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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내일 2009-04-15
국제결혼으로 다문화가정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으며 점차 우리 사회도 다문화사회로 변화하고 있다. 2008년 통계에 따르면 전국의 결혼 이민자의 수가 11만 명이 넘었으며 이중 10만 명이 넘는 수가 여성 이민자로 나타났다. 그들이 낯선 사회에서 적응하며 살아가기가 쉽지는 않다. 이런 상황에 맞춰 수년째 이주 여성들에게 한글을 가르쳐주며 그들에게 자존감과 주인의식을 심어주는 활동을 하고 있는 단체가 있다. 푸른시민연대의 문종석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글을 안다는 건 책을 읽고 못 읽고의 문제가 아니라 차별을 받고 안 받고의 문제에요”
98년을 전후해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국내로 대거 유입되기 시작했다. 2003년 정도가 되자 다문화가정의 아내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98년쯤 외국인 노동자들이 한 두 명씩 사무실로 찾아오더니 한글을 가르쳐줄 수 없냐고 하더라고요” 그것이 계기가 돼 처음에는 이주노동자를 위한 한글교실을 열었다가 이제는 이주여성을 위한 한글교실도 열게 됐다.
푸른시민연대의 이주여성사랑방에는 다양한 국적의 여성들이 문을 두드린다. 주로 동남아 국가들이 많은데 방글라데시, 필리핀, 인도네시아, 베트남, 중국 등 다양하다. “여기서 엄마들은 자원봉사자들에게서 우리말을 배우고 요리나 명절 풍습 등 우리 문화에 대해서도 배우죠.” 문 대표는 이주여성들이 일방적으로 교육만 받아서는 우리 사회의 진짜 ‘주인’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다문화여성들이 자원봉사자들을 초대해 고국의 음식을 맛보여 주기도 하고 나눔축제 때 다른 이를 위한 기부 활동을 하면서 진짜 주인이 돼가는 거죠.”
문 대표는 다문화가정의 어린이들과 엄마들의 활발한 교류를 위해 지난해 ‘다문화어린이도서관’을 열었다. “다문화가정에서 아이들이 하나 둘 생기고 그 아이들이 자라는 것을 보면서 그들을 위한 도서관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지난해 설립된 이 도서관에는 한국 책은 물론 몽골, 중국, 네팔,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다양한 국가들의 책이 꽂혀있다. 외국도서를 정리할 때는 모국어를 쓰는 이주여성들이 직접 나섰다. 그 역시 이주여성들에게 자부심을 느끼게 하는 일이었다. 문 대표는 도서관 한켠에 아일랜드형 싱크대를 설치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어린이들이 책을 보는 동안 엄마들이 모여 앉아 음식도 나눠먹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옆집에 살아도 대화 나누기가 힘들지만, 이 공간에서는 다문화가정 엄마들이 한국인 엄마들과 자연스럽게 교류하면서 얼굴을 맞대고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거든요.”
문 대표는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이 성장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흐뭇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걱정스러운 마음이 든다. “이 아이들이 자라 결혼을 할 나이가 됐을 때 이들을 소재로 한 결혼 반대 ‘막장’ 드라마가 나오지 않을까 걱정이 돼요.” 그런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도록 문 대표의 노력은 계속될 것이다. 그의 목표가 ‘도서관에서 열심히 책을 보고 있는 저 다문화가정 자녀들을 다니엘 헤니로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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