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고사에서 망했다고?

지역내일 2009-05-22 (수정 2009-05-22 오후 11:10:05)
드디어 중간고사가 끝났다. 그간 같이 중간고사에 대비하느라 고생하셨던 학부모님과 학생들에게 잠깐이나마 해방의 시간이 주어졌다는 것에 축하를 드린다.
필자는 청소년코치를 하기 전에, 다년간 기업에서 인사제도(평가 등)를 운영한 경험이 있는데, 중간고사가 끝난 학생과 학부모의 상태가 기업에서 반기평가가 끝난 후에 사원들이 맞는 다소간의 안도감과 해방감과 비견할만하다. 학생에게는 학업수행능력평가가 있다면, 직장인에게는 성과/역량평가가 있다. 학생들에게 수능시험이 있다면 직장인들에게는 승진심사가 있다.

직장인들은 대체로 MBO라고 하는 목표관리방법을 쓰며, 이 목표수준 대비 달성도에 따라 등급이 매겨진다. 이때, 모두가 잘했다고 해서 A를 받는 게 아니라, ‘상대평가’ 방식으로 평가를 받게 된다. 문제는 이 상대평가가 종종 기업 내에서 동기를 오히려 떨어뜨리고 심지어는 사람들 간에 감정의 골까지 조성하는 몹쓸 제도가 되기도 한다는 점이다. 다소간 실수가 있어도 얼마나 커나갔는지, 개발되고 육성되고 있는지를 평가한다면 더 좋을 텐데, 성과급이라고 하는 반대급부를 나누기 위해 ‘형평성(나눔서열)’만을 생각하다보니 평가의 원래 목적인 동기부여가 오히려 훼손되는 형국이라 하겠다.

크게 보면 자녀가 본 중간고사도 그러하지 않은가? 시험을 잘 본 학생들은 더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 걸까? 시험을 잘못 봤다고 슬퍼하는 자녀들, 낙담하는 부모님들 무엇을 얼마나 잃었기에 그렇게 슬프고 힘들어 하시는 걸까? 물론 특목고나 대학을 위해 내신이 중요하고 아이의 자신감이나 효능감 차원에서도 좀 더 높은 성적을 받는 게 필수적인 것은 모두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 사실에 앞서 한 가지 생각해봐야 할 중요한 내용이 있다.
대부분 자녀들은 시험이 끝나는 순간 몇 개를 틀렸는지 안다. 하지만 많은 자녀들은 왜 틀렸는지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이 없다. 몇 등이냐가 중요하지, 내가 이전에 무엇을 잘못 알고 있어서 틀렸는지는 별로 들여다보려 하지 않는다. 자녀에게는 이번 학기 초에 상당한 노력을 했다는 것과, 시험대비로 몇 주를 고생했는데 별로 적중하지 못했다는 것, 제대로 공부한 것 같지 않다는 자책하는 마음이 제일 큰 까닭이다. 사실, 학년 초 중간고사는 가장 성적향상을 기대하기 어려운 시험이다.

겨울방학을 거쳐 학년 초 과열될 정도의 의욕과 각오, 긴장감은 대부분의 학생들로 하여금 상당한 집중력과 노력을 수반하게 하며, 누구나 교과서 및 자습서의 앞부분을 손때로 더럽히는 시기이기 때문에 학습성취 수준도 기본이상이 된다. 하지만 선생님은 시험의 변별력을 위해 보다 더 심화되고 어려운 문제를 출제하여 우열을 가리고자 하기 때문에 대부분 학생들은 시험이 너무 어렵게 생각되며, ‘난 역시 해도 안돼’, ‘한다고 했지만 전혀 성적이 늘지 않아’라고 생각하기 마련인 것이다. 그리고 낮아진 자신감과, 중간고사 때 소진된 에너지로 점차 능률이 하향곡선을 그리다가 기말고사까지 망치게 되는 것이 흔한 패턴이 이어지기도 한다.

중간고사 이후로 부모님께서 가지셔야 할 자녀에 대한태도는 동기를 보다 강화하는 것이다. ‘이번엔 성적이 좀 나왔으니까, 이 페이스를 유지해야 한다’거나 ‘이번 시험을 망쳤으니 다음에 잘하기 위해 더 강한 학습계획으로 확실히 잡자’라고 하는 엄마의 열띤 주장은 자녀의 동기향상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좀 더 쿨해지셔야 한다. 특히 자녀가 고등학교 고학년이 아닌 경우라면 당장의 시험점수보다는 공부체력을 강하게 하는 방향에서 자녀에게 피드백을 줘야 할 필요가 있다. 고리타분하게 느껴질지 몰라도 시험이란 자신이 현재 어디에 서 있는지를 명확하게 해주는 것이 1차적 목적이다. 그러므로 시험 후 자녀가 가져야 할 태도는 시험으로써 배우고 깨닫는 것이다. 작게는 반복된 실수문제는 잘못된 교과이해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 크게는 주입식 학습패턴의 문제를 이해하고 얼마나 스스로 ‘파고드는 공부’를 하고 있는지를 가늠하는 것, 나아가 주도성과 독립성이 우리 자녀의 학습효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

우리네 삶도 마찬가지 아닐까? 작은 성공도 좋지만 넘어졌을 때 어떻게 일어나고, 무엇이 부족한지를 배우는 것이 훨씬 더 값진 경험이었고 동기강화의 기회가 된다는 것을 살면서 경험하지 않았던가? 우리도 이 중간고사가 자녀에게 귀중한 경험이 되도록 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부모님들께서 먼저마음을 비우고 자녀의 과거보다는 현재와 미래에 초점을 맞추어야 하는 것이다.


루드베키아 김영권 대표코치
02)2051-8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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