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불법체류자’ 소포노씨를 보내며(이주영 2009.03.17)

지역내일 2009-03-17
‘불법체류자’ 소포노씨를 보내며
이주영 (푸른시민연대)

“손생님 좀 도와주세요 우리자빠서요 잘 부딱드릴께요.”
소포노씨에게서 온 문자이다. 이번주 일요일이 외국인들의 한국어능력시험이 있는 날이다.
소포노씨의 응시원서를 내가 가지고 있어서 토요일 저녁 시험 준비반 마지막 수업과 일요일 아침 만날 약속을 하려고 아침에 여러 번 통화를 하고 우리는 일요일 아침 시험 전에 만나기로 약속을 하고 전화를 마쳤다.
몇 시간 후 차분히 가라앉은 목소리의 소포노씨의 전화가 걸려왔다. 단속이 되어서 화성에 있다며 도와달라는 내용이었다. 담당직원과 통화한 결과 화성이 아니라 수원출입국 관리사무소에 있었고 오늘이나 내일 중 화성으로 옮길 예정이라고 했다.
소포노씨는 2001년 한국에 왔다. 산업연수생으로 3년, 미등록 이주노동자로 4년 그 다음엔 보호소에 갇힌 강제출국을 앞둔 이주노동자로 며칠을 그렇게 한국에서의 삶을 살아내고 있다. 도와달라는 소포노씨의 말에 나는 할 말이 없었다.
“어쩔 수 없어요. 단속된 이상 빨리 출국하는 게 소포노씨에게 더 좋아요. 보호소에 오래 있으면 힘들어요”라고 말했지만 소포노씨는 애절했다.

잡히면서 신발도 못 챙겨
“엄마 아빠가 아파요. 몇 달이라도 더 일해야 해요. 지금 가면 안돼요.”
나는 더 할 말이 없었다. “업체 사장에게 월급은 챙겨 받았는지 여권은 가지고 있는지 다시 확인했다. 토요일에 면회 간다는 약속을 마치고 전화를 끊었다.
저녁에 여씨씨와 통화를 했다. 여씨씨는 소포노씨에게 전해줄 물건이 있다며, 나더러 언제 면회를 가는지 물었다. 토요일 아침에 간다고 이야기 하며 무슨 물건을 전해 줄 거냐고 물었더니 신발이란다.
잡히면서 신도 제대로 신지 못했는지 신발이 필요하단다. 나는 오늘 군포에 들려 여씨씨에게 소포노씨의 신발과 여러 물건들을 챙겨 내일 아침 화성보호소로 면회를 갈 것이다. 제 나라로 돌아가는데 울 일도 아니다.
소포노씨는 많은 돈을 들여서 한국에 왔을 것이고, 한 3년 쯤 지나서 적게는 70만원 많게는 100만원 남짓 받으며 3년 만에 그 빚을 갚았을 것이다. 그때 그는 인도네시아로 돌아가야 했지만 빈손으로 돌아갈 수 없었을 것이고 한국에서 불법체류자라고 일컫는 미등록이주노동자가 되었을 것이다.
그렇게 위험을 감수하며 돈을 조금씩 모아 누나들을 결혼시키고 동생들을 학교에 보냈을 것이다. 그리고 이제 정말 돈을 모아서 인도네시아에 돌아가야지 했을 때 부모님이 편찮으시다는 소식에 몇 달만이라도 더 일을 해야지 했을 것이다.

한국이 좋은 추억이 될까
이제 그는 단속이 되었고 선택의 여지가 없이 인도네시아로 돌아가야 한다. 보호소로 가는 길은 내 심정과는 상관없이 늘 참담하게 아름답다. 이주노동자들의 고된 삶 앞에 미등록이니 불법체류니 같은 말은 그저 말일 뿐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의 경계가 분명한 듯 분명하지 않다. 내가 할 수 없는 일은 정말 할 수 없는 일인가라는 의문이 생긴다. 이주노동자들이 원하는 것은 제 가족이 편히 살 수 있도록 한국에서 더 일하는 것이고 자기 나라로 돌아가 일할 수 있는 밑천을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한국을 좋은 추억으로 기억하며 살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내가 현재 할 수 있는 일은 잘 가라는 인사뿐이니 나는 그를 보기가 두렵고 아프다. 하지만 나는 잘 가라는 인사를 건강하고 행복하자 라는 인사로 대신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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