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여성계 ‘뿔났다’

‘성도구화에 성차별 여전’

지역내일 2009-04-02
고위층 성접대 의혹에 “성윤리의식 바닥” 분개
결혼 출산 앞둔 여성 “정리해고 1순위” 억울

대한민국 여성들이 뿔났다. 최근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성매매, 성접대 의혹 사건이 계속 불거지는 등 여성들을 성의 도구인양 인식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노동현장에서는 여성 근로자들이 ''''해고 1순위''''여서 성차별적 행태마저 보이고 있어 여성계 불만이 커지고 있다.
◆여성계, 잇단 성도구화 사건 개탄 =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여성단체들은 1일 청와대 인근 청운동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와대 행정관의 대가성 로비 수수와 성매매 혐의 사건, 여성 연예인들의 성착취에 대해 지지부진한 수사는 정부의 인권의식이 얼마나 낮은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성계는 민주노총 간부의 성폭력 파문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신인 탤런트 고 장자연 씨의 술접대, 성상납 강요 사건, 청와대 전 행정관의 성매매 의혹사건까지 잇따라 터지자 개탄을 금치 못하고 있다.
성매매해결을위한전국연대도 이날 성명을 통해 "장자연 씨 사건으로 접대와 대가성 있는 성상납에 대한 경찰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청와대 직원들의 불법행위는 부끄럽고 개탄할 만한 일"이라면서 "불법성매매를 철저히 수사하고 관련자를 엄중히 처벌하라"고 요구했다.
한나라당 중앙여성위원장 김금래 의원도 31일 성명을 통해 "최근 일련의 사건은 여성의 성이 아직도 상납과 접대의 대상이 되고 있으며, 우리 사회의 성 윤리의식이 부끄러운 수준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경찰과 검찰은 이번 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수사해야 하며 공직사회는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기강을 바로 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제불황에 정리해고 1순위 = 결혼, 출산을 앞둔 30대 여성 노동자들이 부당하게 해고 압력을 받는 사례도 늘고 있다. 여성민우회 고용평등상담실 선백미록 활동가는 “작년 하반기부터 경기 불황을 이유로 출산 등을 앞둔 30대 여성들의 경우 해고 압력을 강하게 받고 있다”며 “임금삭감이나 업무시간 단축 등의 단계를 밟아나가는 것이 아니라 바로 해고 압력을 받고 있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말했다.
해고 압력에 순순히 응하지 않을 경우 회사 쪽에서 근무지를 매일 바꿔 출근하게 한다든가 근로시간을 매일 바꾸는 등 결국에는 일을 그만두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횡포를 부려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내게 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서울여성노동자회 관계자는 “비정규직 형태로 근무하는 경우가 많은 여성 노동자들은 법적인 구제도 받지 못한 채 정리해고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또 “회사에 문제제기를 했다가 동종업계에서 다시 일하기 힘들어 질 것이 두려워 부당한 대우를 참고 견디는 경우도 많은 편”이라고 밝혔다.
경기 불황에 30대 여성들은 출산 등을 앞둔 경우에 특히 해고 압력을 강하게 받는다고 밝혔다. 임금삭감이나 업무시간 단축 등의 단계를 밟아나가는 것이 아니라 바로 해고 압력을 받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여성민우회 선 활동가는 “결혼, 임신, 출산 등을 이유로 여성 노동자를 해고하는 일은 옛날 이야기인줄 알았는데 작년 하반기부터 그런 문의가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며 “정부는 현장에서 억울하게 해고되는 것도 제대로 관리를 못하면서 한 쪽에서 일자리 창출을 논하고 있다”며 불만을 표했다.
한편 최근 인권위 축소로 우리사회에서 약자의 위치에 있는 여성들이 권익을 찾는 것이 점점 더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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