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력 관리·내신·영어 경쟁 ↑ … 특목고 입시 변경 후
과학고 입시에서 경시대회와 영재교육원 특별전형을 폐지하는 대신 입학사정관, 과학창의성 전형을 신설하고, 외고 입시에서 지필형 면접을 금지하는 등의 특목고 입시 개선안이 지난 3일 확정됐다. 특목고 입시를 손보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사교육 경감 대책의 연장선상에 따른 것. 그러나 이를 지켜보는 엄마들의 반응은 정부의 기대와는 사뭇 다르다. 포트폴리오가 전면으로 떠오르면서 ‘정보 전쟁’만 심화되고, 내신과 영어 챙기기 경쟁은 갈수록 더할 거라는 의견이 대부분인데. 이른바 ‘풍선 효과’다.
올림피아드 거품 빠지고, 영재교육원 부상
교육과학기술부가 확정, 발표한 사교육 경감 대책에 따르면 올해 중2 학생이 치르는 2011학년도 과학고 입시부터 경시대회 수상자와 영재교육원 수료자 특별전형이 폐지된다. 올림피아드 등 각종 경시대회에서 입상하거나 영재교육원에 입학하기 위한 사교육이 지나치게 성행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 대신 입학사정관 전형과 과학캠프를 활용한 카이스트식 과학창의성 전형이 신설된다.
한성과학고 김영준 교장은 “입학사정관의 판단 기준이 될 만큼 교사들이 학생 개개인의 이력을 조직적이고 치밀하게 작성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이른 감은 없지 않지만, 실험 설계와 수행 능력 등을 보는 창의적 문제 해결력과 과제수행능력 검사 등을 비롯한 가능한 형태의 다단계 전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장 내년부터 변화 폭이 커 대응책을 마련하는 학원가의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그러나 직접적인 타격을 우려하기보다 변화된 환경에 어떻게 적응할지를 저울질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미래탐구학원 정용선 중등부 부원장은 “몇 년 사이 급격하게 지원자가 늘어난 올림피아드 거품은 빠지겠지만 입학사정관 전형에 대비한 이력 관리를 위해서라도 영재교육원 경쟁률은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올림피아드에 주력했던 학원들은 영재교육원에 눈길을 돌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와이즈만 중등사업부 양창욱 부장은 “지금까지 나온 안대로라면 한국과학영재학교에서 치러왔던 다단계 전형 형태와 유사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초기에는 관련 실적 등 이력 관리를 얼마나 잘했는지가 주요 판단 기준이 될 테지만 결국은 과학적 탐구 능력을 강화하는 스펙을 키워온 아이들이 유리한 전형이기 때문에 영재교육을 표방하면서도 선행 학습을 강조해온 학원들의 재편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변별력 없어진다면 구술면접 폐지할 수도
외국어고는 올해 2010학년도 입시부터 구술면접 때 지필형 문제 출제를 금지한다. 내년부터는 중학교 내신 성적 반영시 수학·과학에 과도한 가중치를 주지 않도록 할 방침이다. 중3 학생들이 풀기에는 너무 어렵다는 지적을 받아온 영어듣기평가 난이도를 낮추고, 구술면접처럼 외국어고가 공동 출제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이와 함께 중학교 교육 과정을 넘어서는 문제를 출제하지 않도록 모니터링도 강화하기로 했다. 외고 측은 크게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는 아니지만, 변별력을 위해 마련해놓은 장치들을 무력화하는 조치들에는 다소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경기도 A외고 입학관리부장은 “영어 듣기를 너무 제약하면 외국어에 소질이 있는 학생을 선발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너무 어려운 문제를 출제하는 것도 문제지만 너무 쉬운 문제로 변별력을 가릴 수 없는 것도 문제다.
구술면접에서도 교과 지식을 묻는 걸 제한하면 결국 사고력을 측정할 수밖에 없다. 최소한 잘하는 학생인지 구별은 할 수 있게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한영외고 임휘덕 입학정보부장은 “올해 10문항 정도 출제됐던 구술면접 문항 수가 축소될 가능성은 있다. 한데 언어, 통합사회 형태로 치러지는 구술면접도 제약을 둔다면 가뜩이나 절차상, 운영상 어려움이 큰 전형이어서 내년부터 아예 폐지할 수도 있다”면서 “영어 듣기의 경우 어휘 등은 중학교 교과 과정 내에서 사용하더라도 스피드나 지문 길이 등 외적 요소가 작용하기 때문에 난이도 조절이 생각처럼 쉽지 않다”고 말했다.
결국 앞으로 외고 입시의 관건은 영어 듣기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정상어학원 입시전략실 문상은 실장은 “구술면접이 무력화되면 내신이나 영어 쪽 의존도가 높아지는 ‘풍선 효과’가 생길 텐데, 외고 합격생의 내신 수준은 어느 정도 고정화돼 있기 때문에 영어 듣기의 난이도가 변별력을 상실할 수준이 되진 않을 것”이라며 “예측 가능한 가장 손쉬운 방법은 구술 면접에서 묻지 못하는 언어나 사회 교과 지식을 영어 듣기 안에서 묻는 형태의 변용”이라고 전망했다.
교내 대회까지 이력 관리 경쟁 불붙어 … 실효성 의문인 ‘탁상공론’ 지적도
현재 마음만 바빠진 엄마들은 과학고 입시를 준비해온 경우. 입학사정관제가 핵심으로 부각되면서 아이의 이력 관리에 도움 될 만한 정보를 구하는 데 불이 붙었다. 이전까지 크게 눈여겨보지 않던 교내 대회도 엄마들이 앞 다퉈 신청하는 상황이다. 중1 딸이 과학고 입시를 준비한다는 유아무개 씨(40·강남구 개포동)는 최근 학교 엄마들의 달라진 모습을 보면서 혀를 내둘렀다.
“교내 대회들은 대표 할 애들만 알아서 하는 분위기였는데, 지금은 엄마들이 먼저 나서서 신청하고 있어요. 외부 경시대회가 빠지면 결국 학교나 시·도 대회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판단인 거죠. 추천서가 중요해지니까 선생님과 어떻게든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려고 애쓰는 모습도 눈에 보이고요. 요즘에 수학, 과학 100점 맞는 애들이 한 둘인가요. 기준이 뭐가 있겠어요? 결국 엄마들 치맛바람만 세지는 거죠.”
영재교육원과 올림피아드도 내신 관리에 투여하는 절대 시간과 비교해 우선순위를 재고는 있지만, 포트폴리오가 중요해지면 당장 사교육을 놓기 힘들다는 목소리도 많다. 중2 아들이 과학고를 준비한다는 송경아 씨(42·강남구 대치동)는 “결국 이번 대책도 공교육 현실을 제대로 모르고 만들어낸 탁상공론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자기소개서에 넣을 만한 항목이란 게 외부 경시나 영재교육원 다녔던 기록 외엔 대안이 별로 없어요. 어차피 1차 서류 전형에서 붙어야 시험이라도 볼 테니 해서 되면 좋은 거고, 아니면 마는 거죠. 그렇다고 학교에서 이력 관리를 해주나요? 사립학교와 달리 공립학교는 행정절차 밟는 과정이 복잡하니까 학교장 추천을 안 써주는 대회가 너무 많아요. 결국 엄마 몫이니, 학원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거죠. 이런 기회 제공의 툴을 공교육 안에 만들어줘야 하는데, 행정 관료들은 이런 데까지 생각이 못 미치니까 실효성에 의문이 들 수밖에요.”
승부처는 결국 ‘시간·돈 싸움’인 영어
외고 입시를 준비해온 엄마들도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인식들이 대부분이다. 내신 경쟁과 영어에 올인하는 경향만 심해질 테고, 학교마다 천차만별인 전형은 그대로인 상황에서 특목고 전문 학원을 거치지 않고서는 지원 학교를 결정하는 자체도 어렵다는 것. 중2 딸이 외고를 목표로 한다는 김지숙 씨(40·서초구 서초동)는 “애들만 더 불쌍해졌다”는 생각이다.
“내신 잘하기 위한 사교육은 당연히 늘 거고, 이제 수행평가에 목숨 걸겠죠. 한두 개 실수하는 것도 용납이 안 되는 상황이니까. 밤 11시, 12시에 학원 끝난 뒤에도 아파트 앞에서 체육 과목 배드민턴 점수 따려고 나와 있는 애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시험 기간 일주일 전이면 엄마들 모임이 없어지고, 정육점 고기 판매량이 늘어난 데요. 심지어 아프지 말라고 주사를 맞히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어요.”
영어 사교육도 마찬가지. 유아무개 씨(43·서초구 방배동)는 “엄마들은 영어 듣기 난이도를 낮춘다 해도 녹음 상태를 나쁘게 한다거나, 미국식 영어 외의 발음이 나온다든지 하는 방법으로 어떤 상황에서도 알아들을 수 있는 능력이 관건이 될 거라 생각한다”면서 “중1 짜리가 iBT 110점대를 맡는 아이들이 동네에 한두 명씩은 있는 현실에서 승부처가 영어라면 시간과 돈 싸움인 영어 사교육에 올인하는 분위기는 절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결국 이번 특목고 입시 개선안을 바라보는 엄마들의 인식은 정부와는 한참 차이가 있었다. “결과적으로 더 힘들어졌다”는 게 대체적인 반응이니 말이다. 어떤 교육 정책도 본래 취지와 달리 현실에서는 다른 양상으로 나타난 전통(?)을 이번에도 답습하게 될지 추이를 지켜봐야 할 듯하다.
정애선 기자 asjung@naeil.com 사진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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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고 입시에서 경시대회와 영재교육원 특별전형을 폐지하는 대신 입학사정관, 과학창의성 전형을 신설하고, 외고 입시에서 지필형 면접을 금지하는 등의 특목고 입시 개선안이 지난 3일 확정됐다. 특목고 입시를 손보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사교육 경감 대책의 연장선상에 따른 것. 그러나 이를 지켜보는 엄마들의 반응은 정부의 기대와는 사뭇 다르다. 포트폴리오가 전면으로 떠오르면서 ‘정보 전쟁’만 심화되고, 내신과 영어 챙기기 경쟁은 갈수록 더할 거라는 의견이 대부분인데. 이른바 ‘풍선 효과’다.
올림피아드 거품 빠지고, 영재교육원 부상
교육과학기술부가 확정, 발표한 사교육 경감 대책에 따르면 올해 중2 학생이 치르는 2011학년도 과학고 입시부터 경시대회 수상자와 영재교육원 수료자 특별전형이 폐지된다. 올림피아드 등 각종 경시대회에서 입상하거나 영재교육원에 입학하기 위한 사교육이 지나치게 성행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 대신 입학사정관 전형과 과학캠프를 활용한 카이스트식 과학창의성 전형이 신설된다.
한성과학고 김영준 교장은 “입학사정관의 판단 기준이 될 만큼 교사들이 학생 개개인의 이력을 조직적이고 치밀하게 작성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이른 감은 없지 않지만, 실험 설계와 수행 능력 등을 보는 창의적 문제 해결력과 과제수행능력 검사 등을 비롯한 가능한 형태의 다단계 전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장 내년부터 변화 폭이 커 대응책을 마련하는 학원가의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그러나 직접적인 타격을 우려하기보다 변화된 환경에 어떻게 적응할지를 저울질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미래탐구학원 정용선 중등부 부원장은 “몇 년 사이 급격하게 지원자가 늘어난 올림피아드 거품은 빠지겠지만 입학사정관 전형에 대비한 이력 관리를 위해서라도 영재교육원 경쟁률은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올림피아드에 주력했던 학원들은 영재교육원에 눈길을 돌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와이즈만 중등사업부 양창욱 부장은 “지금까지 나온 안대로라면 한국과학영재학교에서 치러왔던 다단계 전형 형태와 유사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초기에는 관련 실적 등 이력 관리를 얼마나 잘했는지가 주요 판단 기준이 될 테지만 결국은 과학적 탐구 능력을 강화하는 스펙을 키워온 아이들이 유리한 전형이기 때문에 영재교육을 표방하면서도 선행 학습을 강조해온 학원들의 재편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변별력 없어진다면 구술면접 폐지할 수도
외국어고는 올해 2010학년도 입시부터 구술면접 때 지필형 문제 출제를 금지한다. 내년부터는 중학교 내신 성적 반영시 수학·과학에 과도한 가중치를 주지 않도록 할 방침이다. 중3 학생들이 풀기에는 너무 어렵다는 지적을 받아온 영어듣기평가 난이도를 낮추고, 구술면접처럼 외국어고가 공동 출제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이와 함께 중학교 교육 과정을 넘어서는 문제를 출제하지 않도록 모니터링도 강화하기로 했다. 외고 측은 크게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는 아니지만, 변별력을 위해 마련해놓은 장치들을 무력화하는 조치들에는 다소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경기도 A외고 입학관리부장은 “영어 듣기를 너무 제약하면 외국어에 소질이 있는 학생을 선발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너무 어려운 문제를 출제하는 것도 문제지만 너무 쉬운 문제로 변별력을 가릴 수 없는 것도 문제다.
구술면접에서도 교과 지식을 묻는 걸 제한하면 결국 사고력을 측정할 수밖에 없다. 최소한 잘하는 학생인지 구별은 할 수 있게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한영외고 임휘덕 입학정보부장은 “올해 10문항 정도 출제됐던 구술면접 문항 수가 축소될 가능성은 있다. 한데 언어, 통합사회 형태로 치러지는 구술면접도 제약을 둔다면 가뜩이나 절차상, 운영상 어려움이 큰 전형이어서 내년부터 아예 폐지할 수도 있다”면서 “영어 듣기의 경우 어휘 등은 중학교 교과 과정 내에서 사용하더라도 스피드나 지문 길이 등 외적 요소가 작용하기 때문에 난이도 조절이 생각처럼 쉽지 않다”고 말했다.
결국 앞으로 외고 입시의 관건은 영어 듣기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정상어학원 입시전략실 문상은 실장은 “구술면접이 무력화되면 내신이나 영어 쪽 의존도가 높아지는 ‘풍선 효과’가 생길 텐데, 외고 합격생의 내신 수준은 어느 정도 고정화돼 있기 때문에 영어 듣기의 난이도가 변별력을 상실할 수준이 되진 않을 것”이라며 “예측 가능한 가장 손쉬운 방법은 구술 면접에서 묻지 못하는 언어나 사회 교과 지식을 영어 듣기 안에서 묻는 형태의 변용”이라고 전망했다.
교내 대회까지 이력 관리 경쟁 불붙어 … 실효성 의문인 ‘탁상공론’ 지적도
현재 마음만 바빠진 엄마들은 과학고 입시를 준비해온 경우. 입학사정관제가 핵심으로 부각되면서 아이의 이력 관리에 도움 될 만한 정보를 구하는 데 불이 붙었다. 이전까지 크게 눈여겨보지 않던 교내 대회도 엄마들이 앞 다퉈 신청하는 상황이다. 중1 딸이 과학고 입시를 준비한다는 유아무개 씨(40·강남구 개포동)는 최근 학교 엄마들의 달라진 모습을 보면서 혀를 내둘렀다.
“교내 대회들은 대표 할 애들만 알아서 하는 분위기였는데, 지금은 엄마들이 먼저 나서서 신청하고 있어요. 외부 경시대회가 빠지면 결국 학교나 시·도 대회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판단인 거죠. 추천서가 중요해지니까 선생님과 어떻게든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려고 애쓰는 모습도 눈에 보이고요. 요즘에 수학, 과학 100점 맞는 애들이 한 둘인가요. 기준이 뭐가 있겠어요? 결국 엄마들 치맛바람만 세지는 거죠.”
영재교육원과 올림피아드도 내신 관리에 투여하는 절대 시간과 비교해 우선순위를 재고는 있지만, 포트폴리오가 중요해지면 당장 사교육을 놓기 힘들다는 목소리도 많다. 중2 아들이 과학고를 준비한다는 송경아 씨(42·강남구 대치동)는 “결국 이번 대책도 공교육 현실을 제대로 모르고 만들어낸 탁상공론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자기소개서에 넣을 만한 항목이란 게 외부 경시나 영재교육원 다녔던 기록 외엔 대안이 별로 없어요. 어차피 1차 서류 전형에서 붙어야 시험이라도 볼 테니 해서 되면 좋은 거고, 아니면 마는 거죠. 그렇다고 학교에서 이력 관리를 해주나요? 사립학교와 달리 공립학교는 행정절차 밟는 과정이 복잡하니까 학교장 추천을 안 써주는 대회가 너무 많아요. 결국 엄마 몫이니, 학원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거죠. 이런 기회 제공의 툴을 공교육 안에 만들어줘야 하는데, 행정 관료들은 이런 데까지 생각이 못 미치니까 실효성에 의문이 들 수밖에요.”
승부처는 결국 ‘시간·돈 싸움’인 영어
외고 입시를 준비해온 엄마들도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인식들이 대부분이다. 내신 경쟁과 영어에 올인하는 경향만 심해질 테고, 학교마다 천차만별인 전형은 그대로인 상황에서 특목고 전문 학원을 거치지 않고서는 지원 학교를 결정하는 자체도 어렵다는 것. 중2 딸이 외고를 목표로 한다는 김지숙 씨(40·서초구 서초동)는 “애들만 더 불쌍해졌다”는 생각이다.
“내신 잘하기 위한 사교육은 당연히 늘 거고, 이제 수행평가에 목숨 걸겠죠. 한두 개 실수하는 것도 용납이 안 되는 상황이니까. 밤 11시, 12시에 학원 끝난 뒤에도 아파트 앞에서 체육 과목 배드민턴 점수 따려고 나와 있는 애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시험 기간 일주일 전이면 엄마들 모임이 없어지고, 정육점 고기 판매량이 늘어난 데요. 심지어 아프지 말라고 주사를 맞히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어요.”
영어 사교육도 마찬가지. 유아무개 씨(43·서초구 방배동)는 “엄마들은 영어 듣기 난이도를 낮춘다 해도 녹음 상태를 나쁘게 한다거나, 미국식 영어 외의 발음이 나온다든지 하는 방법으로 어떤 상황에서도 알아들을 수 있는 능력이 관건이 될 거라 생각한다”면서 “중1 짜리가 iBT 110점대를 맡는 아이들이 동네에 한두 명씩은 있는 현실에서 승부처가 영어라면 시간과 돈 싸움인 영어 사교육에 올인하는 분위기는 절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결국 이번 특목고 입시 개선안을 바라보는 엄마들의 인식은 정부와는 한참 차이가 있었다. “결과적으로 더 힘들어졌다”는 게 대체적인 반응이니 말이다. 어떤 교육 정책도 본래 취지와 달리 현실에서는 다른 양상으로 나타난 전통(?)을 이번에도 답습하게 될지 추이를 지켜봐야 할 듯하다.
정애선 기자 asjung@naeil.com 사진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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