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가산점’ 갈등을 푸는 길
성한표 (언론인)
공직자 채용시험의 군 가산점 제도에 대한 해묵은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국회 국방위원회가 지난 2일 군 가산점 제도를 부활시키는 병역법 개정안을 의결하자 여성계가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 제도는 9년 전인 지난 1999년 12월 23일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으로 폐지되었지만 이를 부활시키려는 개정안이 3차례나 발의되었고, 줄곧 ‘뜨거운 감자’로 존재해왔다.
국방위가 의결한 개정안은 군 복무를 마친 사람에게 채용시험의 과목별 득점 2.5% 내에서 가산점을 주도록 되어 있다. 위헌 논란을 피하기 위해 가산점의 비율을 폐지되기 전의 5%에 비해 크게 줄였다는 것이 이번 개정안을 발의한 쪽의 주장이다. 그러나 가산점의 부활을 반대하는 쪽은 반영비율이 문제가 아니라 가산점 제도 자체가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제도를 반대하는 쪽은 헌법재판소가 밝힌 위헌결정 이유에 근거하고 있다. 군 복무는 국민이 마땅히 해야 할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것일 뿐 병역의무 이행을 특별한 희생으로 보고 이를 보상하는 법률은 위헌이며, 특히 군 가산점 제도가 여성과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라는 것이다.
9년 묵은 ‘뜨거운 감자’
제대군인에 대한 보상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공감할 수 있을지언정 그 대책이 헌법에 보장된 여성 및 장애인의 평등권, 공무담임권, 직업선택권 등 기본권과 충돌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군 가산점 제도의 부활을 찬성하는 쪽은 군 복무로 인해 남성들이 취업전선에서 겪고 있는 불이익이라는 현실적인 측면을 강조한다.
2년 동안 책은 물론이고 사회와 완전히 격리된 환경에서 지내다 제대를 하면 기본적인 영어단어도 생각나지 않을 정도가 되는데, 공무원 시험을 앞두고 결정적인 준비기간을 이렇게 희생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동체를 위해 희생한 사람들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자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헌재의 위헌결정으로 군 가산점 제도를 폐지한 9년 전에는 남성들이 가산점 제도 폐지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될 정도로 여성의 진출이 미미했다. 하지만 지금은 여성의 사회진출이 엄청나게 달라졌다. 가산점 제도 부활을 둘러싼 뜨거운 논쟁의 배경에는 이처럼 여성의 진출이 현격하게 늘어난 사회적 변화가 도사리고 있다.
군 가산점 제도가 성 차별이라는 헌재의 판단에 대해 군 복무로 인해 학업이나 시험 준비를 중단한 것에 대한 보상으로서의 가산점은 용인될 수 있는 ‘합리적인 차별’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여기서 헌재의 위헌 결정에 대해 왈가왈부하려는 것은 아니다. 양성 중 일반적으로 남성에게만 해당되는 군 복무에 대한 차별적 제도가 옳은가 그른가를 따지면서 끝없는 논쟁을 이어가기보다는 군 가산점 제도를 정당화할 수 있는 길은 없는가를 생각해 보려고 한다.
남성에게 군 복무라는 ‘단절’이 있다면 여성에게는 출산이라는 ‘단절’이 있는데 이에 대한 배려는 왜 없느냐는 주장은 일리가 있다. 하지만 육아휴가를 강화하고, 부모 중 아버지의 휴가 참여비율을 높이는 정책으로 보완해나가면 된다.
반대로 여성에게도 군 복무의 문이 열려 있으니 억울하면 군에 입대하면 되지 않으냐 하는 이야기는 현실성이 없다. 그것보다는 군 입대 연령이 되는 여성이 원한다면 군 복무에 준하는 기간 동안 사회복지시설 등에서 자원봉사자로 근무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근무를 마치면 군 가산점과 동일한 보상을 하는 제도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럴 경우 남성을 대상으로 군 입대 대신 시행하고 있는 전경 의경 공익근무요원 등 대체복무나 이에 준하는 희생을 요구하는 사회복무 제도와 여성의 사회복지시설 복무가 나란히 갈 수 있다.
사회복지 봉사 기회를 준다면
가산점 혜택을 받기 위해 사회복지시설 근무를 지원하는 여성이 많아지면, 여성에 대한 차별 문제가 해소될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사회복지 체계자체에 큰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 더욱이 공직에 나가게 될 여성이 사회복지시설에 근무하는 경험을 갖게 되면 개인의 인생은 물론이거니와 공직사회의 분위기, 나아가 이들이 다루는 정책의 성격을 바꾸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내년 봄이면 10년 전 외환위기 때보다 더 심한 경제적 고통이 우리 사회를 짓누르고, 이로 인해 사회불안이 고조될 것으로 모두들 걱정하고 있다. 이런 사태에 대한 사회 정책적 접근이 절실히 필요하다.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사회복지시설 자원봉사제도는 군 가산점 논란을 잠재우고, 사회복지 체계를 획기적으로 강화하며, 공직사회를 일신시키는 일석삼조의 방안으로 도입을 검토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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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한표 (언론인)
공직자 채용시험의 군 가산점 제도에 대한 해묵은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국회 국방위원회가 지난 2일 군 가산점 제도를 부활시키는 병역법 개정안을 의결하자 여성계가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 제도는 9년 전인 지난 1999년 12월 23일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으로 폐지되었지만 이를 부활시키려는 개정안이 3차례나 발의되었고, 줄곧 ‘뜨거운 감자’로 존재해왔다.
국방위가 의결한 개정안은 군 복무를 마친 사람에게 채용시험의 과목별 득점 2.5% 내에서 가산점을 주도록 되어 있다. 위헌 논란을 피하기 위해 가산점의 비율을 폐지되기 전의 5%에 비해 크게 줄였다는 것이 이번 개정안을 발의한 쪽의 주장이다. 그러나 가산점의 부활을 반대하는 쪽은 반영비율이 문제가 아니라 가산점 제도 자체가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제도를 반대하는 쪽은 헌법재판소가 밝힌 위헌결정 이유에 근거하고 있다. 군 복무는 국민이 마땅히 해야 할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것일 뿐 병역의무 이행을 특별한 희생으로 보고 이를 보상하는 법률은 위헌이며, 특히 군 가산점 제도가 여성과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라는 것이다.
9년 묵은 ‘뜨거운 감자’
제대군인에 대한 보상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공감할 수 있을지언정 그 대책이 헌법에 보장된 여성 및 장애인의 평등권, 공무담임권, 직업선택권 등 기본권과 충돌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군 가산점 제도의 부활을 찬성하는 쪽은 군 복무로 인해 남성들이 취업전선에서 겪고 있는 불이익이라는 현실적인 측면을 강조한다.
2년 동안 책은 물론이고 사회와 완전히 격리된 환경에서 지내다 제대를 하면 기본적인 영어단어도 생각나지 않을 정도가 되는데, 공무원 시험을 앞두고 결정적인 준비기간을 이렇게 희생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동체를 위해 희생한 사람들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자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헌재의 위헌결정으로 군 가산점 제도를 폐지한 9년 전에는 남성들이 가산점 제도 폐지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될 정도로 여성의 진출이 미미했다. 하지만 지금은 여성의 사회진출이 엄청나게 달라졌다. 가산점 제도 부활을 둘러싼 뜨거운 논쟁의 배경에는 이처럼 여성의 진출이 현격하게 늘어난 사회적 변화가 도사리고 있다.
군 가산점 제도가 성 차별이라는 헌재의 판단에 대해 군 복무로 인해 학업이나 시험 준비를 중단한 것에 대한 보상으로서의 가산점은 용인될 수 있는 ‘합리적인 차별’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여기서 헌재의 위헌 결정에 대해 왈가왈부하려는 것은 아니다. 양성 중 일반적으로 남성에게만 해당되는 군 복무에 대한 차별적 제도가 옳은가 그른가를 따지면서 끝없는 논쟁을 이어가기보다는 군 가산점 제도를 정당화할 수 있는 길은 없는가를 생각해 보려고 한다.
남성에게 군 복무라는 ‘단절’이 있다면 여성에게는 출산이라는 ‘단절’이 있는데 이에 대한 배려는 왜 없느냐는 주장은 일리가 있다. 하지만 육아휴가를 강화하고, 부모 중 아버지의 휴가 참여비율을 높이는 정책으로 보완해나가면 된다.
반대로 여성에게도 군 복무의 문이 열려 있으니 억울하면 군에 입대하면 되지 않으냐 하는 이야기는 현실성이 없다. 그것보다는 군 입대 연령이 되는 여성이 원한다면 군 복무에 준하는 기간 동안 사회복지시설 등에서 자원봉사자로 근무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근무를 마치면 군 가산점과 동일한 보상을 하는 제도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럴 경우 남성을 대상으로 군 입대 대신 시행하고 있는 전경 의경 공익근무요원 등 대체복무나 이에 준하는 희생을 요구하는 사회복무 제도와 여성의 사회복지시설 복무가 나란히 갈 수 있다.
사회복지 봉사 기회를 준다면
가산점 혜택을 받기 위해 사회복지시설 근무를 지원하는 여성이 많아지면, 여성에 대한 차별 문제가 해소될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사회복지 체계자체에 큰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 더욱이 공직에 나가게 될 여성이 사회복지시설에 근무하는 경험을 갖게 되면 개인의 인생은 물론이거니와 공직사회의 분위기, 나아가 이들이 다루는 정책의 성격을 바꾸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내년 봄이면 10년 전 외환위기 때보다 더 심한 경제적 고통이 우리 사회를 짓누르고, 이로 인해 사회불안이 고조될 것으로 모두들 걱정하고 있다. 이런 사태에 대한 사회 정책적 접근이 절실히 필요하다.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사회복지시설 자원봉사제도는 군 가산점 논란을 잠재우고, 사회복지 체계를 획기적으로 강화하며, 공직사회를 일신시키는 일석삼조의 방안으로 도입을 검토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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