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트폴리오 시대, 발명교육이 뜬다

“발명 교육 기회 생각보다 많아요”

지역내일 2009-06-30 (수정 2009-06-30 오후 3:59:28)


“엄마, 운동화 신고 학교 갔다 갑자기 비가 오면 양말까지 젖어요. 비닐 커버를 씌우면 어때요?” “글쎄… 어떻게 하면 될까?” 엄마들이 일상에서 누구나 한번쯤 겪는 일이다. 하지만 기발한 상상력을 동원한 아이의 질문은 상상으로 끝나기 십상. 한데 다소 황당한 질문에 꼬리를 달고 구체화하면 생각지도 못한 작품이 나온다고 말하는 엄마들이 있다. 발명에 대한 아이의 호기심을 좀더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발명지도사 양성 과정에 도전한 엄마들의 노하우를 담아봤다.     
“발명은 세상에 없는 걸 창조하는 게 아니라 일상적으로 보는 물건이나 시설에 나만의 생각을 더해 전혀 다른 새로운 걸 만드는 거야. 빈 우유 팩에도 간단한 과학 원리만 적용하면 나만의 발명품을 만들 수 있단다.”
발명지도사 어은숙(53)씨의 설명이다. 오늘은 고무풍선의 동력을 이용해 씽씽카를 만드는 날. 풍선 바람이 에너지가 돼 우유 팩 차를 움직이게 하는 원리다.
버려진 박스를 이용해 바퀴를 만들고, 나무젓가락과 빨대로 골격을 잡아 고무풍선을 단 뒤 알록달록 색종이를 붙여 마무리하니 꽤 근사한 자동차가 완성됐다. 풍선에 바람을 넣으니 신기하게도 우유 팩 자동차가 움직이고, 여기저기서 아이들의 탄성이 터진다. 
“발명은 일상의 불편함을 찾고 평범한 생활용품을 이용하는 것부터 시작되죠. 발명은 생각보다 거창하지도 어렵지도 않아요.”

학교 성적과 발명 실력은 무관
몇 해 전만 해도 평범한 전업주부였던 어은숙씨가 발명지도사로 활동한 계기는 딸 아라(서울 신관중 3) 때문. 초등학교 4학년 땐가 잃어버리기 쉬운 우산 커버를 아예 우산에 달아놓으면 어떠냐고 묻는 딸의 질문이 귀에 쏙 들어왔다고. 하지만 어디서부터 어떤 과정을 통해야 할지 난감했다. 우연히 교육청에서 단위 학교별로 발명교실을 운영한다는 얘기를 듣고 아이 손을 잡고 찾아간 게 벌써 5년째.
아라는 이 아이디어로 중1 때 특허청 발명대회에서 2등을 수상했다. 발명 관련 실용신안 4건, 발명 장학금도 2번 탔고, 수상 덕분에 카이스트나 대덕연구단지 발명 연수도 여러 번 다녀왔다. 아이에게 보다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기 위해 여성발명지도사 양성 과정을 밟았다는 어씨는 “아이들의 신선하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적절한 과정을 밟게 해 주려면 엄마 역할이 무엇보다 크다”며 “학교 성적은 중위권이지만 아라는 상위 5%만 다닌다는 서울대 영재교육원도 사교육 한 번 없이 어렵지 않게 합격했다”고 말했다.

단계별로 다양한 발명 교육법
어씨처럼 자녀의 창의성을 키워주기 위해 발명지도사로 나선 엄마들은 생각보다 많다. 초·중학교 발명지도사로 활동하는 권용희(45), 장인순(44)씨도 그 경우.
권용희씨는 “아이가 일상에서 느끼는 불편함에 대한 개선점을 이야기할 때는 반드시 기록해두고, 수많은 아이템 중 구체화가 가능한 내용을 선별, 자료 조사를 통해 본격적으로 발명품 만들기에 도전하는 과정을 거치다 보면 자연스럽게 창의성과 논리성을 겸비할 수 있다”며 “신문을 읽고 뉴스에 나온 각종 사고 원인을 아이와 이야기해보고 문제점을 찾은 후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하다 보면 여러 가지 발명안이 나올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발명 마인드맵, 발명 캐릭터 그리기도 발명 교육 초기에 시도해보면 의외의 성과를 낼 수 있는 방법.
장인순씨는 “발명품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또 존재하지만 기능을 향상시킨 것이어야 한다”며 “특허나 실용신안 같은 다소 전문적인 행정 절차에 대한 이해도 함께 따라줘야 완전한 발명품이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것이 과학 공작품과 발명품의 다른 점이자, 이들이 체계적인 발명 교육을 선택한 이유다.

처음부터 무리하지 말고 생활용품부터 접근
자녀의 발명 교육을 돕다 발명지도사가 된 박선미(38)씨가 한계를 느낀 것도 이 지점이다. 특허니, 실용신안이니 아이디어를 구체화해 시제품을 만들기까지 쉬운 게 없더라고. 한데 발명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곳은 생각보다 많았다.
“엄마가 직접 발명지도사 교육을 받을 수도 있고, 방과 후 학교나 교육청에서 운영하는 발명교실, 특허청 사이버 발명교실 등은 엄마표로는 극복하기 힘든 부분을 해결할 수 있는 창구 역할을 해줘요. 발명 관련 각종 대회도 생각보다 많고요.”
흔히 발명품 하면 유형의 결과물을 내는 거라 생각하지만 발명 독후감이나 발명 그림 그리기 등을 통해 발명의 힘을 기르는 대회도 다양하다. 교육비도 생각보다 저렴하다고. 교육청이나 특허청 발명교육센터는 무료로 운영되고, 방과 후 학교 발명교실도 주 3회 한 달 기준 재료비를 포함해 4만 원을 넘지 않는다.
박씨는 “어느 정도 발명 교육을 받았다면 각종 발명대회 참가를 통해 명확히 동기를 부여해주는 것도 필요하다”며 “이런 대회에서 좋은 실적을 거두면 고입이나 대입에서도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처음부터 외형적으로 너무 덩어리가 큰 제품을 만들거나 다른 이들의 손을 빌려 시제품을 만드는 것은 삼가는 게 좋다고. 되도록 집 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생활용품을 개선하는 측면에서 발명품을 만들면 오히려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게 박씨의 조언이다.
  심정민 리포터 request086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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