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경찰서 과학수사반장 유영자 경위

“평범함이 자기 길을 연다”

지역내일 2001-07-09 (수정 2001-07-10 오후 5:00:51)
69년, 26살 나이에 여경 학사 2기생으로 순경 배지를 단 유영자 반장은 경찰의 한길을 걸어왔다. 32년동안 동부경찰서와 마포·청량리·서초 경찰서 등에서 근무하다
지난해부터 강남경찰서 형사과 과학수사반장을 맡고 있는 유 반장은 올해 12월, 58세의 나이로 정년 퇴직을 하게 된다.여권이 많이 신장되고 있지만 아직도 여자 경찰에 대해 생소해 하는 분위기가 남아 있다.

경찰을 선택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원래 여군과 여자 경찰에 관심이 많던 중 69년, 학사 여경 모집 공고가 났다. 당시만해도 여자가 경찰을 하면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었다. 집에서도 ‘집안 망신’이라며 극구 말렸다. 하지만 하고 싶던 일이기 때문에 새롭게 도전해 보자는 마음으로 지원했다.

한가지 일을 끝까지 해낸다는 게 쉽지는 않다. 32년 경찰 생활 동안 그만 두고 싶은 적은 없었나.
여자 경찰들에게는 대체로 3번의 고비가 있다. 그 첫 번째 고비는 다섯 살 된 아이가 신발을 감추며 ‘엄마, 나가지 마’하고 말릴때다. 우는 아이를 떼 놓고 나오면 책상에 앉아도 애 울음소리가 들린다.
두 번째는 아이가 사춘기를 맞았을 때다. 특히 여자 경찰들은 주로 소년계에 있다보니 ‘내 자식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도 못 돌봐 주니까 갈등이 생긴다.
세 번째는 자식들도 다 컸는데 ‘이제 그만 둘까’라는 생각이 들때다. 하지만 ‘이왕 한
거 연금때까지 해 보자’는 고집이 생긴다. 무엇보다 각자 자기 목표와 자긍심이 있기 때문에 해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부서에서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
소년계에서 일 한 것이 가장 보람으로 남는다. 74년부터 청량리 경찰서 소년계에 있었는데 당시에는 보따리 들고 무작정 상경하는 여자애들이 많았다. 그 아이들이 위험한 길로 빠지지 않도록 잘 보호해 가족들의 품으로 돌려 보내던 일과 미혼모들에게 기술을 배울 수 있게 도와준 일 등이 가슴에 남는다.
과학수사반장을 맡고 있는데 좋은 광경을 보게 되지 않을 것 같다.처음에는 나도 무서웠다. 내 일이기 때문에 뚝심 있게 밀고 나가다 보니 담력이 생겼다. 사건을 감식하고 과학적으로 입증하는 이 일은 누구보다 여성이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후배들에게도 적극적으로 권유하고 있다.

경찰 생활 동안 모범 공무원상과 내무부장관 표장, 국무총리 표창, 경찰 표창 등을 받아 온 유 반장은 퇴직 이후 일년간은 매듭과 꽃꽂이, 노래 교실에 다니고 싶다고 한다. 그 동안 한눈 팔지 않고 경찰 외길을 걸어오다 보니 못해 본 것이 많기 때문이다. 자기 길을 우직하게 지켜 왔기 때문에 가지게 되는 소박한 소망이었다.

/ 길소연 리포터 buddlip@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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