 힘을 빌려서도 해결이 되지 않는 것은 해설된 내용과 대조해 파악해 보도록 한다. 문제가 해결될 때 마다 새로운 지평이 열리는 작은 기쁨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기쁨들은 학습을 지속적으로 하고자 하는 동기로 변할 것이다.
4. 어법의 기초는 중학생 때 다져라
초등학생에게는 영어에 대한 친밀도를 강화시키기 위해 어법은 심화학습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중학생이 되면서 지문의 난이도도 높아지고 어려운 구문들이 등장한다. 원어민이 아니고는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란 어렵다. 어법의 기본 개념을 처음부터 세부적으로 학습하기 보다는 전체적인 어법의 개념을 한번 훑는 것을 권한다. 전자는 어법은 어려운 것이라는 부정적 생각을 심어준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처음에 쉽지 않겠지만 어법의 기본 개념에 대한 큰 그림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읽기를 하면서 만나게 되는 세부적인 사항들은 그 때 그 때 해결하도록 하자.
언어학습의 효과는 단기간에 나타나지 않는다. 인내심을 가지고 공부의 재미를 느끼면서 꾸준한 학습을 한다면 그 결과는 노력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될 것이다.
김경태 중등부원장
세종어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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