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길이 막막해서.." 생계형 절도 잇따라

지역내일 2009-03-09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송진원 기자 = 경기 침체의 그림자가 짙어지면서 쌀 등음식물을 훔치는 생계형 절도가 최근 잇따르고 있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9일 심야에 주택가에서 쌀과 옷 등을 상습적으로 훔친 혐의(야간주거침입절도)로 주부 A(54)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이날 오전 1시40분께 광진구의 한 주택가에서 세탁기에 들어 있는 오리털 점퍼 등 10벌을 미리 준비한 유모차에 싣고 달아나는 등 이달 초부터 5차례에 걸쳐 15만원 상당의 쌀과 옷 등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A씨는 세탁기나 쌀통을 실외에 보관하는 반지하 주택을 주로 노렸으며 훔친 물건은 미리 준비한 유모차에 실어 남의 눈을 피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기초생활수급자인 A씨는 경찰에서 "10년 전 남편이 세상을 떠난 뒤 별다른 직업없이 두 자녀를 키우다 보니 너무 힘들었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서울 도봉경찰서도 이날 학교 운동장에서 학생의 지갑을 훔친 혐의(절도)로 대만 국적의 H(44.무직)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H씨는 8일 오후 1시50분께 도봉구 쌍문동의 한 중학교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던 Y(17)군이 벗어둔 옷에서 지갑을 빼내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서 H씨는 "전날 아침을 먹은 게 전부라 너무 배가 고팠다. 사람들이 음식을 먹는 걸 보고 손을 벌리고 싶었지만 도저히 그럴 수 없어 지갑을 훔쳤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태어난 H씨는 10대 때 화교학교를 자퇴하고 중국집 주방 등에서 일했으나 5년 전 한국여자와 결혼하려다 실패한 이후 자포자기해 특정한 직업 없이 찜질방 등을 전전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H씨를 조사한 경찰관은 "너무 안돼 보여서 일단 구내식당에 데려가 밥부터 먹였다"면서 "최근 경제상황 때문에 이런 종류의 범죄가 늘고 있는데 특별히 해줄 수 있는 게 없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hwangch@yna.co.krsan@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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