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불황에 ‘백수 2대’ 속출

지역내일 2009-04-09
아버지·아들 동시 실직땐 신빈곤층 전락
‘정규직 취업자 없는 가정’우선 지원해야

#대형마트 식료품코너에서 일했던 박 모(50)씨는 지난해 일자리를 잃고 구직 중이다. 하지만 일자리를 구하기가 쉽지 않아 집에서 생활하고 있다.
아들인 박 모(25)씨도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준비를 해왔지만 아직 직장을 구하지 못한 상태다. 그동안 몇 군데 입사 지원서를 내 봤지만 오라는 곳은 없었다.
박 씨 아들은 요즘 집에서 인터넷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지금까지는 그동안 모아둔 돈을 쓰면서 버텨왔다. 그러나 이젠 저축해 둔 돈도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가장과 아들 모두 백수상태가 지속되다 보니 박씨 부인이 돈벌이에 나섰다. 스티커 붙이는 일을 하는데 입에 풀칠하기도 벅차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할 가장과 사회생활을 시작해야 할 자녀가 일자리가 없어 동시에 노는 ‘부자 백수’가 속출하고 있다.
오랜 불황과 일자리 감소로 생계조차 제대로 꾸리지 못하는 위태로운 가정이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통계청의 2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불황으로 실업자가 92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20대와 50대의 실업률이 상대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세에서 29세 연령의 실업률은 2008년 2월에 7.4%를 기록했으나 2009년 2월 집계 결과 8.5%로 1년새 1.1%포인트나 치솟았다. 대학졸업 후 취업을 못하는 20대의 최근 실상을 반영하고 있다.
또 50세에서 59세 연령대대의 실업률도 지난해 2월 2.0%로 안정적이었지만 1년만에 0.6%포인트 오른 2.6%를 기록했다. 2월 전체 실업률이 3.9%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50대 실업률은 낮은 편이지만 다른 연령대의 증가 폭에 비하면 높은 수준이다. 명예퇴직 등으로 최근들어 50대 직장인들이 일자리를 잃고 있다는 방증인 셈이다.
통계적으로도 아버지와 아들이 동시에 백수일 확률도 그만큼 높다는 얘기다.
노동부 고용지원센터 관계자는 “얼마전 50대 중반의 남자가 경기도 목재소에서 일하다 회사가 문을닫게 돼 실업급여를 받으러 왔다”면서 “실업급여를 꼭 받아야 한다고 하길래 사연을 들어보니 아들과 딸이 있는데 둘 다 실직당했다는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 50대 중반의 남자의 딸은 결혼을 앞두고 있어서 실업급여를 신청 안했지만 아들은 앞서 실업급여를 신청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부자백수’들이 증가할 경우 신빈곤층도 늘어날수 밖에 없다고 경고하고 있다.
일자리 부족과 비정규직 증가에 따른 고용불안정으로 최악의 경우 중산층마저 신빈곤층으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경제 위기 속에서는 재취업이 힘든 만큼 가장과 자녀의 동반 실직은 신빈곤층으로 가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신빈곤층이 대거 늘어날 경우 생계형 범죄가 증가하고 가족이 해체되는 등 사회 전체의 위기로 확대될 위험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정부도 이러한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휴먼 뉴딜정책 등 중산층 유지를 위한 대책을 내놓았다.
한국노동연구원 관계자는 “가구내 정규직 취업자가 없을 경우 빈곤에 빠질 확률도 높아진다”면서 “가장의 실직을 경험한 20대 들은 취업을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지만 정부도 정규 취업자가 없는 가정을 우선 지원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박소원 강경흠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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