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지주회사 변경한다

불안한 현대건설 버리고 현대상선 선택

지역내일 2000-10-17
현대그룹이 현대건설에서 현대상선으로 지주회사를 변경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불안한 현대건설을 버리지 않을 경우 자칫 정부의 압박이 그룹 전체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대그룹은 지난 8월 25일 현대건설의 유동성을 지원하기 위해 정몽헌 의장이 사재출현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현대그룹은 사재출현 규모나 방식에 대해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현대그룹은 현대건설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상선 지분 23.86%를 정 의장이 사들이는 방안도 검토했다. 정 의장은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전자 지분 1.7% 중 일부를 매각해 현대상선 지분을 사들일 자금을 마련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정 의장은 지분정리에 나서지 않고 있다.
최근 현대건설이 다시 부실기업 퇴출과 관련, 출자전황을 둘러싼 논란이 제기되고 정부가 계열분리 등의 물밑 압력을 행사하고 있어 현대그룹의 지주회사변경 시나리오는 현실화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 6월말 현재 5조6000억원의 금융 부채를 안고 있다. 이 때문에 현대건설은 유동성 위기문제로 곤경에 빠지자 7월 13일 자구방안 중 하나로 보유한 계열사 지분을 매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룹 지배구조의 중심인 현대상선 지분은 EB(교환사채)발행으로 대신할 것이라고 발표했었다. 당시 현대건설의 자구안은 ‘정 의장-현대건설-현대상선-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유지하겠다는 의도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연말까지 계열사주식 등을 매각해 부채 1조5000억원을 줄인다는 현대건설의 계획은 주식시장과 부동산 시장의 침체로 사실상 물 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정부 일각에서는 현대건설 금융부채의 출자전환을 검토했다. 그러나 재경부 진념 장관이 “4대그룹 계열사는 원칙적으로 출자전환이 없다”며 현대그룹을 압박하고 나섰다. 진 장관이 원칙론을 펴고있는 것은 현대의 조속한 자구노력 실행과 출자전환이 이루어질 경우, 쏟아질 특혜논란을 피하자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현대그룹은 미뤄왔던 지배구조 재정리를 서두를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은 지난 17일 현대상선 지분 23.86%를 정 의장에게 매각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같은 지분 정리는 현대건설이 최악의 상황을 맞았을 경우, 최소한 현대그룹의 지배구조는 유지할 수 있는 묘수로 평가받고 있다. 또 현대그룹은 계열사 지분을 가장 많이 보유한 현대상선의 최대주주가 됨으로써 그룹 장악력을 더 강화시키는 효과를 거둘 수도 있다. 특히 정 의장의 개인지분을 매각할 현대전자는 현대상선과 현대중공업 등이 대주주를 이루고 있어 영향력 유지도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현대건설은 17일 현대중공업 지분을 현대중공업으로 넘겼다. 또 현대아산의 비상장 주식 (850억상당)도 매각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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