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 사람들이 성장호르몬은 아동·청소년기에만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렇지만 성장호르몬은 성장판이 닫힌 어른에겐 체지방 분해와 노화 방지 효과가 있고, 신체 활력은 물론 정신 건강 유지에도 도움이 되므로 남녀노소 모두 필요하다.
성장호르몬, 어른에게도 필요한 까닭은?
노화와 덩달아 수반되는 질환은 성장호르몬 결핍증이다. 큐렌시아내과 김상우 원장은 “성장호르몬은 20대 이후 10년마다 14.4퍼센트 감소한다. 40대가 되면 20대의 50퍼센트 이하, 60대엔 20퍼센트 이하로 떨어진다”고 말한다.
성장호르몬이 줄어들 때 가장 눈에 띄는 변화로 ‘노화’를 들 수 있다. 성장호르몬 저하는 콜라겐 합성 감소로 이어져 주름이 늘고 머리카락이 가늘어지는 등 전체적인 탄력이 떨어진다. 지방은 늘어나지만 근육량이 줄어 나이가 들수록 심해지는 복부 비만 때문에 고민을 더한다.
뿐만 아니라 지구력, 기억력, 골밀도가 떨어지고 혈액순환이 무뎌질 수 있다. 특히 남성은 성욕과 발기력이 감퇴할 수 있어 어른이라도 성장호르몬 촉진에 신경 써야 한다. 김상우 원장은 “다른 질환 치료와 마찬가지로 노화 방지도 초기에 시작하는 게 좋다”고 전한다.
지방세포 녹이고 피부 탄력 유지해
성장호르몬이 없으면 단백질 합성이 억제되고 혈액 내에 질소가 증가해 근육과 기관 조직들이 망가진다. 40대 이후 복부 지방이 증가하는 건 성장호르몬 감소로 지방 분해가 줄어들면서 허리가 굵어지기 때문. 성장호르몬은 지방 세포를 녹이는 기능을 한다. 경희의료원 내분비내과 김성운 교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성장호르몬 치료 6개월 뒤 복부 지방 면적은 134.5센티미터에서 98.7센티미터로 현저히 줄었다. 반면 근육량은 25퍼센트 정도 늘었다.
또 노화로 성장호르몬이 감소하면 피부 탄력섬유와 수분 소실로 이마가 넓어지고 입이나 눈 주위에 잔주름이 증가한다. 성장호르몬은 세포외액을 유지시켜 피부가 적정 수분을 함유하도록 한다. 더불어 몸에 좋은 고밀도 콜레스테롤을 높이고, 해로운 저밀도 콜레스테롤을 낮춰 심혈관 질환 예방 효과가 있다.
성장호르몬이 부족하면 심혈관 질환에 따른 사망률이 2배 이상 증가한다. 김성운 교수는 “성장호르몬의 자연적인 감소로 결핍 증상을 일으키는 수준이 되면 당연히 당뇨병이나 고혈압을 치료하듯이 성장호르몬 보충 요법을 시행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성장호르몬 부족 여부 진단과 치료 방법은?
성장호르몬은 불규칙적으로 분비되는데다, 노인은 분비량 자체가 적어 일반 혈액검사로는 측정이 불가능하다. 김상우 원장은 “성장호르몬 결핍증은 ‘성장호르몬 자극 검사’로 진단 할 수 있다. 하지만 검사 자체가 위험해 일반 병원에서 하기는 어렵다. 약식으로 혈중 성장호르몬 인자를 측정해 진단하는 방법도 있다”고 설명한다.
성장호르몬은 인슐린보다 큰 단백질 호르몬이므로 피부로 흡수되지 않는다. 주사를 통한 투약 외에는 치료가 불가능한 실정. 배꼽 주위의 복부에 주사를 맞는 게 좋으며, 수면시 성장호르몬이 분비되므로 자기 전에 투약하는 게 적절하다.
성장호르몬 주사는 작용 시간이 짧아 매일 주사를 놓아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최근 LG생명과학에서는 주 1회 주사하는 ‘디클라제’를 개발, 비교적 편리해졌다. 치료 비용은 진단에 따라 다르므로 일반화하기 어렵다. 우리나라는 1999년 2월부터 성인 성장호르몬 결핍증 환자에게 보험 혜택이 적용되었다.
당뇨, 암 환자 등은 피하는 게 현명
어른을 위한 성장호르몬 치료는 큰 부작용은 없다는 게 전문의들의 공통된 의견. 논문에서 성장호르몬의 유해성은 발견되지 않고 인체에 유익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치료 초기엔 미열이나 감기 등이 발생할 수 있지만 시간이 흐르면 대부분 저절로 호전된다. 피부 발진이 나타나면 해당 성장호르몬제 사용을 즉시 중단해야 한다.
또 성장호르몬은 노화로 감소하는 세포외액을 늘리므로 체내 수분이 증가, 부을 수 있다. 관절에 수분이 증가하는 경우 경미한 관절통이 생기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대부분 일시적인 현상으로 수일 내에 저절로 사라진다. 없어지지 않으면 치료 용량을 줄이거나 약물 치료를 한다.
단 항암 치료 중이거나 뇌압이 증가한 환자, 진행성 당뇨병, 진행성 번식성 망막증을 앓는 환자는 성장호르몬 보충 요법을 받을 수 없다.
최유정 리포터 meet1208@paran.com
성장호르몬 분비를 돕는 건강 생활법
▒ 충분한 단백질 섭취, 지방질과 당분 섭취 제한 성장호르몬 분비는 단백질 자극으로 일어나며, 지방질과 당분 과다로 억제된다. 쇠고기와 돼지고기 등은 지방이 많으므로 찌거나 삶거나 바비큐 등으로 지방을 제거한 뒤 먹는 게 좋다. 달걀 흰자나 닭·오리 살코기를 섭취하는 게 현명하다.
▒ 규칙적이고 양질의 수면 최소 하루 6시간 이상 푹 자는 게 좋다. 일정한 시간에 수면을 취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 규칙적인 운동과 적정 체중 조절 운동 자체가 성장호르몬을 자극한다. 운동으로 혈당이 떨어지면서 성장호르몬 분비를 촉진하는 것. 최근엔 운동시 성장호르몬 분비를 돕는 기능화도 출시됐다.
▒ 식사 조절은 필수 아침을 거르고 저녁을 많이 먹는 건 피한다. 체지방이 증가하는 건 물론 자면서도 소화를 시켜야 하므로 숙면을 방해해 성장호르몬 분비를 억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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