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읽는 경제이야기]경쟁이 즐거울 수 있을까

더불어 행복한 길을 찾아서 … 경쟁과 삶의 재해석

지역내일 2009-04-10
AGON 경쟁이 즐거운 나라
김명진 박유정/지식채널/2만3500원

책 이름인 아곤(AGON)은 체스처럼 놀면서 경쟁하는 것이다. 저자는 비적대적인 경쟁이라고 풀었다. EBS를 통해 연초에 방영된 내용이 취재후기와 함께 담겼다. 이야기가 깔끔해 금세 빠져들고 작가 손이 탄 탓에 쉽다. 갑자기 내 주위를 실험도구로 써보고 싶을 만큼 도전적이다. 평범한 진리에 놀랐다.
기업은 힘이다. 기업경쟁력이 국가경쟁력이다. 미국 일본 독일 스웨덴 네덜란드의 대기업과 중소기업들에겐 높은 기술력, 인재와 함께 미래를 전망하고 적절한 판단을 내릴수 있는 리더의 혜안이 녹아있다. 이 조화로운 화음이 소리를 내도록 정부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보조역할을 해야 한다.
인재는 미래다. 현재에 머물러 있으면 범인으로 전락해버린다. 언제나 미래에서 사는 푸쉬킨의 ‘삶’의 지향점과 같다. 서 있는 지점에 미련을 버리는 철학에 의해 인재는 만들어진다. 입바른 ‘창조’가 쉽지 않다. “아무리 훌륭한 재능을 가지고 있는 운동선수라고 할지라도 코치가 좋지 않고 팀이 좋지 않으면 발전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김선웅 위스콘신 밀워키 대학 경제학과 교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굳이 박지성과 히딩크의 예를 빌지 않아도 될법하다. ‘선천성’만 믿고 게으른 천재가 폐인으로 돌변하는 과정을 수없이 봐왔기 때문이다.
문화는 침술이다. 아픈 곳은 머리인데 손바닥에 침을 놓아 병을 고치는 신통한 의술이다. 앤서니 서전트 세이지게이츠헤드 공연장 대표의 말이다. ‘A는 A이다’처럼 단순하게 보면 문화맹인, 문맹이다. 미래사회의 키워드인 복잡성과 불확실성은 문화의 좋은 자양분이다. 무턱대고 들이미는 방식은 곤란하다. 따라서 문화를 발전시키려면 자연스럽게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만들어주는 여유가 필요하다. 다양한 분야에 촘촘히 연결돼 있으므로 아주 섬세한 지원과 격려도 절실하다.
사회적 자본은 사와로 선인장이다. ‘사와로’는 미국 하버드대에서 사회적 자본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연구소 이름이다. 미국 남서부 사막지역에서 자라는 사와로 선인장은 사막 생태계의 건강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첫 번째 지표다. 아주 천천히 자라지만 수명이 매우 길다. 눈에 보이는 줄기보다 몇 배나 길고 튼튼한 뿌리가 땅속 깊이 박혀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협력 균형 대화를 말하고 싶어 했다. 앞서 그는 신뢰를 말했다. 사회적 윤리와 자본의 어색한 결합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저자는 추상적인 단어들을 자본주의에 적용해야 한다는 점과 함께 낮은 신뢰를 높일 것을 프랜시스 후쿠야마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 교수의 말을 인용해 강조했다.
거버넌스는 결혼이다. 좋은 결혼생활을 하려면 한 사람이 원하는 대로만 해서는 안된다. 정부의 존재는 국민에 있다. 국민에겐 그만큼 인내가 필요하다. 하고 싶은 말을 다 하지 않는 인내라고 할까. 그러나 ‘참여’가 더 강렬해 보였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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