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사람]37년 택시기사 외길 최인심 할머니

“자긍심 엔진달고 씽씽 달려요”

지역내일 2009-03-04
밥벌이로 시작 이젠 봉사활동에 전념
택시기사 도전 여성에 ‘당당함’ 당부

불황에 직장을 잃은 사람들이 먼저 떠올리는 것이 공사장 막노동, 그리고 택시 운전이다. 택시는 학력제한, 나이제한도 없는데다 특별한 기술도 요하지 않아 쉽게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요즘에는 여성들도 돈벌이를 위해 택시운전에 뛰어들고 있다. 서울시 전체 택시기사는2008년 기준 9만1000여명 중 여성 운전자 수는 873명. 특히 이가운데 여성 개인택시기사는 482명에 달한다. 2007년 348명보다 134명이나 늘었다. 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관계자는 “여성운전자들의 수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이 험한 만큼 금세 그만 두는 이들도 많다. 그러나 40년가까이 택시운전을 해온 할머니 운전기사가 있어 화제다.
30여년 전 생계를 위해 택시 운전을 선택한 최인심(67 사진) 할머니는 37년째 택시 운전을 하고 있다. 최 할머니는 봉사활동도 적극적으로 하는 모범운전기사(베스트드라이버) 다.
최 할머니는 10대때 상경해 공장에서도 일하고 장사도 해보다 뒤늦게 운전을 배워 영업택시를 시작했다. 서울엔 연고도 없어 혼자서 살아나가야 했기 때문에 절박한 심정으로 운전을 배웠다.
70년대 운전도 기술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시작했지만 택시 운전은 만만치 않았다. 운전만 열심히 하면 될 줄 알았지만 막상 시작해보니 다른 일만큼이나 육체·정신적으로 고됐다. 무엇보다 여자라서 무시당하며 자존심 상하는 일을 많이 겪었다.
최 할머니는 “승객뿐아니라 동료 남자 운전사들도 나를 우습게 보는 경우가 많았다”고 회고했다. 한 번은 차선 변경을 하려다 운전 미숙으로 실패 하자 그 때문에 다른 기사에게 멱살잡이를 당하기도 했다. 술 취한 승객들의 비아냥거림이나 욕설에 상처도 많이 받았다. 하지만 점차 운전도 능숙해지고 서울 지리도 익숙해지면서 할머니는 당당함을 되찾았다. 사람들이 택시기사를 비하하는 말을 해도 혼자 속상해하지 않는다.
오히려 정중하게 “사람을 인격적으로 모독하면 안된다”며 타이르듯 대꾸한다. 말도 안되는 이유로 신고하겠다고 하는 손님들에게는 ‘그러면 나도 고소하겠다’고 맞받아친다.
80년에 모범운전자가 된 최 할머니는 지금까지도 한달에 대여섯번씩 아침 7시 반부터 9시까지 도심에서 교통정리를 한다. 모범운전자회 등을 통해 참가한 봉사활동에서 할머니는 자긍심을 얻었고 그 힘이 운전석에서도 발휘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차가 꽉 막힌 도로에서 운전대를 놓고 교통정리를 하고 돌아왔더니 승객에게서 “대단한 운전기사의 택시를 타게돼 영광”이라며 격려하는 말도 들었다. “여성운전자라서 안심이 되고 푸근한 느낌”이라는 승객들도 많다.
결혼을 하지 않아 부양가족이 없는 최 할머니는 봉사활동을 통해 자긍심을 길렀다고 한다 최 할머니는 생계를 위해 일을 하는 다른 여성운전자들도 당당한 마음가짐을 잊지 않기를 당부했다.
“부모 그늘 밑에서 안 나오려고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일 없이 빈둥거리는 것에 비하면 운전을 하는 것은 얼마나 떳떳한 일이냐”며 “무슨 일이든 댓가가 돌아오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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