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어지는 졸업·취업·결혼에 ‘가장’, 생존본능 발휘
여성 50대 취업전선 대규모 진입, 1월 11만2000명 늘어
#A전자에 근무하는 김 모 부장(47세)은 오전 5시 30분, 비몽사몽간에 집을 나섰다. 술도 못 먹는 그는 임원의 손에 이끌려 새벽 1시에야 들어왔지만 출근시간을 늦출 순 없었다. 승진 경쟁자는 14명. 1등을 하지 못하면 짐을 싸야 할지도 모른다. 딸은 미국에 유학 가 있다. 대학을 졸업하려면 몇 년은 더 버텨내야 한다. 환율도 올라 송금액도 눈덩이처럼 늘어난 상황이다. 김 부장 아내는 지친 남편을 깨워 문 밖으로 내보내면서 미안함과 함께 ‘장수’를 기원한다. 김 부장은 주말도 반납했다. 회사 중역과 골프를 치거나 잡일을 거드는 데 쏟아붓고 있다. 거래처와 직원들에게도 잘해줘야 한다. 일종의 보험이다. 승진에서 탈락해 옷을 벗어야 하면 거래처쪽에 손을 내밀 생각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직원들은 ‘미래의 거래처’가 되는 셈이다. 수백가지 경우의 수를 챙기느라 김 부장의 머리는 쉴 틈이 없다.
#B금융기관에서 명퇴한 박 모(48세)씨는 아파트 경비를 하고 있다. 금융기관 지점장까지 지냈지만 구조조정 대상에 올라 불가피하게 자리를 내놔야 했다. “빗물 젖은 나뭇잎처럼 붙어있으라”는 선배들의 조언을 수차례 마음에 새겼지만 ‘무보직’으로 버티긴 어려웠다. 하릴없이 후배 눈치보며 자리지키는 데도 한계가 있었다. 직장에 있으면서 지인들을 통해 갈 곳을 챙겨봤지만 신규든 경력이든 채용자체가 말라있었다. 눈높이를 낮췄다. 운전기사든 아파트경비든 하겠다는 다짐을 하고 일자리를 구했다. 사실 아파트 경비자리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인데 운이 좋은 편이었다.
강창희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소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직장을 갖고 있는 게 재테크”라며 “현재의 직장에서 최선을 다하고 자신만의 노하우를 쌓아 언제든 옮길 것에 대비하는 ‘자영업적 기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직장에서 밀려나오면 눈높이를 확 낮추는 게 필요하다”며 “갑(대접을 받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었던 사람들, 특히 기자 군인 교사(교장) 등은 눈높이를 낮추지 못해 재취업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눈높이를 낮춘 것을 당당히 밝힐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25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월 40대 실업자는 2.2%로 전년동기와 같았고 실업자수는 14만4000명으로 2000명 감소했다. 50대 실업자는 10만1000명으로 실업률은 0.4%p 오른 2.3%를 기록했다. 실업자수는 2만2000명 증가했다.
40대와 50대 실업률은 청년(15~29세) 8.2%, 30대 3.5%에 비해 크게 낮은 편이며 증가율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취업자수도 40대는 2만8000명, 50대는 19만7000명 증가했다. 20대와 30대 취업자수가 전년동기보다 19만9000명, 11만3000명 감소한 것과 큰 차이점을 보였다.
40대 취업증가자는 모두 남성이었지만 50대 취업증가자는 여성들이 많았다. 여성들이 직접 취업전선에 뛰어드는 모습이다. 여성 50대 취업자수는 11만2000명이나 증가, 169만2000명까지 늘려놨다. 7.1% 증가했다. 20대 취업자수 197만9000명에 바짝 따라붙었다.
정인숙 통계청 고용통계팀장은 “남성들이 직장을 잃거나 봉급규모가 줄어들게 되자 왕성하게 활동할만한 50대 여성들이 쉽게 취업할 수 있는 임시직이나 비정규직으로 취업하는 경향이 많다”며 “이들은 전문기술이 없지만 일자리의 좋고 나쁨을 가리지 않아 취직이 어렵지 않다”고 설명했다.
15세이상 인구 중 경제활동을 해 보겠다고 나선 비율인 경제활동참가율은 40대가 전년동기대비 0.3%p 줄며 선방했고 50대는 0.8%p 늘었다. 특히 여성 50대는 1.4%p나 뛰었다. 15세이상 인구 중 취업자 비중인 고용률에서도 40대는 0.3%p 줄었고 50대는 0.5%p늘었다. 여성 50대는 1.5%p 확대됐다. 40대와 50대의 고용률은 1%p이상 축소한 10~30대와 큰 차이를 보였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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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50대 취업전선 대규모 진입, 1월 11만2000명 늘어
#A전자에 근무하는 김 모 부장(47세)은 오전 5시 30분, 비몽사몽간에 집을 나섰다. 술도 못 먹는 그는 임원의 손에 이끌려 새벽 1시에야 들어왔지만 출근시간을 늦출 순 없었다. 승진 경쟁자는 14명. 1등을 하지 못하면 짐을 싸야 할지도 모른다. 딸은 미국에 유학 가 있다. 대학을 졸업하려면 몇 년은 더 버텨내야 한다. 환율도 올라 송금액도 눈덩이처럼 늘어난 상황이다. 김 부장 아내는 지친 남편을 깨워 문 밖으로 내보내면서 미안함과 함께 ‘장수’를 기원한다. 김 부장은 주말도 반납했다. 회사 중역과 골프를 치거나 잡일을 거드는 데 쏟아붓고 있다. 거래처와 직원들에게도 잘해줘야 한다. 일종의 보험이다. 승진에서 탈락해 옷을 벗어야 하면 거래처쪽에 손을 내밀 생각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직원들은 ‘미래의 거래처’가 되는 셈이다. 수백가지 경우의 수를 챙기느라 김 부장의 머리는 쉴 틈이 없다.
#B금융기관에서 명퇴한 박 모(48세)씨는 아파트 경비를 하고 있다. 금융기관 지점장까지 지냈지만 구조조정 대상에 올라 불가피하게 자리를 내놔야 했다. “빗물 젖은 나뭇잎처럼 붙어있으라”는 선배들의 조언을 수차례 마음에 새겼지만 ‘무보직’으로 버티긴 어려웠다. 하릴없이 후배 눈치보며 자리지키는 데도 한계가 있었다. 직장에 있으면서 지인들을 통해 갈 곳을 챙겨봤지만 신규든 경력이든 채용자체가 말라있었다. 눈높이를 낮췄다. 운전기사든 아파트경비든 하겠다는 다짐을 하고 일자리를 구했다. 사실 아파트 경비자리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인데 운이 좋은 편이었다.
강창희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소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직장을 갖고 있는 게 재테크”라며 “현재의 직장에서 최선을 다하고 자신만의 노하우를 쌓아 언제든 옮길 것에 대비하는 ‘자영업적 기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직장에서 밀려나오면 눈높이를 확 낮추는 게 필요하다”며 “갑(대접을 받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었던 사람들, 특히 기자 군인 교사(교장) 등은 눈높이를 낮추지 못해 재취업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눈높이를 낮춘 것을 당당히 밝힐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25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월 40대 실업자는 2.2%로 전년동기와 같았고 실업자수는 14만4000명으로 2000명 감소했다. 50대 실업자는 10만1000명으로 실업률은 0.4%p 오른 2.3%를 기록했다. 실업자수는 2만2000명 증가했다.
40대와 50대 실업률은 청년(15~29세) 8.2%, 30대 3.5%에 비해 크게 낮은 편이며 증가율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취업자수도 40대는 2만8000명, 50대는 19만7000명 증가했다. 20대와 30대 취업자수가 전년동기보다 19만9000명, 11만3000명 감소한 것과 큰 차이점을 보였다.
40대 취업증가자는 모두 남성이었지만 50대 취업증가자는 여성들이 많았다. 여성들이 직접 취업전선에 뛰어드는 모습이다. 여성 50대 취업자수는 11만2000명이나 증가, 169만2000명까지 늘려놨다. 7.1% 증가했다. 20대 취업자수 197만9000명에 바짝 따라붙었다.
정인숙 통계청 고용통계팀장은 “남성들이 직장을 잃거나 봉급규모가 줄어들게 되자 왕성하게 활동할만한 50대 여성들이 쉽게 취업할 수 있는 임시직이나 비정규직으로 취업하는 경향이 많다”며 “이들은 전문기술이 없지만 일자리의 좋고 나쁨을 가리지 않아 취직이 어렵지 않다”고 설명했다.
15세이상 인구 중 경제활동을 해 보겠다고 나선 비율인 경제활동참가율은 40대가 전년동기대비 0.3%p 줄며 선방했고 50대는 0.8%p 늘었다. 특히 여성 50대는 1.4%p나 뛰었다. 15세이상 인구 중 취업자 비중인 고용률에서도 40대는 0.3%p 줄었고 50대는 0.5%p늘었다. 여성 50대는 1.5%p 확대됐다. 40대와 50대의 고용률은 1%p이상 축소한 10~30대와 큰 차이를 보였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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